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fessional vs Amateur
“어쨌거나 잘나가는 신분이지. 1억 2천만밖에 안 되는 일본어 사용권 안에 직업작가가 몇이나 될 거 같아. 수백 명은 녹 먹고 있을 거 아냐? 편집자가 금이야 옥이야 대접해주고, 진행회의 한답시고 맛있는 음식 사주고, 식비 교통비 대줘서 호화 여행 다니고. 그런 나라, 세계적으로 일본밖에 없어. 이 나라는 작가 천국이란 말이야.” 오쿠다 히데요의 공중 그네 中에서
같은 시기에 졸업한 과선배 한 명이 있습니다. 형과는 힘든 전공실험도 같이 한 사이였기 때문에 가깝게 지냈죠. 졸업 쯤에 우연히 형이 소설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기에, 소설을 쓴다는 이야기는 농담처럼 들렸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궁금한 마음에 물었죠.
나 : “형! 소설 쓴다면서요? 대단한데요.”
형 : (살짝 웃으면서)”소설… 그렇지 뭐.”
당시에는 형이 쑥쓰러워서 대화를 계속하기가 싫다는 단편적인 생각에, 소설쓰기에 대해서 더 이상 물어보질 않았습니다. 소설에 대해서 형과 나눈 대화는 이것이 마지막이였습니다. 형도, 저도 직장을 잡고 새로운 생활을 위해서 학교를 떠났습니다. 정신 없는 직장 생활에 파묻혀 어느새 소설을 쓴다는 형의 이야기를 잊었습니다. 그런데 일년이 지났을 쯤 형이 등단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 형과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대화에서 제게 보였던 형의 미소는 쑥스러움이 아니라, 열정을 쫓는 이의 자신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등단 소식을 듣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형의 다른 소식을 들었습니다. 즉, 노트북에 배낭 하나만을 메고 아프리카로 떠났다는 소식이였습니다. 형의 여행 소식은 또 한번의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충격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어패가 있지만, 졸업 동기들이 자신이 속한 직장에서 성공을 위해 정신없이 달려갈 때, 글쓰기에 매진하기 위해서 새로운 곳을 향해 떠난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형의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오랜만에 형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러나 다소 아쉽게도(?)… 모철강 회사에 입사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물론 아프리카 여행 뒤에 만나지도 소식을 듣지도 못했기 때문에, 소설 쓰기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다시 취직을 했다는 이야기로 미루어 봐서는 등단 이후에 히트칠만한 작품을 내지 못한 듯 합니다. 물론 글쓰기는 계속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취직 이유에 대해서 형한테 직접 듣지 못했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생계가 가장 큰 이유였겠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선조들의 진리처럼… 일단 생계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형의 꿈인 글쓰기도 계속하지 못하겠죠.
갑자기 형이 생각난 이유는, 앞서 이야기 드린 공중 그네에서 일본 작가의 현실을 설명한 구절때문입니다. 일본의 문화산업 분야에서 영화가 상대적으로 뒤쳐진 반면, 출판 산업은 상당히 발달한 편입니다. 일본이 출판 시장이 발달한 이유는 폭 넓고 많은 독자층 뿐만이 아니라 무척이나 많은 수의 공공 도서관 덕분입니다. 이러한 발달된 출판 시장 덕분에 글만 써도 어느정도 생계가 해결되는 직업작가가 일본에는 존재합니다.
만약 형이 일본에서 태어났다면, 우리나라보다 꿈을 이루기가 더 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생계와 꿈을 같이 추구하는 좋은 환경때문입니다. 이 생각이 들자. 갑자기! professional과 amateur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라는 의문이 들더군요. 물론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의 깊이가 프로와 아마추어를 나누는 기준입니다. 그러나 지식을 제쳐 두고 생각해 보면, 프로와 아마추어의 표면적인 차이는 생계와 열정을 직업으로 해결하는 이는 프로고, 밥은 다른 직업으로 해결하고 열정은 돈을 써가면서 추구하는 사람은 아마추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마추어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에서 작가(만화가) 지망생이나 연극 지망생… 한마디로 예술로 먹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속한 시장입니다. 수 많은 연극 배우, 엑스트라, 무명 가수 등등이 자신의 열정으로 먹고 살고 싶지만, 부족한 능력내지는 모자른 운 때문에 다른 곳에서 양식을 구하고 꿈은 아마추어리즘으로 추구하는 현실,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아마추어리즘만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professional과 amateur를 구분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시장입니다!
물론 시장이라는 것은 자연 발생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이들을 위해서 인위적인 시장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음반을 내거나 공연을 해서 생계를 꾸리고,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가 나오는 소극장 연극에 취향이 맞는 관객이 들어온다면, professional과 amateur를 구분할 수 있는 시작일 겁니다. 즉, 우리 나라에서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추구하는 이들의 노력이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시장이 생긴다면… 2만불의 국민 소득을 올리는 것보다 더욱 더 행복한 대~한민국이 될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진정한 professional이 싹트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