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만화 관람기(스포일러 포함)

설렘 혹은 기대라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감정이다. 아무런 기대 없이 나간 소개팅에 그냥 그런 이성만 만나도 대박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고, 기대 만빵으로 나간 자리에 수려한 외모를 지닌 이성이 나왔을 때 애쓴 주선자를 탓할 수도 있다. 사람들은 그런 기대 속에 자신의 욕심을 숨기기 때문이다. 영화도 그렇다. TV에서 보여주는 Digest를 보고, 인터넷과 광고에 나오는 Trailer만 믿고 극장을 찾았다가 실망만 하고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권상우, 김하늘 주연의 “청춘만화”는 반대의 경우에 해당한다. 볼 만한 영화도 없고 시간이 맞는 영화가 없어 보게된 영화였지만, 기대 이상의 감동을 준 영화다.

우선 이 영화의 장르를 추측해 보자! 단순히 제목과 주연 배우, 포스터를 보고 추측을 해보면 청춘 애정 영화 정도로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청춘 만화에 대한 나의 기대치였다. 매우 낮은 기대치다. 권상우, 김하늘이 주인공이었던 동갑내기 과외하기 정도의 알콩달콩 남녀의 사랑을 그린 영화라 생각하였다.

권상우(지환 역)와 김하늘(달래 역)은 초등학교 동창이다. 둘은 친구와 연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지환은 성룡을 꿈꾸는 대학생으로 달래는 배우를 꿈꾸는 성인으로 자란다. 지환의 경우 스턴트맨과 태권도 전공을 겸하면서 자신의 꿈을 하나씩 이루어간다. 이에 반해 달래는 배우로써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바로 관객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혼자 있을 때는 자뻑 이상의 실력을 보이지만 한 사람의 관객만 있다면 진동 모드처럼 심장이 뛰어서 제대로된 연기를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달래는 오디션을 볼 때마다 떨어지는 아픔을 겪는다.

이 영화의 재미는 주인공 사이에 오고가는 우정과 사랑의 감정 싸움과 더불어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젊은이의 노력에서 주는 훈훈함에 있다. 진짜로 캐스팅 되고 싶은 영화 오디션에서 떨어진 달래가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버스에서 연기 연습을 한다. 그런데 우연잖게 같은 버스에 지환이 타고 있었다. 지환은 그 전부터 달래의 약점이 관객 기피증이라는 것을 알고 그녀의 약점을 극복하게 도와줄려고 노력하였다.(물론 약간의 장난기가 섞여 있었지만, 본심만은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 지환 옆에 앉은 깡패 비슷한 놈의 달래의 연기 연습을 방해하자, 백마 탄 왕자로 변신 달래의 연기 연습이 성공적으로 끝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달래는 버스에서 연기연습에 자신을 얻어 영화의 단역으로 출연하게 된다. 같은 시각 지환은 고난이도의 스턴트 연기로 자신의 꿈에 한발 더 다가선다. 만일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되었다면 그냥 그런 연애 영화로 끝날 수 있다. 이한감독(드라마 보디가드, 영화 하늘 정원, 연애 소설)도 그냥 그런 연애 영화로 끝내기는 싫었나 보다. 지환은 스턴트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불행하게도 한쪽 다리를 절단하게 된다. 갑작스럽게 지환의 다리가 잘리자 영화는 청춘 만화가 아니라 암울 만화로 변한다.

그러나, 이 부분 때문에 영화는 진부한 청춘 남녀 러브 스토리를 벗어난다. 지환은 자신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대사를 영화 초반부에 한다. “성룡은 5번이나 혼수 상태에 빠지고 몸에 철심을 박고 산다면 난 6번이나 혼수 상태에 빠지고 로보캅이 될거다.” 자신의 꿈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대사지만, 사실 지환의 극 마지막의 상태를 암시하는 대사였다. 지환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방황을 하다 달래가 지환을 위해 만든 비디오를 보게 된다. 그 비디오에는 몸이 불구가 되었음에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운동 선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이에 큰 용기를 얻은 지환은 다시 한번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어려운 문제의 절반은 현명한 물음을 던지는 것이라 했다.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그다지 난해한 영화는 아니지만…) 적당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해답의 절반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사랑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이다. 혹자는 질문이 영화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물론 나도 이 질문에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날개는 있지만 날지 못하는 상대를 날 수 있게, 한 때는 날았지만 날개를 잃어 좌절하는 상대를 보듬어 달릴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날려는 상대를 세장 속에 가두거나, 뛰지도 못하는 상대를 날게 만들려고 한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내가 기대하는 사랑을 만들기 위한 나의 욕심이다.

결국 사심 없이 본 영화에 많은 것을 얻었다. 물론 내 글을 읽고 이 영화에 대한 많은 기대를 하길 바라지 않겠다. 사심을 버리고 본다면 얻을 것이 많지만, 부푼 기대를 채울만한 것이 많은 영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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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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