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된 무력감
첫 직장에는 통근 버스가 있어서, 출퇴근이 편했습니다. 버스시간에 맞춰서 움직여야 한다는 제한이 있었지만, 일단 버스에 앉기만 하면 한시간 반 정도 달콤한 휴식이 맞이했습니다(출퇴근 시간이 제법 되었죠). 하지만 퇴근 무렵에 늦장을 조금 부리는 날이면, 버스를 타기 위해서 뛰다시피 걸어야 했습니다.
입사하고 조금 지나서, OJT 프로젝트를 정리하다가 퇴근 버스 시간이 다 되어 회사에서 나왔습니다. 버스를 타야한다는 생각에 빨리 걷고 있을 때, 입사 첫날 선배사원이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Hani씨, 회사 앞에 있는 넓은 잔디밭 알죠?”
“내”
“그 잔디밭 밟으면 안 되요. 점심 때 산책하거나, 퇴근할 때 빨리 갈려고 밟고 가다가, 그 분한테 눈에 띄면 안 좋은 소리 듣거든요.”
“아, 내…”
눈 앞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고민에 빠졌습니다.
‘돌아가? 그럼 버스를 놓칠텐데. 보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가? 그러다 걸리면? …’
신입사원의 패기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 같은 부서는 아니지만 평소 알고 지내던 책임님이 저를 지나쳐, 금단의 잔디밭을 유유히 즈려밟고 가셨습니다.
“Hani씨, 버스 안타? 빨리 가야지.”
(빨리 걸으면서) “아, 내… 같이 가세요.”
“빨리 와. 늦었어.”
“책임님, 잔디 밟다가 걸리면, 안 좋은 소리 듣는다고 하던데요. 모범을 보이셔야죠.”
“잔디 밟다가 죽은 사람 봤나?”
“예? 아뇨. 선배 사원이 밟지 말라고 하던데요.”
“그럼, 그 선배는 잔디 밟다 죽은 사람 봤데?”
(숨이 찼습니다) “모르겠는데요. 어디서 전해 들은 얘기 아닐까요?”
“Hani씨. 그럼 원숭이 다섯마리 이야기는 알어?”
“아니요.”
“잔디 밟지 말라는 거하고 원숭이 다섯마리 얘기하고 똑같은거야. 잘 들어봐…”
어둠 속 저멀리에서 밝게 빛나는 버스의 미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발밑에서 ’사각사각’ 잔디밟는 소리가 경쾌했습니다.
계속…

March 8th, 2007 at 10:08 am
헉… 너무합니다… 빨리 두번째 포스트를~!!
March 8th, 2007 at 9:24 pm
저는 hani님이 RSS를 요약문 제공으로 바꾼줄 알았답니다. ㅠ.ㅠ
두번째 포스트 기다려집니다.
March 9th, 2007 at 7:40 am
헉.. 이거 무슨 소설 같네요.. 흥미 진진~~
March 10th, 2007 at 2:15 am
권남님, hooney님, 유리별님.
1편의 느낌이 이어지길 바라면서, 2편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