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이란, “한 가지만 하는 것이다.”

Passage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이미 해 보신 분들도 계시겠지만요,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이 게임은, 서른살의 게임 제작자가 이웃의 친구가 죽고 나서 “인생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만든 것인데요. 아래 그림처럼, 이 게임은 매우 단순합니다. 5분 동안 100×16 pixel 화면 안에서, 주인공이 움직이는 게 전부입니다.

매우 단순하게 보이는 이 게임을 2-3번 정도 하면, 작은 게임 안에 인생의 의미를 잘 담아냈다는 감탄이 나오죠. 내가 조작하는 주인공은 게임 초반에 유년 시절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를 먹고 5분 후에는 늙어서 죽습니다. 그 5분 동안, 무엇을 하느냐는 전적으로 내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Passage, the game

Passage라는 게임

시작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있다가 게임이 끝날 수도 있고요. 여기저기 돌아 다니면서, 이성을 만나서 결혼을 할 수 도 있는데, 결혼을 하게 되면 부부가 되어 함께 돌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이동의 제한이 생깁니다. 그래서 화면 밑으로 모험을 할 수 없죠. 아니면 게임 초반부터 신나게 앞만 보고 달려서 맵 끝까지 이동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화면 아래쪽을 탐험하지 못하게 됩니다. 반대로 장애물이 많은 화면 아래 지역을 열심히 탐험하면 맵의 동쪽을 탐험하지 못하죠.

이 게임은 매우 간단하지만, 인생에 존재하는 핵심적인 제약사항을 보여주죠. 즉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매우 한정적이고, 그 안에서 무엇을 하든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려 있으며, 그 결과에 만족하느냐 불행하느냐도 개인에게 달려 있다.”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프로젝트에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불확실성의 원추(the Cone of Uncertainty)입니다. 프로젝트 초반에는 정해진 게 없지만, 프로젝트가 마지막으로 갈수록 확실하지 않는 게 정해진다는 개념이죠. 물론 프로젝트를 관리하거나 수행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프로젝트 후반에 불확실한 게 많다는 상황은, 재앙에 가깝지만요.

불확실성의 원추를 뒤집어서 생각해 본다면, 프로젝트는 초반에는 가능성이 많지만  막판에 온통 제약조건이나 의사결정체로 변합니다.
불확실성의 원추

불확실성의 원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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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신기한 전략이 있는 회사에서 한때 근무했습니다. 이 회사는 며칠 간의 전략 회의를 마치고 나서 ‘다섯 가지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선포했죠.

‘다섯 가지 분야에 집중’은 집중이 아닙니다.

집중은 무언가를 향해서 관심을 집중하는 것을 뜻합니다. 5개의 전략 분야에서 4개는 군더더기입니다

from Manage it!

회사의 정의는 다양하겠지만,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서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 정도로 정의해 보겠습니다. 물론 개인이나 비영리 단체보다, 회사에 자원이 많겠지만. 회사가 계속해서 고객이 지갑을 열게 하려면, 무한해 보이는 자원을 잘 관리해서 고객의 관심을 끌만한 무언가를 만들거나 서비스해야 합니다. 돈이나 인적 자원이 풍부하더라도 무한대가 아닌 이상, 회사의 자원은 그 끝이 있기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건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위에서 설명한 예처럼, “5가지에 집중한다!”하는 표현은 ‘검으면서 흰 고양이’처럼 정말로 언어 모순적입니다. 즉 말은 그럴싸하지만, 실현되기가 매우 불가능한 경우죠. 따라서 자원이 엄청난 회사에서도, 무언가를 이룰려면, 선택과 집중은 필수적입니다.

***

Passage라는 게임을 통해서나 불확실성의 원추를 통해서, 우리는 인생의 법칙을 몇 가지 도출할 수 있습니다.

  1. 우리가 과거에 선택했던 것은, 현재에 영향을 크게 준다.
  2. 이런 과거의 선택 때문에, 우리가 현재 혹은 미래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줄어든다.
  3. 아울러 시간은 선형적이고 그 끝이 정해져 있다. 이에 덧붙여 1. 2.의 제약 조건 때문에, 우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다양한 것을 할 수 없다.

인간은 다양성의 동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사는 이유를 몇 가지로 정의할 수 없지만. “인간은 목적 지향적이다!”하는 말에 동의하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자원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즉 앞에서 정리하는 인생의 법칙 때문이죠.

그런데 최고의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 어장관리를 하시는 분처럼, 정말로 다양한 분야에 정렬과 에너지를 쏟아 붓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사람의 능력은 다양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분들도 계시지만. 정규 분포 중간 정도에 있는 경제적 능력, 외모, 신체 조건,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쏟으면서 어떤 결과를 낸다는 것은 참 힘들 듯합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흔해 빠진 이야기가, 무언가를 이룰려는 사람들에게 중요하죠.

물론 선택과 집중이라는 게, 목적을 이루려는 사람들에게 불변의 법칙이지만, 여러 가지 일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단, 인생에서 멀티를 뛰는 경우, 이런 멀티가 유효하려면 여러 가지 일들에 공통 분모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직장에서 성공’과 ‘책 쓰기’라는 두 가지 일을 성공시키려면, 두 작업 사이에 유사성이 있어야 합니다. 엔지니어로서 직장에서 성공하길 바라는 분이, 세일즈에 대해 책을 쓰려면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세일즈맨이 세일즈에 대한 책을 쓰려고 시도한다면, 컨텍스트 스위칭에 들어가는 비용이 조금 높겠지만, 엔지니어가 세일즈에 대한 책을 쓰는 경우보다 훨씬 성공할 확률이 크겠죠.

길게 이야기했지만 결론은, ‘재미’가 아닌 ‘목적’을 달성하는 게 중요한 분이시라면, ‘다양한 일에 도전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제에 충실한 편이 낫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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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

This is Hani! My job is consulting, system design and project management... Sometimes coding. I hope you have a great time on my blog.

5 Responses to “집중이란, “한 가지만 하는 것이다.””

  1. codewiz Says: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심오한 개념을 단순한 게임 속에 우려낸 제작자나 그것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신 Hani님이나 모두 대단한 것 같네요. 선택과 집중이라는 것에 대해서 좀 더 선명하게 이해를 할 수 있게된 것 같습니다.

  2. 애드민 Says:

    진로와 장래에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좋은 글이네요. 딱 하신 말씀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내가 초등학교 때로 돌아갔더라면,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서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라는 전제를 세운다면 그때에서 시작한다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지만, 선택을 하나씩 하면서 그 기회비용도 하나씩 포기할 수밖에 없죠. 군대를 다녀오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저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과 기회가 점점 안타깝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3. 이정환 Says: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선택과 집중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욕심을 좀 버려야할까요.

  4. 티아이피 Says:

    좋은 글이네요. 선택과 집중에 대한 강조는 지난 1년 동안 회사에서 무진장 들었는데도 그닥 와닿진 않았죠. 그런데 저 간단해 보이는 게임의 룰이 단번에 깨닫게 해주는군요. 직장도 다니면서 블로그를 잘 꾸려가는 분들을 보면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 전 도통 잘 안되더라고요.ㅎㅎ

  5. Hani Says:

    codewiz님.
    감사합니다. :) 저도 글을 쓰면서
    생각이 많이 정리 됐습니다.

    애드민님.
    말씀하신 것처럼, 지나고 보면 그때가 항상
    최적인데, 지가고 나서 알 때가 있습니다.
    지금의 저도 그렇기 한데, 그래도 후회가 적은
    것은 생각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행동을 하고 난
    뒤인 듯합니다.

    이정환님.
    ‘너비 우선 접근 방식’과 ‘깊이 우선 접근 방식’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에게 기회가 많다고
    생각할 때 ‘너비 우선 접근 방식’, 즉 여러 가지를
    해 보는 게, 제 경험상 좋고. 나이가 많다고
    생각할 때, ‘너비 우선 접근 방식’으로 쌓은 경험으로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조금 더 깊게 파 보는
    ‘깊이 우선 방식’이 좋을 듯합니다.

    티아이피님.
    고맙습니다. 저도 꾸준히 블로그를 꾸준히 관리하려고
    하는데, 예전 열정만큼 크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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