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 Solid State Society
* 이 post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페이퍼뷰 방식으로 9월 1일 방영된 “공각기동대, Solid State Society”를 보았다. 촌평은… 극장판으로 개봉해도 상관없을 정도의 스토리나 Visual한 측면에서 완성도를 보인 작품이다. Solid State Society(이하 SSS)를 관통하는 주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급속하게 노령화는 되는 일본 사회의 문제점, 조직을 떠나 프리랜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냐는 문제(소령의 문제), 엘리트를 잃은 조직이 규모의 경제로 엘리트의 공백을 메꿀 수 있냐는 문제(공안 9과의 문제), Stand Alone Complex의 다른 변주곡(네트웍에 형성된 무의식, 귀부노인), 그리고 shell 혹은 네트웍 어딘가에 존재하는 Ghost의 문제다.
여러가지로 나열은 했지만, 결국에는
- 인간
- 사회
- 영혼
에 관한 또 다른 공각기동대 이야기다.

하지만 SSS를 보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문제는… 인간의 존재에 관한 의문이었다.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에서 인간은 유전자를 보존하는 수단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즉, 인간 자체가 존재의 목적이 아닌, 인간의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서 유전자가 인간을 시간에 대한 매체로 활용한다는 주장이다. 자고 먹고 싸고 사랑하는 인간의 목적성은 인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를 안전하게 미래에 전달한다는 데 있다는 뜻이다.
귀부노인의 문제는 이기적 유전자의 단면을 보여 주는 예이다. 결혼이라는 속박이 싫어서 독신으로 혼자 살았지만, 늙고 병들은 노인들은 결국 간호넷에 접속해서 생명을 유지한다. 이 귀부노인들은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평생 모아 놓은 재산이 국가에 환원됨으로써 자신의 존재적 가치를 투영해 놓은 富가 없어지는 것을 두려워 한다. 따라서 학대받는 아이를 유괴하는 일에 동참해서 자신의 호적에 학대받는 아이를 올린다. 귀부노인들이 아이들을 호적에 올리는 이유는, 자신의 유산을 물려 주기 위함이다.

인간은 장자 상속이라는 어찌보면 불합리한 제도를 수천년간 유지했다. 대륙을 소유한 황제부터, 조그만한 농사 지을 땅을 소유한 촌부까지 재산의 크기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장자 상속의 집착은 비슷하다. 인간은 크게 부와 자식을 남긴다.(물론 어떤 이는 지식을 남긴다. 어찌보면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유전자를 넘어선 나라는 존재 흔적을 남기기 위한 노력일지도 모른다.)
도킨스의 주장대로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고 했을 때, 인간이 자식을 남기기 위해서 치루어야 하는 댓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장자 상속에 집착하는 이유도, 자신이 이루어 놓은 부를 균할 상속이라는 형태로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박경철 부자 경제학)
결국, 인간의 존재적 이유를 돌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처럼 카미야마 감독이 생각한지 모르겠지만, 귀부노인의 문제는 이기적 유전자의 한 면을 떠올리게 하는 씁쓸한 시퀀스였다. 즉, 공각기동대에서 묘사하는 기술의 발전은 인간으로 지닌 한계성이 하나씩 제거되는 현재의 진행형을 보여준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야기의 맞고 틀림을 떠나서, 기술의 발달은 연약한 육체라는 갇혀있는 욕망들의 봉인을 하나씩 해체하고 있다. 결국 해체의 흐름은 거대한 질량의 움직임이기에 거역할 수는 없지만… 이기적 유전자가 되었건, 종교적 존재가 되었건, 인간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육체의 연약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October 25th, 2006 at 8:47 am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애니였지…
가볍게 볼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생각을 무겁게 하더라…
October 25th, 2006 at 7:11 pm
친구.
그래도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