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대체 뭐가 문제야
컨설팅 프로젝트의 프로세스는 무척 간단하다.
1. 고객이 의뢰한다.
2. 컨설턴트가 고객의 문제를 정의한다.
3. 2에서 정의한 문제의 해결책을 만든다.
4. 3에서 도출된 해결책을 고객에게 전달한다.
5. 돈을 받는다.
간단하다고 했는데 무려 5단계나 된다. 속은 기분이 드는가? 나도 써 놓고 보니 거짓말한 기분이 든다. 미안한 생각에 더 줄여 보겠다. 음… 생각해 보니 컨설팅 프로젝트의 핵심은 두 개로 압축할 수 있다.
1. 문제를 정의한다.
2.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런데 간혹 성미 급한 고객들은 이 2단계도 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컨설턴트 fee가 비싸기는 왜 그렇게 비싼지… 진짜 성미 급한 고객을 만나면 돈 아끼고 빨리 해결하고 싶은 욕심에 프로세스를 더 줄여 보라고 한다. 그래서 더 줄이면 다음과 같다.
1. 해결책을 준다.
문제 정의를 생략할 수 있는 이유는 고객이 문제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컨설턴트의 역할은 정해진 문제에 답을 내는 것이라는 믿음에 기인한다. 그런데 믿는 것과 사실은 다르다.
지난 7년간 회사 생활을 하면서 컨설팅 프로젝트에 3번 정도 참여한 경험이 있다. 업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밝힐 수는 없지만, 해당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 점은 대체 문제라고 말하는 것이 진짜 문제일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쉽게 풀어 가기 위해서 예를 들어 보겠다.
예1) 무척 가파른 성장세에 있는 “잘 나가 회사”에서는 근래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역량이 선배 사원을 쫓아 가지 못하자 ROI가 예전같지 나오지 않았다. 사장은 문제의 원인이 선배 사원들이 후배사원들과 노하우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선배 사원들의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서 지식 Portal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뢰를 받은 “잘 만들어 SI회사”에서는 열과 성의를 다해서 최신형 지식 Portal을 만들었다. 그런데 “잘 나가 회사”에서는 실패한 프로젝트라서 돈을 못 주겠다고 한다. 이유는? 지식 Portal에 들어갈 지식을 선배 사원들이 입력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루에 한 건씩 강제로 입력하라고 할당을 내리자, 선배 사원들은 Naver에서 오늘의 지식을 copy & paste 했다. “잘 나가 회사”의 문제의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예2) “잘 팔아 홈쇼핑”은 친절한 상담으로 고객 만족도 1위를 달성했다. 그런데 콜센터 요원들이 너무 친절해서 고객의 변심한 애인 이야기까지 들어 주었다. 즉, 고객 만족도가 올라 갈수록 시간당 전화 응답률은 떨어졌다.
“열 받아 사장”은 전화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서 “똑똑해” 컨설턴트를 불렀다. “똑똑해” 컨설턴트는 문제를 정의하고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열 받아 사장”은 “똑똑해” 컨설턴트가 제시한 해결책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해결책이 모두 새로운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열 받아 사장”은 “똑똑해” 컨설턴트에게 비용도 줄이고, 전화 응답률도 높이는 방법을 고안하라고 했다.
“똑똑해”는 며칠을 고민하다 매우 간단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1분 이상 고객과 통화를 하는 직원에게는 감봉 조치를 하고 30초 안에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직원에게는 매우 적은 보너스를 주는 것이었다. “열 받아 사장”은 새로운 해결책에 매우 만족했다. 사실 사장이 생각한 해결책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의 입으로 직원들에게 스트레스 주는 정책을 내놓기 싫었기 때문에 “똑똑해”가 이런 안을 내주길 내심 바랬다.
그럼 “잘 팔아 홈쇼핑”은 이 정책을 실행한 이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을까? 얼마 가지 않아서 폭삭 망했다고 한다. 충격적이지 않은가? 이유는 상담원들이 고객과 30초 안에 전화를 끝내기 위해서 고객의 모든 불만 사항을 처리해 주었다는 것이다. 즉, 무조건 환불 내지는 교환을 해주었기 때문에 전화 응답율은 높아졌지만, 회사의 수익은 곤두박질했다. 그럼 “잘 팔아 홈쇼핑”의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이 예는 사실에 기초한 것임)
위의 예에서 살펴 보았듯이, 컨설팅이라고 하는 것은 간단한 프로세스에 비해 매우 심오한 면을 가지고 있다. 매우 정치적이며, 해결책이 실행 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며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체와 같이 수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그러나 컨설팅 프로젝트가 본질적으로 어려운 것은 바로 문제 정의에 있다. 예처럼 컨설팅을 의뢰하는 고객들이 이야기하는 자신들의 문제가 진짜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고객의 말만 듣고서 문제 정의를 하게 되면 막상 해결책이 옳지 않게 도출될 때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비록 미천한 컨설팅 경험으로 느낀 것이지만, 컨설팅의 핵심은 해결책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바로 고객의 문제를 바로 보는 것이다.

진정한 문제 정의에 한발 다가서는데 도움이 될만한 책 한권을 소개할려고 장황한 서문을 썼다. 그 만큼 이 책이 문제 정의의 혜안을 제공해 주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인사이트에서 출판한 도널드 고즈, 제랄드 와인버그의 “대체 뭐가 문제야?” 다. 일본에서는 56쇄가 인쇄될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몰았다. 이 책에 대해서 부언할 것은 없는거 같다. 단지,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거나 의뢰하면서 컨설팅 프로젝트의 본질에 다가가지 못한 사람이거나, 문제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讀하길 강권한다.
April 5th, 2012 at 11:09 am
[…] hani님 http://www.talk-with-hani.com/archives/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