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연봉은? 얼마를 받아야 하는가?(결론)
전편이 있음을 일러 둔다.
앞서 적절한 연봉 수준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교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르크스가 쓴 임금노동과 자본에서 교환가치가 언급되었다. 교환가치에 대해서 상세히 알고 싶은 사람은 다음 링크를 참조 하도록 하고 여기서는 간략히 살펴 보겠다.
http://www.marxists.org/korean/marx/wage-labour-capital/ch03.htm
돈의 가장 큰 역할은 교환 수단이다. 이것은 돈의 개념을 아는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아는 평범한 사실이다. 아는 이야기지만 좀 집고 넘어가겠다. 예를 들어 5,000원짜리 비빕밥은 500원짜리 아이스크림보다 10배의 교환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별거 아닌 이 교환가치라는 개념에 의해 임금노동자가 탄생하게 되었다. 노동자란 시간은 많고 돈이 없는 사람이다. 따라서 남는 시간을 쓸 돈을 벌기 위해서 자신의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임금 노동자라 할 수 있다. (물론 일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돈만이 아니다. 돈 이외에 중요한 가치로 보람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부분은 연봉의 논의와 별 관계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별도 언급하지 않겠다.)
반대로 돈 많고 시간 없는 사람은 뭐라 할까? 바로 자본가라 한다. 자본가라 하니 왠지 공산당 냄새가 나는가? 그럼 사장님이라고 해보자.(물론 돈없는 사장도 있다. 그러나 돈 없는 회사는 없다. 망조가 든 회사는 논외로 하자.) 사장님은 돈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 그런데 사장님은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한다. (10원 있을 때보다 100원 있을 때 돈을 더 모으고 싶어한다.) 돈을 벌려고 한다면 시간(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시간을 사기 위해서 아까운 돈을 지불한다.
시간 많고 돈없는 노동자와 돈 많고 시간없는 사장님의 이해 관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둘 사이에 거래가 발생한다. 그런데 문제는 노동자와 사장님의 자원 소비 결과가 다르다는데 있다. 노동자는 자신의 시간을 팔아서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에 돈을 모을 수 없다. 반대로 사장님은 돈을 소비해서 시간을 샀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돈 많은 돈을 벌어다 주기 때문에 부자가 된다. 노동자는 빈곤의 악순환, 사장님의 부의 선순환에 놓인다.
즉, 노동자의 시간(노동력)은 최소한의 교환가치에 의해 교환되고 사장님에 의해서 최초 교환가치보다 더 많은 가치를 만들기 때문에 사장님은 부자가 된다.
그럼 노동자는 자신의 교환가치가 더 많은 가치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사장님한테 더 많은 돈을 달라고 하는게 맞지 않은가? 물론 이론상 보면 맞다. 그런데 한가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은 중국과 인도와 같은 신흥시장을 제외한 나라에서는 노동력이 과잉공급 상태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가 자신의 교환가치 이상을 만들어 낸다고 하더라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없다. 왜냐하면, 동일한 교환 가치에 대해서 동일한 노동력을 제공하려는 노동자가 무척 많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사장님 위주(수요자 위주)의 사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증적인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우리나라에서 마흔을 넘는 프로그래머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오랫동안 고민하다 그 이유를 기술력과 시장이라는 두 단어서 찾았다. 프로그래머 시장은 철저한 수요자 위주의 시장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프로그래머는 대부분 SI 시장이나, 게임 업체와 같은 컨텐츠 시장군에 속해 있다. SI나 컨텐츠 개발과 같은 분야는 인력이 넘쳐 난다. 그리고 기술적 진입 장벽도 무척 낮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장에 속해 있는 프로그래머가 나이를 먹게 되면 기술적인 숙력도는 높아지나, 연봉도 높아진다. 문제는 이 시장의 특성이 기술적 숙련도에 대해서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일단 사장님들도 다른 사장님들과 무한 경쟁을 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수주 단가가 높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시간을 사오기 위해 지불할 수 있는 교환가치가 별로 안된다. 또한 프로젝트에 필요한 기술 수준도 별로 높지 않기 때문에 많은 돈을 들여서 기술 수준이 높고 연봉 많은 고급 기술자를 고용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노동 시장에서는 싸고, 일도 열심히 하려는 개발자를 지속적으로 공급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 수준이 높은 고급 프로그래머가 설 자리가 없어진다.
암울한 이야기지만, 이런 시장 특성 때문에 기술 수준이 높고, 나이 들어서도 코딩만 하는 프로그래머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노조나, 노동자 보호 정책이 있지 않는 이상, 단순 프로그램을 짜는 프로그래머는 생존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교환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프로그래머는 관리자, 기술 영업 분야로 전향하기를 자의반 타의반 강요 받는다.
만일 순수 기술 분야에서 승부를 걸고 싶다한다면 말 그대로 뼈와 살을 태우는 노력을 해야 한다. 즉 상위 1%의 수준에 드는 실력을 갖춘 기술자의 반열에 들지 않는 이상은 나이의 장벽을 뛰어넘는 교환가치를 받을 수 없다.
물론 SI 시장의 경우 도급에 하도급에 다시 하도급으로 내려가는 불합리한 시장 구조와 야근을 당연시 여기는 비정상적인 노동 환경도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어차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해야는 문제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 잘못된 노동 환경은 정치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그 시장이 구조적으로 완전히 잘못되지 않는 이상, 개인의 지속적인 발전을 추구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효율성이라는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결국 이야기는 내가 일하고 있는 프로그램 영역에서 적정 연봉 이야기로 끝을 내지만, 어느 시장이나 노동력의 가치는 교환가치로써 평가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라면 당신의 교환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