근태가 성공기준인 프로젝트
September 2nd, 2008군대에서 힘들지 않은 사람 없고, 입시공부하면서 코피 한번 흘려보지 않은 사람 없듯이, 회사생활하면서 야근에 휴일 특근으로 신물나게 일했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겁니다.저도 후배사원 앞에서 “내가 왕년에 말이지…”로 시작하는, 회사경험담이 몇 개(?) 있습니다. 이런 경험담이 있다고, 후배사원에게 쉰냄새나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요.
입사하고 1~2년쯤 지나고 맡은 무척이나 힘든 프로젝트 이야기 하나 해보겠습니다. 제가 왕년에 말이죠… ㅋ. 아무튼 이 프로젝트는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상당했는데, 이 프로젝트에는 이상한 성공기준이 있었습니다. 당시 PM이 팀원들을 모아놓고 프로젝트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정확하지 않지만 이렇게 말했죠.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가 얼마나 성실한지도 보여주는 게 무척 중요해.
사실, 팀원들은 성실 빼면 능력만 남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프로젝트 성공기준에 ‘성실’이 들어간다는 게 무슨 뜻인지, 왜 필요한지 몰랐지만. PM이나 윗분들의 설명에 따르면,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면 차기 프로젝트를 따는 데도 유리하다는 논리였습니다. 결국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프로젝트 팀원들은 월요일 아침, 첫 비행기를 타고 내려가 출근하고, 토요일 저녁 막비행기를 타고 돌와왔습니다.
당시는 프레임워크도 보편화되지 않은 시절이었기에, JSP와 Java를 사용해서 프레임워크 비슷한 것(생각해 보니, 프레임워크였네요)도 만들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도 만들어야 했기에, 무척 힘들었습니다. 일이 태산보다 많았기 때문에, 무척 성실하게도 출장지에서 주는 하루 4끼를 먹는 삶을 살았습니다(자정이 되면, 사내 식당에서 야식을 주었습니다).
일요일은 피곤에 쩔어서 좀비같은 생활을 하다, 망가지는 것은 정신과 몸이요. 느는 것은 통장에 쌓이는 쓰지 못한 월급이었습니다. 결국, 프로젝트는 끝나고… 고객이 프로젝트 팀의 성실성에 감동 받아, 차기 프로젝트를 1년이 지나고 나서 줬습니다. 하하… 아무튼 이때 깨달은 바가 있기에, 삶에서 균형을 찾자는 게 모토 비슷한 게 되었으므로, 그 프로젝트에서 큰 것을 얻은 셈이죠.
최근에 다른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인데, 팀원들이 집에 도착하면 항상 다음날이라고 하더군요. 왜 그렇게 야근이 많은지 궁금하던 차, 이 프로젝트의 고객이 PM에게 한 부탁을 듣게 됐습니다.
직원들이 퇴근하고 나서, 1시간 정도 더 근무하고 퇴근해 주세요. 지금도 열심히 하시지만, 더 열심히 하시는 모습을 보여주면…
제가 몇년 전에 경험한 프로젝트처럼, 이 프로젝트의 성공기준도 ‘근태’였기 때문에, 야근과 특근이 많았습니다. PM을 하다보면 다음 프로젝트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영업이라는 게, 고객이 부르면 ‘백미터 앞에서도 무릎 꿇고 달려오는 것’이란 말도 있지만. 차기 프로젝트를 염두해 두고, 지금 프로젝트도 성공시켜야 하는 PM에게, ‘근태’라는 성공기준은 ‘독이 묻은 사과’인 듯합니다.
저도 가끔 이런 딜레마에 빠질 때면, 만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가지만, 삶의 기준에 맞춰 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나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죠. 어쨌든 저는 근태가 성공기준인 프로젝트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 노래 가사가 생각납니다.
그저 버티는 건 정말 사는 걸까, 그녀를 내버려 둬 씨앗을 심듯이…
이상은의 ‘성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