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에 맡기기(Risk 관리의 필요성)
뽑기를 기억하시나요? 초등학교 하교 길에 수 많은 초등학생의 주머니를 노렸던 뽑기에 코 묻은 동전 몇개를 받치지 않았던 사람은 없을 겁니다.
뽑기 종류도 많았지만,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건 50원에 한판이었던 설탕을 녹여 만든 사탕 뽑기였습니다. 다들 기억나실거에요. 꽝은 어른 손가락 두개만한 사탕에서 부터 대박이라고 할 수 있는 1:1 scale의 잉어 사탕까지, 50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지불했지만 성년이 된 지금 나름대로 추억거리라 생각합니다.
세태는 돌고 도는 법, 요즘 초등학생은 어떤 뽑기를 하는지 궁금해 web surfing을 하다 이런 기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격세지감이라는 표현이 딱인거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추억의 뽑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네요. 어른들의 상혼이 어린이들의 추억마저 변질시키는거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뽑기 이야기는 여기서 접고, 본론으로 들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것과 뽑기와는 닮은 점이 많은거 같습니다. 왠 쌩뚱 맞게 뽑기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닮은 점이 있다고 하냐구요? 못 믿으시겠다면 예를 하나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여러분 앞에 상자가 하나 있다고 가정을 해 봅시다. 이 상자에는 S/W 개발 Project을 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나쁜 상황을 (개발 납기 지연, 개발자 퇴사, 개발 비용 증가, 팀의식 악화, 사소한 PC 고장 등등) 적은 쪽지와 ‘꽝’이라고 적혀 있는 쪽지가 적당한 비율로 섞여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프로젝트 팀원 중 한명이 매일 이 상자에서 쪽지를 하나씩 뽑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 뽑기 상자는 신비한 마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뽑은 쪽지의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즉 “개발 납기가 10일 지연 됩니다”를 뽑게 되면 너무나 신기하게도 개발 납기가 10일 지연되는겁니다. 반대로 ‘꽝’을 뽑게 되면 그 날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습니다.
자~ 이런 식의 뽑기를 매일 한다면 PL은 아침마다 신경이 곤두 서게 됩니다. 재수없게 며칠 연속으로 나쁜 쪽지를 뽑게 되는 판이면 주위에서 알려 주는 유명한 박수 무당에게 가서 살풀이 굿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일 것입니다.
우리가 몸 담게 되는 프로젝트는 이런 뽑기 상자를 하나 씩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는 너무 운이 좋아서 나쁜 쪽지의 비율이 5% 미만일 수도 있고, 또 다른 프로젝트는 억세게 운이 없어 나쁜 쪽지의 비율이 반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나쁜 쪽지를 뽑는다는 것은 프로젝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프로젝트에서 Risk가 발생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나쁜 쪽지가 많이 들어 있는 상자를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는 Risk 발생 정도가 높은 High risk project라 할 수 있으며, 반대로 나쁜 쪽지가 거의 들어 있지 않는 상자를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는 Low risk project라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Low risk project가 걸리길…
그렇다면 Low risk project는 High risk project보다 좋은 걸까요? “피플웨어”를 쓴 톰 디마르코와 티모시 리스터의 또 다른 명저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서의 리스크 관리”에서는 Low risk Project와 High risk project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은 결코 좋은 전략이 아니다. 여러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가끔은 리스크가 전혀 없어 보이는 프로젝트를 할 때가 있다. 그런 손쉬운 프로젝트를 맡기 위해 노력도 하고, 덕분에 쉬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을 때는 조상님께 감사했던 기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왜냐하면 리스크가 없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는 것은 정말 가치 없는 일이다. … 리스크가 없는 프로젝트는 절대로 하지 마라 … 리스크와 이익은 항상 동전의 양면과 같다. 보통 프로젝트에 리스크가 많은 이유는 프로젝트를 통해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미지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
즉 톰과 티모시는 High risk project에서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가능성이라 함은 High risk project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역량 성장, 높은 성과, 고객의 좋은 평가라 할 수 있겠죠. 톰과 티모시의 주장이 맞다라면 우리는 High risk project를 피해야 할 장애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의 대상으로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High risk project가 문제가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문제는 High risk project가 아니라, Risk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입니다. 앞에서 들었던 예처럼 매일마다 뽑기를 하는 심정으로 프로젝트의 Risk를 대하는 거죠. 오로지 운에 맡기면서 프로젝트가 아무런 탈없이 종료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재수 좋게 나쁜 쪽지가 없는 Low risk project라 하면 별 문제 없겠지만, High risk project라면 문제의 심각성이 매우 높을 것입니다.
Risk는 모든 project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면, 우리는 발생된 Risk가 project를 망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따라서 project를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Risk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죠. 오늘은 여기에서 post를 마치고 다음 차례에 Risk관리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post하도록 하겠습니다. (언제라고 기약은 못 하겠습니다. 자주 방문하시면 언제간 post 되어 있겠죠? ^^)
※ 며칠 연속으로 나쁜 쪽지를 뽑은 PL이 고심 끝에 용하다는 무당을 찾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은 무당이 부적 하나를 써주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적 값으로 100만원이나 달라고 하는군요. 사기꾼 같은 무당이라고 PL은 속으로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며칠 계속 되는 불운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100만원 짜리 부적을 쓰게됩니다. PL이 못보도록 부적을 쓴 무당은 부적을 봉투에 넣은 후
“이 부적을 상자에 붙히면 효과가 있을거야. 프로젝트 끝나면 봉투에서 부적을 꺼내 불태워.”
PL은 부적이 든 봉투를 가지고와 무당이 시킨대로 상자에 붙혔습니다. 이를 본 팀원들은 며칠 계속된 불운에 PL이 맛이 갔다고 생각했습니다만, 한편으로는 부적이 효험이 있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 너무나 지은 듯한 얘기처럼 부적을 붙인 다음 날부터 프로젝트가 끝나는 날까지 나쁜 쪽지를 뽑아도 그 쪽지의 일이 발생하지 않는겁니다. (너무 지은 얘기같이 티나죠?) 드디어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나고 PL은 부적을 태우기 위해서, 상자에 붙은 봉투에서 부적을 꺼내어 봅니다. PL은 부적에 적힌 글을 보고 놀랍니다. 부적에는
“PL君 다음부터는 비싼 부적 쓰지말고, Risk관리하게나.”
라고 적혀 있었다는군요.
May 15th, 2008 at 4:23 pm
좋은 내용, 담아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