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람보가 필요한가?

‘데브데이즈 2006 코리아’에서 기조 연설에 나선 김대환 소만사(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 대표는 “최고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SW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는 세상(업계)을 평정할 수 있는 ‘람보’가 돼야 합니다” 라는 내용의 연설을 하였다. 연설문의 자세한 내용은 서명덕 기자님의 “SW 개발자들이여, ‘람보’가 돼라”  를 참조하길 바란다.

위의 post를 읽어 본 개발자들은 김대환 대표의 연설에 어느정도 공감할 것이다. 업무를 핑계로 자기계발을 게을리 했거나, 전문가 정신은 잊은채 생계 수단으로 software 개발을 생각하고 있던 자신을 되돌아 보는 계기로 삼을만한 연설일 수 있다. 즉, 김대환 대표의 연설은 개발자의 끊임없는 계발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큰 논란없이 받아들일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아직 우리나라 S/W 산업은 소수의 슈퍼 개발자에 의존해야할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나라는 의문이 생긴다.

밀레니엄 버그,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시작된 개발자 빅뱅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문직에서 일반 사무직, 고도의 취미를 하나의 직업으로 만든 사건이었다. 조금 더 과거로 올라가면 우리나라에 교육용 PC라는 명목으로 가정마다 컴퓨터가 보급이 되고, 안철수, 이찬진 의 슈퍼 개발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이미 S/W 개발은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아니 조금 더 올라가면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가 출간되고 소수의 사람들이 PC라는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에 열광할 때를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적어도 소프트웨어는 20년이 넘은 중견 시장이다.

스티븐 맥코넬의 소프트웨어개발(Professional, 인사이트)을 참조하면 공수 추정을 위해서 21가지의 요소를 평가하는 CocomoII모델에는 개인(개발자, 설계자)의 능력과 관련된 항목은 7가 있다. 그런데 개인과 관련된 항목 이 7가지의 영향력을 합하면 24.6이다. 쉽게 말해서 하위 개발자와 상위 개발자의 생산성이 24.6배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톰 디마르코, 티모시 리스터의 피플웨어(Peopleware, 인사이트)에서는 1984년부터 매년 실시한 모의 코딩대회(600명 이상의 개발자가 참여함)를 통해서 다음의 세 규칙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가장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가장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보다 10배쯤 뛰어나다.
  • 가장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중간 정도의 업무 능력을 가진 사람보다 2.5배쯤 뛰어나다.
  • 중간 이상의 업무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나머지 절반보다 2배쯤 뛰어나다.

세가지 규칙은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사실은 개발자의 능력은 천차만별이라는 뜻이다. 이런 개발자간의 개발 능력에 따른 생산성의 차이만 바라본다면 슈퍼개발자는 아직도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필요불가결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 수치의 이면에 담겨있는 뜻은 이 간격이 좁아지지 않는 이상 S/W를 개발하는 모든 조직에는 적어도 상위보다 24.6배의 생산성이 낮은 개발자나 10 배쯤 능력이 떨어지는 개발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실을 무시한채 우리나라 S/W 개발의 후진성을 단순 개발자의 노력 부족으로 돌리기에는 궁색한 변명이다. 즉, 개발자의 능력 부족을 S/W 산업 발전의 장애 요인으로 지적한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 차이를 원척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김대환 대표의 연설의 핵심은 개발자에게 끊임없는 노력을 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위의 두 책에서 지적하였듯이 개발자의 능력 편차는 존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단순한 개발자의 능력만 가지고서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응할 수 없는 사실도 존재한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소수 천재들(이찬진, 안철수, 이재웅, 빌게이츠, 스티브 잡슨 등등 수 많은 천재들이 있었다)이 이끄는 초창기를 지나 규모의 경제에 접어든 중견 산업이다. 즉, 단순 개인의 능력에 따라서 기업의 성공이 결정되는 산업이 아니라 조직적인 활동인 기업의 성공을 결판 짓는 산업이라는 뜻이다.

소프트웨어공학 연구소(SEI)는 13개 소프트웨어 조직에 대한 심도있는 조사를 통해, 체계적인 개선을 이룬 일반적인 조직은 연간 35%의 생산성 효과, 연간 19%의 일정 감소, 연간 39%의 출시 이후 결함 건수 감소 효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참고1) 물론 CMM같은 프로세스 진단 및 개선만을 통해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없다. 그러나 이 자료가 말하는 바는 적어도 개인의 능력 차이가 존재하는 조직이라도 조직적인 업무를 통해서 생상성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런 조직적인 성장이 뒤받침되는 (패키지) 소프트웨어 산업 구조를 이루지 못한 것은 우리나라가 아직 (패키지) 소프트웨어 산업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만한 시장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김대환 대표는 순이익 100억을 내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자고 하였는데, 소프트웨어 개발자만 노력해서 순이익 100억을 내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나라는 의문이 든다.  개발자의 자질 운운하기 전에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시장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월간 마이크로소프트웨어 2005년 11월호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의 역사와 명암”이라는 기사를 참조하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시장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6,000여개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있지만 이 중 패키지 업계는 200개 정도다. 즉,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증가율은 디지털 컨텐츠(온라인 게임과 인터넷 포탈 등)가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패키지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사실 상 정체 되고 있는 상태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개발자의 영향력이 가장 큰 분야는 패키지 소프트웨어다. SI나 디지털 컨텐츠의 성공여부는 개발자의 능력보다는 기획, 영업, 관리 적인 요소가 더 중요하다. 그나마 개발자의 영향력이 높은 소프트웨어 시장은 고사상태에 놓여 있다.

패키지 시장이 죽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대부분이 인식하듯이 불법 복제 때문이다. 아무리 피 땀 흘려 개발해도 제 돈내고 사는 사람이 없는 이상 슈퍼 개발자라도 먹고 살 방법이 없다. 그나마 패키지 시장을 먹여 살려줄 수 있는 분야는 공공분야다. 그러나 마소 기사에 따르면 정부에서 조달하는 주요 소프트웨어 가격은 2003년 기준 한글 2002 SE의 경우 시중가 75,000원에 조달가가 49,170원으로 시중가 대비 65%에 머문다고 한다. 이런 조달가는 한글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에 적용되어 적게 6%의 할인율에서 많게는 60%할인된 가격으로 공급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가격에라도 정부에 공급되면 다행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제품은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 조달도 불가능한 현실이다.  이렇듯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진흥해야할 정부조차 가격 논리로써 소프트웨어를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대기업에 납품되는 번들의 경우 더 심각한 상황이다. 2003년 기준으로 피씨딕의 경우 시중가 49,500원의 0.8%선인 400원에 납품되고 있으며, 그나마 한글 2002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서 시중가 75,000원의 13% 수준인 10,000원에 공급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수요처가 있는 대기업에서도 이런 터무니 없는 가격에 소프트웨어를 공급받고 있는 현실인데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서 돈을 벌수 있겠는가?

답답한 현실을 탓하기만 하면 발전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무시한 채  소프트웨어 시장의 발전을 개발자의 두 어깨에 짐을 놓는 것 또한 제대로된 현실 인식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김대환 대표는 노력하는 개발자가 되라는 의미에서 이런 연설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시장의 발전은 개발자의 노력만 가지고서 이룰어낼 수 있는 열매가 아니다. 여러가지 다른 요소들이 성장하는 가운데 개발자의 능력이 올라가야만 이루어낼 수 있다.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와 같은 천재들이 Google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들의 성공만 본다면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Google과 같은 초일류 기업이 생겼날 수 있는 사회적 배경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제대로된 잔디 구장없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어냈다. 우리 민족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 불구의 의지로 신화를 만들어낸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못 살고 못 먹고 사는 환경에서 성공한 영웅 신화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우리나라도 살고 있지 않나?

참고1 : Herbsleb, James et al., Benefits of CMM Based Software Process Improvement: Intial Results, Pittsburgh: Software Engineering Institute, Document CMU/SEI-94-TR-13, August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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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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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esponses to “우리에게 람보가 필요한가?”

  1. Daniel Says:

    저 같은 경우에도 6,500원짜리를 650원에 납품하고 있으니 10%는 되는군요.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을지… ^^;

  2. Hani Says:

    daniel님//
    pda쪽 개발을 하시는거 같군요.
    패키지쪽은 해외시장을 염두해 두지 않으면
    사업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울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긴 하지만, 불법 복제와 관행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고쳐지지 않는 이상 미래가
    밝지만은 않은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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