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
ISP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PDM(Product Data Management, 제품을 만들기 위한 데이터를 관리하는 시스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사전 단계인 셈이다. 컨설팅하고 있는 회사가 만드는 제품을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기구[주1], H/W, S/W로 구성된 제품이다. 따라서 기구, H/W, S/W 도메인의 컨설턴트가 참여하고 있다. 다들 각 분야에 저마다 전문성을 자랑하는 사람이다. 나는 S/W 분야의 컨설턴트로 참여하고 있다. 이런 ISP 프로젝트의 성격 상, 일의 절반은 회의다.
아무래도 사람이 많이 모이다 보면, Communication Cost(CC)가 무척 높다. 그런데 이 CC가 높아지는 결정적인 원인은 각 도메인에서 사용하는 전문용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오늘 회의의 가장 큰 논쟁거리였던, “Issue”라는 말이… 각 도메인에서 온 컨설턴트마다 달랐다. 따라서 이 “Issue”에 대한 서로의 이해를 맞추는데 회의의 2/3 시간을 보냈다. 결국 국어를 말하고 있지만, 각 도메인의 컨설턴트는 서로 다른 바벨탑의 층에 있었다.
바벨탑의 층마다 다른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맨 아래는 분석가, 그 다음은 설계자, 개발자, 테스터 순… 그리고 탑의 맨 꼭대기에는 신의 나라로 가는 문이 있다. 이 문에 도달하기 위해서 분석가, 설계자, 개발자, 테스터가 마음을 모아서 탑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저마다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말이 달랐어도 대화를 하려는 노력이 조금만 있었다며, 탑을 쌓는 일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두번의 대화 실패는 마음의 벽을 쌓고, 전체를 보지 않고 자신만의 탑을 쌓게 한다. 그러나 균형이 맞지 않은 탑은 천국의 문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결국 무너지고 만다.
내가 애자일 방법에 매료된 이유는, 이런 대화의 장벽을 없애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바벨탑을 쌓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애자일 방법을 진실로 적용한다면, 자연스럽게 팀원을 모니터 앞에서 Communication 자리로 나오게 한다. 여기서 진정한 팀웍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Communication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은 다른 층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인내심과 진짜로 열려 있는 귀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땅위에서 세상을 보려는 마음이 필요하다.
주1 : 일반적으로 기계가공으로 만들어 내는 부품, 핸드폰 커버같은 제품의 외형을 기구품이라고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