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

나이를 먹으면서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 때가 가끔 있다. 특히 존경하는 인물이 하나씩 사라질 때가 그렇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도덕적 잣대나 윤리 의식이 뛰어나기 때문은 아니다. 단지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아이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아름답던 세상의 이면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반대로 어렸을 적, 그다지 중요한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무척 소중한 것임을 깨달을 때가 있다. 크게 보았던 것은 하찮아지고, 작았던 것을 다시 발견하는 인생의 아이러니인 셈이다. 무한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아껴 쓰기에도 모자라다는 사실에, 사람들이 나를 잘 알아서 어쩔 때는 귀찮게도 하지만 그런 이해가 흔하지 않다는 사실에, 늦은 근무를 마치고 천근같은 발걸음을 옮길 때 건강의 소중함에… 그리고 돈 벌기가 공부하기보다 더 어렵고 가끔 치사한다는 생각이 들 때, 어릴 적 쳐져있던 아버지 어깨 위에 내가 느끼는 만큼의 삶의 무게가 놓여 있었다는 사실에, 조금이나마 어른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아마도 남자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시기는 아버지를 한 남자가 아닌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즉,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단지 상상력이 뛰어난 것만으로 타인의 삶을 가늠할 수 없다.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따라서 걸어 봐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서야 난 아버지가 걸어오신 인생길을 제대로 걷기 시작했다.

반대로 내가 십칠년 전에게 걸어왔던 길 위에 아버지가 계신다. 아버지는 환갑이 넘으신 나이에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하셨다. 아버지에게 더블 클릭을 알려드리느라 고생했던 일이 엊그제인데, 오늘은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

아버지 : Hani야. 블로그가 뭐냐?
나 : 블로그요? 왜 그러시는데요?
아버지 : 블로그에 글 같은 거 올린다고 하는데, 맞니?
나 : 내… 맞죠. 글 올리실려고요.
아버지 : 그래. 블로그 만드는데 돈 안 들면 하나 만들어 줘라.

컴퓨터를 만지는 젊은 사람들도 관심을 두지 않는 블로그 세계까지 아버지는 어느새 오셨던 것이다. 아버지를 옆에서 지켜 보고 있으면 진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다는 생각이 든다. 패배주의에 빠져서 자신과 타협할 때마다, 순수한 호기심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시는 아버지가 떠올라 마음을 다잡곤 했다. 이럴 때마다 내 마음 한 곳에는 존경이라는 단어가 떠오른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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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

This is Hani! My job is consulting, system design and project management... Sometimes coding. I hope you have a great time on my blog.

2 Responses to “존경”

  1. 마잇 Says:

    더블클릭은 확실히 알려드리기 힘들었습니다. 익숙해지시는게 힘들었다고 해야 되겠군요. -_-

    세대가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게 참 좋은 경험히다 싶은데 아버님의 글쓰기가 잘 되시길 빕니다.

    세대의 차이가 클수록 얼굴을 맞댈 기회도 적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도 힘든데 블로그같이 간접적인 방법으로 대화할 수 있어서 사회 전체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2. Hani Says:

    마잇님.
    선입관 없이 글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말씀하신 것처럼
    블로그(인터넷)의 장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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