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보다 이상한…

장면 #1 영화 ‘소설보다 이상한(Stranger than fiction)’

해롤드와 파스칼 사이에는 밀가루 투성이의 선반이 놓여 있었다. 

“파스칼씨, 급진적인 주장이시네요. 무정부주의자세요?”

“내가 어디의 멤버라고요?”

밀가루가 묻은 밀대를 잡은 파스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무정부주의자 집단요.”

해롤드는 파스칼의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했다.

“해롤드씨, 무정부주의자가 집단을 이루나요?”

“그런다고 알고 있습니다.”

해롤드는 선반에서 한 걸음 물러 섰다.

“그 사람들이 뭉친다고요?”

“… 모르겠네요.”

“무정부주의자가 뭉친다면, 무정부주의자가 아니지 않나요?”

장면 #2 아빠 개발자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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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뜻(의미)을 전달하기 위해서 말(기호)을 사용하지만, 기호 자체가 의미를 나타내지는 않는다.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생기는 많은 오해는, 기호와 의미가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데서 비롯된다.

우리나라 사람과 인도사람이 ‘쌀’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두 나라 사람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쌀의 이미지는 무척이나 다르다. 우리나라 사람은 쌀알이 둥글고 굵으며, 끈기가 강한 ‘일본형’ 쌀을 떠올릴 것이며, 인도사람은 쌀알이 길며 끈기가 약한 ‘인도형’ 쌀을 떠올릴 것이다.

‘쌀’이라는 단어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안드로메다와 지구 사이의 거리만큼 의미 차이가 존재하는데… 인간이 그럭저럭이라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신의 축복이 아닐까?

이런 의미 차이는 이질적인 두 문화 사이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동일한 문화권, 같은 사회에서도, 어떤 단어가 가리켰던 원래 의미에서 변질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한 변질된 의미는, 참된 의사소통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의미의 변질이 직업을 나타내는 기호에서 생기는 경우, 개인은 자신의 Identity를 상실하고 혼돈에 빠진다.

장면 #2의 만화는, 얼마전에 개발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많은 호응을 받은 이유가, 유명한 CF를 재미있게 패러디한 데 있겠지만, 개발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더 큰 이유는, 개발자의 현실을 정확하게 대변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특수한 현실을 볼 때, 다양한 직업들이 만화나 CF 속의 상황과 비슷할 것이다. 따라서 ‘개발자’라는 직업만이 만화와 같은 상황에 놓여 있지는 않다. 아울러 글로발 경쟁(?)에서 이기고, 더 높은 생산성을 내기 위해서(?) 하나의 역할만을 해서는 안된다는 시장 경쟁의 논리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아빠 개발자 맞아?”라는 아들의 질문에 혼란을 겪는 이유는, ‘SW를 개발하는 직업’이라는 알량한(?) 전문성이 사라진 현실에 있다.

‘개발자’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심하게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보다 더 어렵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개발자’의 정당한 위치와 대우는 무엇일까라는 거대담론을 옆으로 치워두더라도, 회사 내에서 ‘개발자’라는 직군에 요구하는 전문성은 정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점도 그때 그때 다른 회사의 상황에 달려있기는 하지만, ‘만병 통치약’의 다른 이름은 ‘쓸모없는 쓰레기’일 뿐이라는 사실을 경영층과 관리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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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

This is Hani! My job is consulting, system design and project management... Sometimes coding. I hope you have a great time on my blog.

2 Responses to “이름보다 이상한…”

  1. hole111 Says:

    우리사이에도 안드로 메다만큼의 거리가 존재했을까? 아니겠죠? (응?)

  2. Hani Says:

    우린 너무 친해서 문제였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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