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Hani

로망은, 실현되리라!

Dr. House

 

병원 놀이 장민수 작사 / 장정옥 작곡

여보세요 여보세요 배가 아파요
배 아프고 열이 나니 어떡할까요
어느 어느 병원에 가야 할까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나는 의사요
배 아프고 열이 나면 빨리 오세요
여기는 소아과 병원입니다

어렸을 적에 한번씩 불러 봤을 ‘병원 놀이’라는 동요이다. 유치원에 다녔을 때, 이쁜 선생님의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서 따라 부르자니 금방 외울 수 있었다. 거기다 이쁜 선생님의 배 아프고 머리 아픈 율동까지 보고 따라했더니 성인이 되서도 외울수 있게 된거 같다. 성인이 되서도 잊지 못하는 이런 동요를 지은 목적이 무엇일까? 대략 추측건데, 표현력이 많이 발달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노래로써 배 아프고 열이 나면 부모님께 빨리 알릴 수 있도록 학습 시키려는 이유가 아닐까? ‘병원 놀이’ 동요를 배운 철이가 갑자기 아프게 됐다고 가정해 보자. 평소처럼 “엄마! 나 배 아파~” 하는 것보다는 동요의 후렴구처럼 “엄마! 나 소아과 병원가야 할거 같아~” 라고 하면 엄마는 철이의 이야기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그럴싸하게 들지지 않나?)

그러나 ‘병원 놀이’ 동요 때문이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어른들도 동요처럼 배 아프면 내과부터 간다.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건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배가 아프다고 내과에 가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친구 중에 한명은 배가 아파서 동네 내과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의사 :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친구 : 위가 아파서 왔는데요.
의사 : (놀라면서) 어떻게 위가 아픈지 아시죠?
친구 : … (가운데 배를 가르키면서) 여기가 아프면 위 아닌가요?
의사 : (웃으면서) 나도 진찰해 보기 전까지 잘 모르겠는데, 위가 아픈걸 알다니 대단한데요.

이 친구의 병명은 무엇으로 밝혀졌을까? 맹장염이었다.(다행히 내과는 맞았다.) 내 경우를 이야기해 보자. 중학교 때 아침에 일어나니 입이 안 벌어졌다. 그래도 어떻게든 결석을 하기 싫어서 학교에는 갔다. 오전 수업은 대충 마치고 점심 시간이 되었다. 밥을 먹을려고 입을 벌려도 평소의 1/3정도 밖에 벌려지지 않아서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어찌 어찌해서 수업을 마치고 어머니와 함께 동네 정형외과를 찾았다. 당연히 입이 안 벌어지니 관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의사는 엑스 레이도 찍고 몇 가지 묻더니, 병명도 가르쳐 주지 않고 약을 줄테니 일주일 정도 먹으라고 했다. 일주일을 약을 먹었지만, 별 차도가 없어 다른 정형외과를 찾았다.(일주일동안 1/3쯤 벌려지는 입으로 말하고 밥 먹자니 살도 빠지고 정신도 이상해 지는거 같았다.) 그런데 새로 찾은 정형외과에서는 놀랍게도 치과 질환이기 때문에 진단서를 써줄테니 대학 병원 치과에 가보라는 것이었다. 놀란 어머니와 더 놀란 나는 다음날 아침 일찍 소개 받은 대학 병원 치과에 갔다. 예약을 안하고 갔더니 2-3시간을 기달려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 : 어디가 아파요?
: 터의 자아알 안 버려지여요(=턱이 잘 안 벌려져요. 턱이 안 벌려져 발음이 세었다.)
의사 : 진짜 많이 안 벌려지나 보네, 제일 크게 벌려 봐요.
: 으~~아… 툭(크게 벌리면 턱 관절에서 툭 소리가 났다.)
의사 : 밤에 잘 자요?
: 네에? 자문 일지기 자아려고 느우눈데 자미 자알 안 아요.(=내? 잠은 일찍 잘려고 누웠는데 잠이 잘 안와요.)
의사 : 밤에 안 자고 야한 생각하는 거지?
: 므~슨 소오리 세요?(=무슨 소리세요?)
의사 : 약 지어줄테니까 밤에 한 알씩 먹고 잠 안오면 앉아서 있다가 잠 올때 자요.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은 수면제였다. 아마도 사춘기 때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턱관절에 무리가 왔던 것이다. 의사가 처방해 준 수면제 덕분에 며칠 숙면을 취했더니 씻은 듯이 나았다.

병이 나서 병원을 찾아 진찰, 치료 받는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배가 아픈 경우 대부분이 내과를 찾는다. 의사는 문진을 통해서 환자의 병 상태를 살피고, 증상이 가벼운 경우 의사의 경험에 기초해서 처방전을 작성해 주고 진료를 마친다. 개업의를 하기 위해서는 혹독한 수련 생활을 거치기 때문에 경험에 근거한 진료는 대부분 적절한 처방으로 결론난다. 하지만 정확한 수치는 말할 수 없지만, 1차적 진료 행위로 병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각종 검사를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배가 아픈 경우, 엑스 레이, 피 검사, 초음파 검사, 위 내시경 검사, 대장 내시경 검사, 조직 검사 등등 비 전문가가 아는 수준에도 수 많은 검사들이 있다. 만일 이런 검사에도 병명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는 신경성 질환으로 진단되거나 다른 전문과로 진찰 의뢰가 들어가게 된다.

의사는 신이 아니다. 따라서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경우에는 적절한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없다. 내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은 의사의 진료나 진단 행위가 아니라, 환자들의 병원 선택 메카니즘에 관한 것이다. 우리가 아플 때 찾게 되는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배가 아프면 내과, 눈이 아프면 안과, 관절이 아프면 정형외과를 찾는다. 물론 증상과 병을 치료하는 병원의 선택 기준은 상관 관계는 있지만, 배가 아프다고 치료의 원인을 내과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의사는 환자의 증상에만 의존해서 병을 진단하지 않는다. 현대 의술이 오늘날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최첨단으로 발달한 검사 장비가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의사가 환자의 말에만 기울여서 처방을 내린다면 상당히 많은 오진을 범할 것이다. 물론 환자의 말은 어느 정도 질병의 단서를 제공하지만,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병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House (source from : http://www.fox.com/house/)

지금까지의 얘기와는 반대로 100% 환자를 믿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현실은 아니지만 탄탄한 스토리와 살아 있는 캐릭터로 실제와 같은 느낌을 주는 Fox의 House라는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House라는 의사다. House는 동료 의사의 오진으로 인해 한쪽 다리에 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의사로써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신체적인 이유 때문인지, 그는 모든 사람들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한다. 즉, 환자가 하는 말을 믿지 않는다. 환자는 항상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그가 가진 지식과 검사 결과만을 가지고 병의 원인을 알아낼려고 한다. House 박사의 두뇌 싸움과 이 사이에 환자들이 하는 거짓말과 진실이 교묘히 어울려 극적 재미를 높이는 것이 이 드라마의 관전 Point다.

S/W 개발 프로젝트 이야기를 해보자. PL(Project Leader)과 개발자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와 비슷하다. 예를 들어 B 개발자가 담당하고 있는 A모듈에 Delay가 생겼다고 해보자. 보통 지연이 예견되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프로젝트에서는 지연이 발생하기 전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즉, 개발에 지연이 생기고 나서 PL은 지연 사유를 알고자 한다. 마치 환자가 병이 나서 의사를 찾는 것과 유사하다. 이 때 PL이 지연 사유를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B 개발자에게 가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묻는 것이다. 이 부분은 의사가 환자를 문진하는 경우와 같다. 여기서 유능한 PL과 일반적인 PL이 나뉜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PL이라고 한다면, 개발자가 지연의 사유라고 말하는 것을 100% 믿지 않는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혜안으로 개발자가 지연 사유라고 말하는 것의 넘어에 있는 진실을 본다. 하지만 경험이 적거나, 개발자에 대해서 무한한 신뢰를 보이는 PL이라고 한다면 개발자의 지연 사유를 99.999%의 진실로 받아들인다.

이런 무한 신뢰 내지는 경험 없음은 의사가 환자의 말만을 믿고 처방을 내리는 것과 같다.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검사가 동반되지 않는 문진은 오진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경험 많은 의사의 경우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고, 경험 없는 의사의 경우 오진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자에 대한 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S/W 개발 프로젝트에서 지연에 대한 정확한 사유를 알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검사 데이터가 필요하다. PL이 항상 의심의 눈초리로 개발자의 말을 듣는다면, 의심 받는 개발자와 의심하는 PL 사이에는 불신의 벽이 자리 잡아, 오진으로 인한 손실보다 더 큰 타격을 프로젝트에 줄 것이다.

따라서 의사들이 최첨단의 검사 장비로 무장하는 것처럼 PL은 개발 지연이 발생할 것에 대비해서 다양한 검사 장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검사 장치로는 Unit Test, 상세한 개발 명세서, 버그 관리툴, 형상 관리툴 등이 해당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검사 장치는 설계자, 개발자, PL 3인이 합의해서 만들어낸 개발 계획이다. 어느 정도 High Level Design(HLD)이 완료된 후 각 개발 담당별로 모듈 개발이 할당된다. 이 때 개발 계획을 PL이 짜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가 할당된 HLD를 기준으로 개발자가 Work Breakdown Structure(WBS)를 만들어 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해당 개발자가 다른 프로젝트에 참여한 데이터가 있다면 해당 개발자의 실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이력 정보를 토대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자가 수립한 계획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다. 반대로 새로 투입된 개발자라 한다면 상식적인 수준에서 개발 계획을 수립하게 하고, 지속적으로 개발 계획을 갱신하게 함으로써 부족한 이력 정보를 보충할 수 있게 한다. 만일 신규 개발자가 프로젝트 중반이나 후반에 지연을 한다면, 지연 부분에 대해서는 프로젝트 동안 축적된 이력 정보를 이용해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개발 계획을 가지고 지연이 발생했을 때 검사할 수 있는 상세한 방법은 다음 Post에서 말하겠다.)

House를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은 House 박사가 냉혈한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물론 박사의 차가움이 극의 전반에 흐르는 것이 사실이지만 House 박사의 인간에 대한 열정이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것이다. 즉, 따뜻한 휴머니즘을 기본으로 한 냉철한 이성의 소유자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허준을 최고의 명의의 반열에 올려 놓는 것은 끊임없는 노력과 의술 뿐만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마찬가지로 PL도 냉철한 지성으로 발생되는 지연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동료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지 않고서는 냉철한 지성만으로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2 Responses to “Dr. House”

  1. 최재훈 Says:

    하우스, 정말 최고의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하우스씨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여러 사람의 모습이 오버래핑됩니다.

    어쩌면 정말 뛰어난 사람은 하우스가 아니라 그 캐릭터를 창조해낸 시나리오 작가가 아닐까요?

  2. Hani Says:

    재훈님.
    신이 인간을 창조했다면, 뛰어난 천재를 보고 보통인이 감흥받는 것은 천재를 통해서 신의 실루엣을 보기 때문이 아닐까요? :) 하우스에 감동하기는 하지만, 작가와 프로듀서 감독… 이 모든이의 능력에 감탄하고 있습니다.

Leave a Reply

가끔 스팸차단기에 의해 코멘트(트랙백)가 막히나, 하루에 한번씩 정상처리 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