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間
인간이란 무엇일까?
말의 뜻을 알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사전을 찾아 보는 것이다. Naver 국어사전에 물어봤다. “네이버야~ 네이버야~ 인간이란 뭐니?” 네이버는 친절하게 아래와 같이 답했다.
인간(人間)[명사]
1.사람. 인류(人類).
2.사람의 됨됨이.
¶그는 인간이 됐어.
3.사람이 사는 세상. 세간(世間).
¶환웅이 인간에 내려와서 백성을 다스리다.
4.‘마음에 마땅치 않은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
¶저 인간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는다.인간 만사는 새옹지마라
[인간의 길흉화복은 돌고 돈다는 뜻으로] 인생의 덧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것 저것 알려 주기는 하는데 핵심은 인간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이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면 인간이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다시 네이버 국어 사전에 물어 봤다. “네이버야~ 네이버야~ 사람이 뭐니?” 인간보다 검색 결과가 길게 나오지만 핵심은 다음과 같다.
사ː람[명사]
1.가장 진보된 고등 동물. 지능이 높고 서서 걸으며, 말·연모·불을 사용하면서 문화를 만들어 내고, 사유하는 능력을 지님. 인간. 인류.
위의 정의를 읽어 보면 사람이란 이런 저런 특징으로 설명되지만, 인간 혹은 인류라 할 수 있다. 결국 인간의 정의는 사람으로 끝나고 사람의 정의는 인간으로 끝난다. 원숭이 두마리가 서로 꼬리를 잡고 뱅글 뱅글 제자리에서 도는 것처럼, 단어가 서로의 뜻을 물고 돌기 시작한다. 인간은 사람이고 사람은 인간이다. 인간은 사람이고 사람은 인간이다… 무슨 염불도 아니고, 동해물과 마르고 닳도록 끝나지 않을 말 장난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을 가져다 이 악순환을 끊지 않는 이상, 이 밤이 세도록 나의 간단한 질문 “인간은 무엇일까?”의 답은 얻지 못할 것 같다.
찾지 못하면 스스로 구하라! 차라리 내 질문에 내가 답을 해보자. 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인간이라 했을까? 인간은 한문으로 ‘人間’이라 쓴다. 즉, 인간은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뜻이다. 옛날 사람들은 인간의 의미를 개인에 둔 것이 아니다. 즉, 둘 이상의 사람 사이에서 인간의 의미를 찾은 것이다. 좀 더 풀어서 이야기하면 사람 한명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뷰 안하기로 소문난 ‘토지’의 작가 박경리氏가 작년 말에 KBS와 TV 인터뷰를 가졌다. 사회자가 묻기를 박경리氏는 왜 인터뷰도 하지 않고 농사를 지으면서 소설만 쓰고, 동료나 다른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물론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뉘앙스로 물어봤다.) 박경리氏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자유롭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자유롭고 싶은 사람은 고독할 수 밖에 없다.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인간은 자유로울 수 없다. 작가는 자유로와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서 자유로울 수 밖에 없으며, 따라서 고독하다.
인생의 혜안을 가진 노작가의 답변이라고 생각한다.(위의 답변이 정확한 것은 아니다. 큰 줄기가 그렇다는 것이다.) 따라서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외친 석가모니나 인류의 죄를 안고 십자가에 목 박힌 예수를 성인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사람들 사이의 평범한 즐거움을 포기하고 절대적인 자유와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고독을 택했기 때문이다.
절대적 자유를 택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의미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찾는다. 즉,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도 사람이지만, 우리를 가장 기쁘게 하는 것도 사람이다.
지난 7년간의 회사 생활을 돌이켜 보면,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15개 정도가 된다. 만약 누군가가 내게 지난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난 무엇이라고 답할까? 아마도 특정 프로젝트나 기술적인 것을 묻지 않는다면 사람이라고 답할 것이다. 며칠 밤을 괴롭혔던 메신저 개발 프로젝트도 아니고, Hang이 너무 오래 걸려서 optimization에 날 미치게 만들었던 sql문도 아니다. 몇 달을 동고동락하면서 미우나 고우나 밤을 같이 했던 동료들… 그리고 힘든 일과를 마치고 들린 호프집에서 마셨던 차가운 맥주 한잔과 나누었던 따뜻한 이야기들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따라서 이런 인간적인 정과 따스함 때문에 우리는 회사에 나가서 일을 하고, 말도 안되는 스펙의 프로젝트를 서로 격려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이다.
가끔 나에게 도움을 받아서 고맙다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쑥스러워서 말 못한 것도 있지만, 사실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게는 큰 기쁨이 된다. 반대로 그런 고마움을 표시하는 분들에게 내가 고맙다는 말을 했어야 했다.
다음주면 5년이라는 시간을 같이 보낸 선배이자 동료인 김선임이 더 큰 꿈을 펼치기 위해서 회사를 떠난다. 내게 도움을 줘서 고맙다고 했지만, 사실은 같이 일할 수 있었던 그 시간이 내게 더 기쁨이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김선임님! 새로운 곳에서 더 큰 꿈 이루세요! 그리고 같이 보낸 시간 잊지 않을께요!”
※ 이제 형을 형이라 부를 수 있게 되었네요. ㅋㅋㅋ. 신형, 목형, 한형, 유형, 김언니. 다들 잘 되는걸 보니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