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Hani

로망은, 실현되리라!

비용절감, 아웃소싱이 진정한 대안일까? 2부

 

‘락앤락’의 뉴패러다임

 

한 때 39,900원 내지 49,900원 시리즈로 홈쇼핑을 점유했던 락앤락을 기억하는가? 환경 호르몬 때문에 그 인기가 잠시 꺾였지만. 집집마다 냉장고를 열어보면, 배고픔을 달래줄 반찬을 담은 락앤락이 한 두 개쯤 있을 게다.

그깟 프라스틱 반찬통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지만. 세상은 열린 눈으로 바라보려는 자에게 그 만큼의 세계를 보여주는 법이다. 하찮게 보이는 락앤락에도 사연이 많다. 자! 그럼 락앤락의 세계에 빠져보자.

참고 기사 : 한겨레, ‘평생학습’으로 3D업종 고민 벗어났다

2004년에 락앤락은 인천, 아산 등지의 공장을 통합하면서, 306명의 종업원 가운데 50여명의 여유인력이 생겼다. 헉! 50명이나 노는 인력이 생기다니. 일반적인 회사라면,이 남는 인력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우리는 중고등학교 때 수학공부한 게 아니라, 수학공식을 외웠다(내가 다닐 때만 해도 공식유도를 하거나 증명에 많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요즘은… ?). 어찌 되었건, 공식외우기에 이골이 나있기 때문에, 우리는 창의적인 생각으로 문제를 풀기 보다 답을 쉽게 얻는 공식이나 남이 어떻게 했는지 레퍼런스부터 찾는다.

잠깐 이야기가 옆으로 빠졌지만, 이런 공식찾기 습관은 기업 구조조정에서도 다르지 않다. 회사에서 남는 인력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 피를 보지 않는 방법은 유휴인력을 다른 부서에 배치하는 것이다. 물론 자리가 남아야 한다는 치명적인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만약 남는 자리도 없다면, 어찌해야 할까? 우울하지만 정리해고만이 남는다. 진짜???

그러나 락앤락은 앞에서 말한 구조조정 공식을 따르지 않고 창의력을 발휘했다.

source from 한겨례

락앤락은 대부분의 사출공장이 하는 2조 주야 맞교환을 버리고, 종업원을 3개조로 나누어 나흘간 12시간씩 근무하고 이틀을 쉬게 했다. 이렇게 하면 근로자의 주당 근무시간이 72시간에서 56시간으로 줄지만, 공장을 연중 무휴로 운영하기 위해서 더 많은 근로자가 필요해지기 때문에, 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된다. 즉, 여유 인력 50명을 고용할 수 있게 되었다. 휴~ 다행이다!(수 많은 아주머니들이 식당으로, 용역회사로 일거리를 찾아 떠나지 않아도 됐다)

3개조로 공장을 운영하려면 근무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락앤락 직원은 월급이 5~10만원 줄어드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다. 물론 줄어든 월급 때문에 공장을 떠난 노동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공장에 남았다. 월급은 줄었지만 휴식시간이 늘었기 때문에 직원들은 여유를 찾게 되었다. 아울러 회사는 일년에 12일씩 안전, 품질관리와 다양한 교양 학습을 실시하였고, 이 때문에 직원들끼리 어울리는 자리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만약 락앤락 사례가 일자리 나누기로 끝났다면, 난 에어컨도 나오지 않는 방에서 땀을 흘려가면 이렇게 블로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락앤락은 일자리 나누기, 종업원 교육을 해서 

  • 락앤락 직원들이 일자리를 보존해 준 회사에 신뢰를 갖게 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 다양한 개선 아이디어를 쏟아냈으며
  • 품질불량도 줄었다

다고 한다.

한마디로, 락앤락은 구조조정이나 아웃소싱이라는 흔해빠진 비용절감 전략을 취하는 대신, 창조적인 일자리 나누기라는 방법으로 고용창출과 품질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개선은 현장에서

인텔의 창업자인 앤드류 그로브는 중국과 인도에서 미래의 선진기술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진국이 제조부문을 아웃소싱하면서 인도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밥을 먹고 현장에서 일하는 공장 노동자, 현장 관리자, 엔지니어 만큼 당장 개선할 문제를 절실하게 느끼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실, 내가 락앤락 사례에 관심을 보인 이유는 ‘일자리 나누기’보다 일자리 나누기로 다양한 학습기회와 여유시간을 가지게 된 근로자들이 ‘다양한 개선 아이디어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교육시간에 아줌마 노동자들은 작업장에서 느끼는 불편과 개선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쓸데없는 절차 등을 줄여 생산 효율을 높이는 효과가 쏠쏠했다.

예컨대 제품 포장을 맡는 생산2부 사원들은 크기가 다른 반제품을 색깔이 다른 비닐에 담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반제품은 표면에 흠이 생기지 않게 비닐을 씌우는데, 색깔별로 구분하니 손놀림이 전보다 빨라졌다. 또 플라스틱 사출기에서 나온 제품을 검사하고 마무리 공정을 하는 생산1부에서는 상자 받침대에 바퀴를 달아 힘든 일을 줄였다.

한겨례 기사에서

여기서 가정 하나를 해보자. 락앤락이 50여명의 유휴인력을 정리해고했거나, 공장 자체를 해외로 이전했다면 이런 개선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을까? 단연코 아니다! 아웃소싱을 통한 달콤함만을 쫓는 기업은 락앤락처럼 땀이 담기고 깊은 향이 나는 과일을 배어 먹을 수 없다!

나가면서… 아웃소싱은 독인가? 

잠깐! 이런 글을 쓴다고, 아웃소싱이나 구조조정은 사회 악이라고 규정짓는 것이 아니다. 목숨이 위험한 형국인데도 걷지 못하게 된다는 이유로 썩은 다리를 절단하지 않으려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다리를 절단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다. 다만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지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고, 다른 치료법이 존재하는데도 제살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웃소싱과 구조조정이라는 칼날을 들이데는 형국은 피해야 한다.

아웃소싱이라면 이미 만연해 있는 SI 분야에서, 모SI 기업의 해외 아웃소싱 루머는 새로울 게 없다.

문제라도 너무 익숙해져 있으면, 문제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다! 일찍이 GE의 잭 형님은 내 뒷마당이 남의 앞마당이 되는 것이 아웃소싱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그 뒷마당이 진짜 우리집 뒷마당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가끔 사돈이 아웃소싱한다고 덩달아 우리집 앞마당을 아웃소싱하는 이도 있으니까!

*참고 : 락앤락이 일자리 나누기와 학습 조직에서 동생 뻘이라면, 유한양행은 형 뻘정도가 된다. 유한양행의 일자리 나누기 성공기도 읽어보자.


7 Responses to “비용절감, 아웃소싱이 진정한 대안일까? 2부”

  1. hs Says:

    항상 그렇고 특히 요즘 더 느끼는 거지만 창의력, 이거
    정말 중요하다. 일하면서 절실히 느낀다.

  2. Hani Says:

    친구.
    창의력을 복돋아 주는 방법으로
    환경 바꾸기도 있다. 너의 창의력이 요즘
    좋아지지 않았을까?

  3. hs Says:

    바뀐 환경에 자주 못가서 잘 모르겠다. ^^;

  4. hs Says:

    바뀐 환경에 자주 못가서 잘 모르겠다. ^^;
    그럼 넌 조만간 창의력이 좋아지겠구나. ㅋㅋㅋ

  5. Hani Says:

    그렇겠지~ 친구.

  6. 파티큘라 Says:

    다음 아고라에 출처 밝히고 링크 달아놓을게요^^

  7. Hani Says:

    파티큘라님.
    네 알겠습니다.

Leave a Reply

가끔 스팸차단기에 의해 코멘트(트랙백)가 막히나, 하루에 한번씩 정상처리 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