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의 차이
서양이 ‘소유(have)’의 문화라면 동양은 ‘존재(be)’의 문화다.
실전 영어 번역의 기술, 북라인, 서계인
번역 작업을 시작하면서, 겪은 난제가 무척이나 많았다.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는, 2~3문장마다 나오는 have였다. naver 영어 사전에서 찾은 ‘have’의 뜻은 무척이나 많다. ‘have’는 ‘가지다’라는 무식한 신념으로 번역을 하다보면, 한페이지도 쉽게 넘길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만들어 놓는다. 그렇기 때문에 번역이라는 힘든 노정 속에서 사전은 빼놓을 수 없는 길동무인 셈이다. 즉, 너무나 잘 안다고 믿는 단어도 항상 그 뜻을 찾아봐야 한다. 물론 ‘have’는 다양한 뜻과 쓰임새가 있지만, 대표적인 의미는 ‘가지다’다.
I have a child.
위 문장을 번역하면 어떻게 될까? 무척이나 쉽다.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해석은 ‘나는 아이를 하나 가지고 있다.’일 것이다. 말은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동서양의 교류 덕분에, 서양의 사고 방식을 많이 받아들여, 우리네 말그릇도 뚝배기에서 볼(Bowl)로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이를 하나 가지고 있다’는 모짜렐라 치즈 냄새나는 해석이 그다지 이상한지 않은가 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사유에서 알 수 있듯이, 서양은 주체를 중심으로 발전한 문화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내가 기르는 개도 ‘나의 개’다. 내가 살고 있는 집도 ‘나의 집’이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도 ‘나의 부모’다. 다른 주체의 침범을 막기 위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에 ‘나의 것’이라는 딱지를 붙여 놓았다. 그렇기 때문에 엄연한 인격체인 자식도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다.
동양은 존재의 세상이다. 그러나 험난한 세상에 홀로 서 있는 존재가 아니다. 촘촘한 관계 망 속에 머무는 존재다. 가족 속에서 나는, 부모님의 자식이자 누나의 동생이다. 회사에서 OO연구팀의 팀원이자, 선배 사원의 후배이며, 후배 사원의 선배 사원이다. 서양식 소유의 개념을 배제하고 본다면, 이처럼 우리는 거미줄 같은 관계 망 속에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난 아이를 하나 가질 수 없다. 따라서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나에게 아이 한명이 있을 뿐이다.
소유는 ‘나’와 ‘나 아님’을 분리하고, 이러한 분열은 소외를 낳는다. 그렇다고 익숙해진 볼(Bowl)을 깨트리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뚝배기를 쓸 수도 없다. 다만, 내가 사용하는 그릇이 볼인지, 뚝배기인지 구별할 수 있는 안목은 필요하다. 동양과 서양의 다리를 놓는 번역가들이, 이런 차이를 명확히 짚어주어야 한다. 즉, 번역가의 책임이자 사명인 셈이다.


March 2nd, 2007 at 9:08 am
Oh~~~ Good! ^^
March 3rd, 2007 at 12:37 am
buddy~
March 4th, 2007 at 3:33 am
[…] 얼마전에 실천가를 위한 실용주의 프로젝트 관리 7Weeks를 번역하신 Hani님 블로그에서 ‘동양과 서양의 차이’라는 좋은 글을 읽었습니다. 읽다 도중에 내려놓고 만 안정효씨의 ‘안정효의 영어길들이기 - 번역편’에서 접한 내용과도 일맥 상통하는데, 기본적으로 번역 특히, 문화권이 다른 언어에 대한 번역은, 그 근본적인 사고관의 차이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죠. 요즘은 워낙 누구 표현대로라면 ‘세계화’ 시대이기 때문에, 사실 외국의 사고관이 반영된 어투가 우리의 일상에서도 자주 쓰이는 것을 목격합니다. 한국어에는 어울리지 않을법한, 수동태나 , 사물에 대한 의인화가 극단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것도 그 예 중 하나이고, 번역서를 자꾸 보다보면, 독자 스스로가 어느새 어색한 영어식 문장구조에 적응되어 버리는 사례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