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환

어떤 분야든 승자독식이 고착화되면 그건 망한다

2012-08-03

몇 달 전에 출판사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나라에서 책만 써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극소수일 것이라는 나의 이야기에 대해서, 밥을 먹고 살려면 어느 정도의 셀링 파워를 가져야 할까,란 이야기로 대화가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그리고 화제는 응당 베스트셀러로 넘어갔다. 베스트셀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때 들은 출판사 사장님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대략 이런 뉘앙스로 이야기하셨다.

어떤 분야든 그 분야를 이끌어 가는 책이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베스트셀러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스테디셀러가 있죠. 대략 그 책이 몇 만 권 정도 팔리는 셀링 파워를 갖는다고 해보죠. 그럼 그 책 때문에 분야가 생기는데, 베스트셀러에는 못 미치지지만, 그 분야를 이끌고 가는 책을 바쳐주는 책들이 생기죠. 이 책들은 대략 만 권에서 왔다갔다하고, 그 다음으로 몇 천 권씩 팔리는 책들이 다수 생깁니다. 마지막으로 1쇄도 안 팔리는 책들이 출판되는 형태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베스트셀러가 중요하죠. 그냥 많이 팔리는 책이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서 시장을 터주는 책들요. 그런데 베스트셀러만 있으면 출판사가 먹고 못 살죠. 베스트셀러를 바쳐주는 책들이 얼마나 많이 나와서 시장을 넓히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판 시장에서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만 생기는 게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요.

한동안 한국영화가 흥행실적이 저조하다가 도둑들로 다시 한 번 1000만 관객의 기록에 도전한다고 한다. 물론 그런 대박을 치는 영화가 나오는 게 중요하기는 한데. 그런 승자독식 형태의 대박신화는 그다지 좋지만은 아닌 것 같다. 먹고 사는 측면에서 보자면 출판 시장이 그렇듯이 영화분야도 중박 이상의 되는 영화가 계속 나와주는 게 중요하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끊어지고 포식자들만이 남았을 때, 머지 않아 그 포식자조차도 사라지고 만다. 영화든 출판이든 모든 분야는 생태계와 비슷하다. 물론 생존법칙에 따라 적자가 생존해야 한다는 논리를 따른다면 대박만이 중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생존법칙이라는 게 자연의 법칙이 아니다. 정치 경제 체계는 인간이 만든 룰이다. 따라서 그 룰이 포식자만이 살게 할 때, 결론적으로 인간사회 전체를 아사시키는 첩경이지 않을까 한다.

반복되는 일상이 행복하지 않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