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달인과 조직, 그리고 변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TV 프로그램인 생활의 달인을 보고 있으면, 참 세상은 넓고 神技를 부리시는 분들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태산보다 높게 쌓인 양파들을 게눈 감추듯이 순식간에 다듬고, 전화번호부 책보다 두껍게 쌓인 점표를 단순한 계산기로 컴퓨터보다 더 빨리 계산하시는 분들이 내 주변에 사시는 것을 보면, 고수를 찾아서 강호에 나서는 일은 부질없는 짓인 듯합니다.
달인들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일에 열정을 다해서 일하시는 모습에 고개가 한번 숙여지고, 신의 경지에 이른 기술의 수준에 인간의 한계란 어디까지일까라는 호기심이 생깁니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듭니다. “과연, 모든 사람들이 달인처럼 한 분야를 파고들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문 말입니다. 바꿔 말하자면, “조직이나 개인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얼마나 더 잘해야 할까?”하는 생각이죠.
이 질문에 답하려면,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효율성은 어떤 일을 할 때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최대의 결과를 뽑아내는 것이죠. 바로 달인들이, 어떤 분야에서 최대의 효율을 내시는 분들입니다. 즉 달인의 효율성을 100으로 봤을 때, 평범한 사람들의 효율성은 100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겁니다.
효과성은 목표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 개념입니다. 어떤 달인이 연봉을 높이자는 목표를 세웠다고 가정하죠. 이런 경우에 달인의 기술이 신의 경지에 닿아서 엄청나게 효율적이더라도, 신의 기술을 사용해서 연봉을 높이자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달인의 기술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세상은 넓고 달인은 많고, 평범한 사람들은 더 많기 때문에. 세상을 꼭 효과성이라는 관점에서 평가할 필요는 없지만. 목표가 분명한 개인이나 조직은 항상 효과성을 높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목표가 뚜렷하더라도, 효과성을 높이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듯합니다.
블루오션이라고 부르는 분들도 있고, ‘High risk, High Return’이라고 인생 한방역전을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는 분들을 보면, 대개 다른 사람들이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하기 때문에, 그 방법이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오래 생각해 보지 않아도 당연한 것이, 새로운 것을 시도해서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이것 저것 찔러 봐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죠.
효율성과 효과성은 모두 중요한 개념입니다. 개인이나 기업 모두 (양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자원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고 성공하려면, 효율성과 효과성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효과성도 높이면서 효율성을 높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6시그마,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CMMI 등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론이나 체계를 경험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6 시그마, BPR, CMMI는 모두 “지금 잘하는 것을 더 잘하자!”라는 개념에 기초한 것이죠. 즉 6 시그마는 흔히 말하는 제품이나 프로세스에 존재하는 편차를 줄이려는 것이고, BPR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군더더기 활동을 제거하자는 것이며, CMMI는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세스를 최적화해서 효율을 높이자는 데 있습니다. 이런 방법론이나 체계가 옳지 않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즉 효율성이 문제인 조직에서, 이런 것들을 적절히 적용할 수 있다면, 훌륭하죠.
다만,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론을 적용하다 보면, 달인의 딜레마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자출판이 도입되던 그 옛날, 변하는 세상에 담을 쌓은 채 더 빨리 조판하려던 식자공 달인들. 신기에 가까운 속도로 조판하던 그 식자공 달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개인이나 기업 모두 효율성을 높이려고 노력할 때, 주위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내가 지금 잘하는 것을 더 잘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효율성을 조금 떨어트려도 효과성을 높이는 일을 해야 하는지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