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 테제, 직급 안티테제

July 3rd, 2009

예전에 다니던 회사의 직급 체계는

  • 사원-연구원
  • 대리-주임연구원
  • 과장-선임연구원
  • 부장(차장)-책임연구원

이렇게 구성됐죠.

진급자 축하 회식에서, 진급자 한 분이 직급의 뜻을 물었습니다. 주임, 선임, 책임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렇게 불리기도 했지만, 정확한 뜻을 잘 모르겠다고, 진급한 의미에서 그 뜻을 알고 싶다면서 직급의 의미를 구했습니다. 질문을 들은 선임연구원 한 분이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제 생각에는, 주임은 신입사원을 벗어나서 회사일을 내 일처럼 생각하고 일하라는 뜻에서, 즉 주인 의식을 갖고 일하라는 의미이고, 선임은 먼저 나서서 일을 하라는 뜻에서, ‘책임’은 의사결정을 책임지고 내리라는 취지에서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닐까요?

이 대답을 들은 책임연구원이, 선임연구원이 말씀하신 직급 테제에 대한 ‘안티테제’를 주장하셨죠.

(웃으면서) 그런 긍정의 뜻도 있는데, 대개 주임들을 보면 내 일이 아닌 것처럼 ‘주인 의식’ 없이 일하고, 선임들은 일이 많아서 절대로 ‘먼저 나서지’ 않고, 책임들은 직장생활 오래해 보려고 절대 ‘책임’질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거야.

:)

정치와 눈치보기

June 21st, 2009

A씨가 B씨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참 정치적이에요. 솔직하게 자기 속마음을 보이고, 일하는 사람을 못 봤어요. 참 힘들어요.

이  이야기를 들은 B씨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솔직하지 않은 것은 동감하는데, 정치적인 것 같지 않아요.

A씨가 B씨에게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이죠?

글쎄요. 제 생각에는 정치적이려면 자기 소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 혹자는 신념이라고 부르고, 누군가는 철학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철학이든 신념이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가치 체계를 실천하는 방법이 정치로 나타난다고 생각하는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런 정치성을 보이기 보다, 그냥 윗사람들 눈치를 보는 거에요. 윗사람들한테 혼나지 않으려고 적당히 눈치 보면서, 이렇게 저렇게 머리 굴려 보고 그런거죠.

애자일과 PM

June 14th, 2009

인사이트에서 보내주신 ‘스크럼과 XP‘를 읽었습니다.이 책의 원래 제목인, ‘Scrum and XP from the Trenches’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장에서 스크럼을 적용하면서 경험담을 정리한 책이죠. 스크럼의 기본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아직 스크럼을 업무에 적용해 보지 못한 분에게 스크럼을 적용한다면 이런 점을 신경써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스크럼을 현업에 적용했지만 그렇게 성공적이지 않으셨던 분들에게 개선책의 힌트를 줍니다.

분량도 그렇게 많지 않고, 번역도 잘되어서 읽는 데 큰 부담이 없었습니다. 다만 경험담 위주로 이야기를 전개하기 때문에, 애자일의 기본원리나 실천방법을 접해 보지 못한 분들은 조금 어럽게 느끼실 수도 있죠(스크럼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부록으로 수록된 스크럼 입문을 먼저 읽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크럼이 좋은 방법인데, SI 프로젝트에서도 적용하면 좋습니다. 그런데 현실을 둘러 보면, 아직도 연속적인 생애주기, 즉 폭포수 방법을 많이들 사용하십니다. 왜 그럴까요?

사실, 이 질문에 해답으로서 몇 가지가 있지만, 전 프로젝트 관리자에게 가장 많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애자일 방법의 효과를 잘 알고, 프로젝트에 적용하려고 노력해도, 설계-개발-테스트의 연속적인 생애주기에 익숙한 팀원을 설득하기란 어려우며. 깔끔한 간트 차트를 제공하지도 않고 완벽한 프로젝트 계획도 세우지 않은 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고객에게 이해시키기란 끔찍하게 지난하죠.

그래도, 뒤늦게 고객이 요구사항을 바꿔서 연속되는 철야행진을 몇 번씩 경험했거나, 프로젝트 막판에 통합하느라 생고생을 한 프로젝트 관리자라면, 무언가 바꿔야 하고.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거나 궁리하다 보면… 애자일 방법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방식도 있겠지만, 기존 방법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흔히 애자일 방법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애자일 방법이 하나의 대안인 셈이죠.

그동안 제가 수행했던 프로젝트를 뒤돌아 보면, 팀원이 프로젝트의 진행방향을 바꾸기보다, 확실히 프로젝트 관리자가 무언가를 바꾸기가 훨씬 쉬웠습니다. 프로젝트 관리자가 하는 관리방식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장 프로젝트 현실이 바뀌지 않겠지만, 그런 PM 밑에서 기존 방식을 답습하는 방법을 배우기보다, 먼 미래 PM이 되었을 때 개선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더 낫겠죠.

‘~고’와 ‘~며’의 차이

June 6th, 2009

두 가지 사건이 일어났을 때, 두 사건을 연결하려고 어미인 ‘~고’와 ‘~며’를 사용합니다. 이 어미들을 정확하게 구분해서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명확하게 구분해서 사용하시지 않는 경우도 종종 목격합니다. 그렇다면 ‘~고’와 ‘~며’는 어떻게 구분해서 사용해야 할까요? 시간상 떨어져서 일어나는 사건에는 ‘~고’를 쓰고,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때에는 ‘~며’를 써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밥을 먹고, 과일을 먹었다.”하는 말은, 밥을 다 먹고 나서 과일을 먹었다는 뜻이죠. 즉 밥을 먹는 행위가 끝나고 과일을 먹는 행위가 일어났다는 뜻입니다. “조깅하며, MP3을 들었다.”하는 말은 조깅과 음악을 듣는 행위가 동시에 일어났다는 뜻이죠.

앞에서 들은 예처럼, 두 사건이 시간상 차이가 날 때 반드시 ‘~고’를 쓰고… 두 사건이 동시에 진행될 때 반드시 ‘~며’를 쓰는 게 좋습니다. 두 사건이 별도로 일어난 상황인데, “밥을 먹으며, 과일을 먹었다”로 써버리면 ‘~고’와 ‘~며’를 구분하는 사람에게 “이 사람은 밥하고 과일을 같이 먹는 특이한 습성이 있구나!”하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