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Hani

로망은, 실현되리라!

이바 야곱슨 박사

 

작년 11월 회사에서 Embedded S/W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 UML 창시자 중 한명인 이바 야곱슨 박사를 초정해서 세미나를 열었다. 이바 야곱슨 박사를 처음 만난 건, 정확히 이야기하면 처음 본 것은 2003년 국내에서 개최된 세미나였다. 강연 내용은 UML의 개론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가슴에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년 세미나에서는 야곱슨 박사에게 1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할당되었기 때문에, 박사의 오랜 세월 필드에서 갈고 닦은 거장의 철학을 접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세미나는 서울 모처에 위치한 회사 연구소에서 아침 9시에 잡혀 있었다. 처음 가는 곳이라서 일찍 일어나서 분주히 서둘렀더니 40분정도 일찍 도착했다.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세미나 진행 Staff 은 나와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세미나가 열리기로 한 회의실에 들어가니, 깜깜한게 불조차 켜있지 않았다. 속으로 “시간이 몇 시데 세미나 준비도 안하는거야!” 생각을 하며, 일찍 도착한 심통에 알지도 못하는 Staff을 탓했다. 계절은 아직 초겨울이었지만 무척 쌀쌀해서, 난방이 안되는 회의실은 추웠다. 불을 켜고 맨 앞자리로 향했다.

대학교 때는 주로 강의실 뒤의 기둥이 나와 있는 자리를 이용했지만, 그 날은 야곱슨 박사의 열강을 생생히 보고 싶다는 생각에 앞에 앉기로 했다. 의자를 빼고 앉으니 방안의 냉기가 엉덩이에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엉덩이가 시리자 다시 속에서 욱하고 무언가가 치밀어 올라 왔다. “으~ 난방이라도 좀 틀어주지…”라 생각하며 투덜투덜 거리고 앉아 있자니, 의자와 엉덩이 사이의 열역학적 평형 상태에 도달하는 것 같았다.(역시 인간은 환경에 잘 적응하는 동물이다.) 추운 회의실이었지만 아침에 부산을 떨었더니 노곤한게 잠이 오기 시작했다.

세미나를 위해 좀 자 두자는 생각으로 책상위에 가지고 온 가방을 베개 삼아 깔고 잠을 청했다. 5분이나 흘렀을까? 누군가가 들어오는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세미나 준비를 위해 Staff들이 들어 오는거라 생각했다.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몸이 말을 안들었다. 가위에 눌린거라고 말하기에는 좀 약하지만, 잠시 꿈과 현실의 경계 사이에서 허우적 되고 있는 사이 발자국 소리가 내 옆을 지나 강단으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제길슨~ 무슨 졸다가 가위에 눌리냐~”라는 생각을 하면서 간신히 잠에서 깰 수 있었다.

일어나서 입을 닦으니 약간의 타액이 손등에 묻었다.(짧았지만 아주 달콤하게 잤다!) 그리고 머리 무게를 받쳤던 오른쪽 볼이 욱씬 욱씬 하는게 보지 않아도 붉게 눌린 자국이 남아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눈이 제 상태로 돌아 오자 강단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머리 색이 노란게 몽골계통의 혈통을 지닌 사람이 아닌거 같았다. 이런! 이 생각이 들자. 잠이 확 달아 났다. 바로 강단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이바 야곱슨 박사였다. “어떻게 Staff 보다 먼저 온거지…”

나 : Goo…d Morn…ing!
야곱슨 박사 : Good Morning!
나 : …

사람이 졸리면 자는게 부끄러워할 일도 아닌것을, 생전 내국인한테도 침 흘리고 자는걸 보여준 적이 없는데.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아무튼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세미나 Staff들이 나타나 부산하게 준비를 하였다. 세미나는 시작되었고, 야곱슨 박사와 어색한 첫 만남의 순간을 기억에서 지우고 집중하려 했지만 가끔씩 내 쪽을 향해 웃는 야곱슨 박사의 모습이 왠지 모를 여운을 남겼다.

기억에 남는 내용은 참석자 중 한명이 S/W 개발 프로세스 개선을 위해서 CMM 도입을 추진할려고 하는데, 이것이 도움이 될 것인가 라는 물음에 답한 것이다. 야곱슨 박사가 이 질문을 받자, 껑충껑충 뛰면서(진짜 할아버지가 강단의 끝에서 가운데 쪽으로 껑충껑충 뛰었다.) No CMM! CMM is no brain work!(정확히 말한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의미로 이야기했다.) 아무튼 단어 한마디 할 때마다 껑충 껑충 뛰면서 뜻을 강조하려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CMM이 100% 소용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CMM에 의지해서 S/W 품질을 올릴려고 하는 것은 다소 무책임하고 현명한 방법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CMM의 효용성에 관한 Post를 한 적이 있으니 아래의 Post를 참조 바란다.

망치 제조 성숙도 모델의 딜레마

세미나가 끝나고 야곱슨 박사하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느꼈던 점은 S/W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나이는 모르지만, 그 나이에도 자신의 일을 즐기면서 살 수 있다는 점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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