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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은, 실현되리라!

Innovator or Fast Follower

 

경제의 역사는 사치품이 일용품으로 편입된 역사다.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장면이 있는데요. 그 장면에서 주인공 안드리아와 악마(?) 편집장 미란다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조연: 그 생각도 했지만. 적당한 악세사리를 갖춘다면 그렇지 않을 겁니다.

미란다: 이 드레스에 맞출 벨트는 어딨는 거야? 왜 아무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거지?

조연: 여기요. 토프 콜 제품이에요. 아주 색달라요.

(안드리아가 웃는다)

미란다: 뭐가 우습니?

안드리아: 아뇨. 아니에요. 저 버클들은 저에겐 모두 같게 보여서요. 전 아직 이런 ‘물건’들을 잘 몰라서요.

미란다: 이런… ‘물건’? 넌 이게 너랑 아무 상관 없는거라 생각하는구나. 넌 네 옷장으로 가서 그 울퉁불퉁한 블루 스웨터를 골랐나 보네. 왜냐하면 세상에다, 넌 네 가방속에 든 것에만 관심있다는 걸 말해주려고. 하지만 넌 그 스웨터는 단순한 ‘블루’가 아니란 건 모르나보구나. 그건’터쿼즈’색이 아니라 정확히는 ‘셀룰리언’색이란 거야. 2002년에 오스카 드 렌타가 셀룰리언색 가운을 발표했었지. 그 후에, 입셍 로랑이, 그 사람 맞지? 군용 셀룰리안색 자켓을 선보였었고.

조연: 여기 자켓이 필요하겠는데요?

미란다: 그 후 8명의 다른 다자이너들의 발표회에서 셀룰리언 색은 속속 등장하게 되었지. 그런 후엔 백화점으로 내려갔고 끔찍한 캐쥬얼 코너로 넘어간 거지. 그렇지만 그 블루는 수많은 재화와 일자릴 창출했어. 좀 웃기지 않니? 패션계와는 상관없다는 네가 사실은 패션계 사람들이 고른 색깔의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게? 그것도 이런 ‘물건’들사이에서 고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중에서

작년 겨울에 거리를 다니다 보면, 여성분들이 멘 가방 중에서 눈에 잘 띄는 디자인이 있었습니다. 남자들이 군대에서 입는 방한복 내피, 흔히들 ‘깔깔이’라고 말하죠. 이 ‘깔깔이’의 누빔 모양이 들어간 가방이 많이 보이더군요. 이런 누빔이 들어간 백을 퀼팅백이라고 부릅니다.

대한민국에서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 눈에는 깔깔이처럼 보이지만, 여심을 사로잡는 퀼팅백의 원조는 누구일까요? 대표적인 명품 브랜드인 샤넬에서 나온 ‘2.55′입니다. 핸드백 이름이 재미있죠. 핸드백 이름으로 2.55가 붙은 이유는 1955년 2월에 나왔기 때문이랍니다. 2.55가 세상에 나오고 나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말하는 현상이 똑같이 일어났습니다. 즉 탑 클래스의 디자이너들이 2.55를 그들만의 것으로 해석해서 다른 양식의 퀼팅백을 만들었고, 다양한 로컬 마켓의 디자이너들이 탑 클래스 디자이너의 작품을 재해석하거나 모방해서 또 다른 2.55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다양한 퀼팅백이, 샤넬이 50년 전에 제안한 2.55에서 재해석되어 만들어지고, 팔리고, 거리를 누비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원조만큼 눈을 끌어당기는 디자인은 없다고 생각하지만요.

2.55

샤넬 2.55

Innovator 전략과 Fast Follower 전략이 있습니다. Innovator는 기존에 하지 않은 방식으로 혹은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낼 때 시행착오를 많이 겪죠. 그래서 시장을 잘못 읽는 경우, 회사가 바로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Fast Follower는 Innovator가 성공한 것을 잘 모방해서 적당한 가격에, 적당한 품질로 이윤을 추구하는 전략입니다. Fast Follower가 뒤에서 추격해 오는 Fast Follower의 경쟁을 따돌리지 못한다면, 심한 경쟁에서 추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죠.

Innovator나 Fast Follower나 ‘화이트헤드’의 격언을 생각해 본다면, 저마다 제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끔 Innovator와 Fast Follower 가운데 어떤 게 더 가치있는지 토론을 벌이는 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쟁처럼 번지다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물론 Innovator가 무모하거나 엉뚱해 보일 때도 있고, Fast Follower가 얍삽해 느껴질 때도 있지만요.

모든 사람이 샤넬 2.55를 살 수 없는 것처럼, 모든 사람이 인터넷 쇼핑몰 퀼팅백을 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형편과 자신의 스타일에 맞춰서, Innovator가 만든 철학과 주제 속에서 Fast Follower가 만든 저렴하고 적당한 품질의 2.55를 메는 것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죠.


4 Responses to “Innovator or Fast Follower”

  1. 이동인 Says:

    저도 가장 기억에 남던 장면이였는데, 덕분에 글로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2. Hani Says:

    동인님.
    오래 전에 봤는데, 아직도 저 장면은 기억에 선합니다.

  3. splim Says:

    “This… stuff? Oh… okay. I see, you think this has nothing to do with you.” 조용히 휘몰아치던 미란다의 모습이 선합니다. ㅎㅎ 괜히 찔려 제가 입은 스웨터를 살펴보니 이건 정통 미국 캐쥬얼 랄프 로렌의 브이넥 스웨터를 저렴하게 구현한 갭 제품(혹은 모조)을 한국 보세집에서 구입한 것이네요.

  4. Hani Says:

    splim님.
    대사를 원어로 읽으니, 느낌이 더 오는데요.
    미란다의 낮지만 카리스마 있는 목소리,
    참 매력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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