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Hani

로망은, 실현되리라!

집단 광기와 백신

 

공포 영화에 나오는 좀비가 무서운 이유는, 한 때 친구였고, 동료였던 사람들이 주인공을 죽이기 위해서 쫓아온다는 데 있다. 즉, 오뉴월 더위 먹은 犬처럼 허떡거리며, 담걸린 사람처럼 구부정하게 쫓아오는 좀비는 모습만 놓고 봤을 때 저렙의 몬스터기 때문에 무서울 이유가 없다. 하지만 평화롭다고 믿고 있던 평범한 일상이 180도로 돌변해서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좀비에게 물리면 죽는다는 사실보다 더 공포스럽다.

그러나 현실의 좀비를 생각하면, 영화 속의 좀비는 양반이다. 이야기에 나오는 좀비야 일반 모드와 좀비 모드가 확실히 구분되기 때문에 주인공이 “아~”라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도망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의 좀비는 일반 모드와 좀비 모드가 구분되질 않는다. 좀비의 외형은 변하지 않고, 정신만이 normal mode와 crazy mode 사이를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영화 속 좀비에 당하는 주인공보다 현실의 좀비에 당하는 시민의 최후가 더 비참하고, 애끊는다.

영화에서는 좀비한테 물리거나 공격을 당해야지, 좀비가 되지만 현실은… 어느 순간에라도 좀비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 즉, xx 회사, xxx 학교, xxx 협회, xxx 당처럼 현대인은 최소 하나의 집단에 속한다. 집에서는 좋은 아빠, 성실한 가장, 착한 아들이지만 밥 한숱가락 뜨고 출근한 직장에만 가면 좀비 모드가 되서 선량한 시민을 공격한다. 무섭다. 누가 좀비고 누가 일반인이지 모를 이 좀비 사회가…

습작 from Hani

윗 글은 제가 시간나면 틈틈히 써보는 습작 노트에서 발췌했습니다. 프로젝트 리더로 일을 진행하다 보면, 제 논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논리로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일종의 개인으로서 나와 조직으로서 나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정신분열적 사고 방식입니다. 물론 이런 상태가 계속 진행된다면 정신병이지만, 일 때문이라는 자기 변명 속에서 진행되는 정신 작용이기 때문에 금방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이러는 사이에 정신적 괴리로 생기는 멀미 때문에 고생하기도 합니다.

조직의 논리로 생각하다 보면, 한편에서 선량한 시민이 희생당합니다. 물론 가슴 아픈 현실이지만, 조직이 살아야 개인이 있다는 조직 논리에서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진리(?)입니다. 그러나 조직 논리라는 틀 속에서 자기 반성 없는 사고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조직 논리로만 생각하는 진짜 좀비가 되고 맙니다. 이런 현실의 좀비를 만들어 내는 바이러스가 바로 집단 광기입니다.

냉탕과 온탕을 번갈아 가면서 냉온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운동이 필요하듯이, 집단 광기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 주의라는 백신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나친 백신은 개인을 초~초~각성 상태로 만들어서 여기저기 돌아 다니는 좀비를 남김없이 없애지만, 좀비의 특성은 누구나 될 수 있고, 끝없이 나오기 때문에 이런 살육은 되풀이 되는 무모한 행동입니다. 즉, 공포 영화 속 주인공이 시리즈물이 끝나지 않는 이상 좀비에 쫓겨 다니듯이, 개인이 집단이라는 영화를 뒤쳐나오지 않는 이상 집단 광기에 노출된 좀비에 쫓겨 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집단 광기에 노출된 곳에서 살아 가기 위해서는 약간의 좀비스러움과 인간미를 잃지 않는 정도의 개인 주의 백신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마치 헬보이, 스폰과 같이 저주받은 인생이 각성을 통해서 선을 추구하는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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