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발전은 ‘낭비’ 덕분이다
최근에 지인을 만나서 이런 하소연을 들었습니다.
낭비 제거라는 운동을 회사에서 하는데요. 예산이나 물자에서 쓸데 없이 낭비 되는 것을 줄이자는 취지로 몇 년 전부터 시작한 운동이에요. 가시적인 효과가 생기자, 최근에는 업무에서도 낭비를 줄이자는 운동으로 확산됐어요. 그런데 요즘 제가 느끼는 낭비제거는 조금 지나친 감이 있어요. 예를 들자면 이런 거죠. 군살이 조금 있어서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몸무게도 줄고, 먹는 걸 줄이니 돈도 남고, 밥 먹는 시간도 줄어서 시간이 남게 됐죠. 이런 효과를 얻은 것에 기쁜 나머지 무리해서 계속 다이어트를 하면, 어느 순간 부터 없앨 군살이 모두 사라지고 이제는 생존에 필요한 근육까지 줄이게 되죠.
회사를 경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간단하게 생각나는 답은 돈을 벌기 위해서죠.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요즘처럼 제조업 이익률보다 금융 거래 이익률이 높은 세상에서, 회사를 처분하고 그 돈으로 돈놀이를 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사람이 사는 이유야 백인백색이지만, 사람이 밥을 먹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바로 살기 위함이죠. 회사를 세우고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들의 이유야 백인백색이겠지만, 회사가 돈을 버는 이유는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한 것처럼 생존을 위해서죠.
물론 생존이 중요하다고, 돈을 벌고 먹는 데에만 집중하면 사람과 동물을 구분하는 경계가 모호해지겠죠. 회사도 이 점에서 사람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버는 게 중요하기는 하지만, 돈, 돈, 돈, 오로지 돈만 생각한다면 차라리 회사를 팔고 그 돈으로 조폭 몇 명을 데리고 사채업을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을 하지 않고 지나치게 많이 먹어서 비만이 되는 것도 건강한 삶에 좋지 않습니다. 회사도 돈을 잘 번다고 너무 방만하게 운영해서 여기 저기서 낭비를 한다면, 영속적으로 살지 못합니다. 그래서 건강을 유지하거나 회사의 현금흐름을 건전하게 만들려면 적당한 다이어트가 필요합니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과정을 살펴보면, 인간의 생활을 조금 더 윤택하게 만들어주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던 건, 바로 잉여적인 행동 때문입니다. 즉 먹고 사는 데만 집중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는 낭비처럼 보이는 일을 했기 때문이죠. 즉 사람이 하늘을 날면 어떨까? 마차보다 더 빠른 걸 만들면 어떨까?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사람들이 편지말고 직접 말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런 생각들은, 먹고 사는 게 넘버원 과제인 사람들에게 정말로 허리에 군살이 끼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인간이 목표 의식을 뚜렷이 가지고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류의 삶을 바꿔 놓은 발명품이나 발견은 대개 배불리 먹고 즐겁게 낮잠을 자거나 오후 햇살이 비치는 정원을 거닐면서 얻기 마련입니다. 회사에서 당신이 하는 일은 낭비가 아니냐는 잣대를 들이대면, 그 누가 회사를 일류 기업으로 만들어줄 쓸데 없는(?) 공상을 할까요? 그 시간에 정말 열심히 일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그냥 저냥 평범한 업무로 일과표를 채우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