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인사평가에 의한 폐해
얼마전에 회사 동료가 새차를 구입했습니다. 가까운 동네의 대리점에서 구매를 했는데, 이 영업사원이 무척이나 친철했나 봅니다. 옵션은 어떤 것이 좋은지, 어떻게 하면 돈을 조금이라도 절약할 수 있는지, 새차를 넘겨주고 별문제는 없는지. 고객이 생각하지도 못한 것까지 챙겨주는 섬세함 때문에, 제 동료는 입에 침이 마를정도로 영업사원을 칭찬하더군요.
차에 관심이 없는 저조차도, 차를 구매하면 그 영업사원에게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 영업사원이야말로 고객지향적인 마케팅을 온 몸으로 실천한다는 생각에. 얼굴도 모르지만, 그런 영업사원과 같은 하늘 아래에 산다는 게 뿌듯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에, 새차를 구매한 동료가 친절한 영업사원에 대해서 불평을 하더군요. 사람 마음이 쉽게 바뀌기는 하지만, 그렇게 갈대같은 사람이 아니기에.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며칠 전에, 대리점장이 전화를 걸어서 고객평가 설문조사를 해달라고 부탁했답니다. 즉, 자동차회사에서 영업사원의 친절도를 평가하기 위해서, 최근에 차를 구매한 고객들에게 메일로 실시하는 설문조사였습니다. 동료는 알았다는 말을 하고, 여러가지 일로 잊고 지내다가 설문을 못했답니다.
그런데
대리점장이 전화를 다시 걸어, 다짜고짜 왜 설문을 안했냐고 따졌다고 합니다. 기분은 나빠지만… 동료는 약속이었기 때문에 설문을 해주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는군요. 문제는, 회사에서 업무로 바쁘고 집에 돌아가서 집안일로 하루를 마감했기 때문에 결국 설문을 못했답니다.
설문을 못하는 사이에, 영업사원과 대리점장이 설문하라는 협박(?) 아닌 협박전화를 몇차례 더 받았다는군요. 동료가 약속을 어긴 것이 일차적으로 잘못되었지만, 그렇다고 대리점장이 고객에게 설문에 응하지 않은 이유로 화를 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더군요.
어쨌든 영업사원의 친철함 때문에, 좋았던 자동차회사의 이미지는 깃털보다 더 가벼운 설문지 한장 때문에 한줌의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습니다.
동료의 경험담
회사는 직원을 평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뭐 이런 강박증은 꼭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원을 쪼아서 성과를 내야하는 곳이라면, 직원을 어떻게든 평가를 하려고 한다.
획일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서 돈을 벌 수 있었던 시기에. 똑같은 잣대로 직원을 평가하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빅뱅처럼 산산히 파편화된 고객의 욕구와 일초 앞을 예측하기 힘든 시장 상황에서, 우매하기 짝이 없는 평가지표로 직원을 평가한다는 것은 자충수를 두는 격이다.
단순한 평가지표로 직원을 평가하기 시작하면, 직원은 서비스와 상품의 품질을 높이는 전체 최적화보다는 단순한 평가지표를 극대화하는 부분 최적화에 목숨을 걸기 때문이다. 즉, 인사고과를 잘 맞기 위해서 고객만족과 좋은상품 개발을 등한시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 콜 센터에서 전화 응답률만으로 상담원을 평가하면, 상담원은 무조건 고객불만을 접수해 버린다.
- 은행창구에서 대출건수만으로 창구직원을 평가하면, 창구직원은 고객에게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무리한 대출만 강요하게 된다.
- A/S센터에서 고객만족설문으로 A/S기사를 평가하면, A/S기사는 고객에게 높은 점수를 달라고 은근히 압력을 넣게 된다.
위의 예는 잘못된 인사평가 때문에, 내가 경험한 ‘고객만족 실패사례’다. 뭐 예를 들자면 수도 없이 많으니 여기서 그만둔다!
인간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인간은 야수, 가뭄, 홍수, 태풍, 역병, 운석충돌, 외계인 납치등의 난관을 이겨내고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 30센치미터도 넘지 않는 평가잣대 쯤이야, 진화의 긴 터널을 극복한 인간에게 가뿐히 즈려밟고 지나갈 약산의 잡초도 안 된다.
디자이너가 스토리 보드만 붙잡고. 기획자가 파워포인트만 파고. 개발자는 이클립스에서 삽질만 잘 한다고 좋은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는 시대는 가버렸다. 전체적인 능력이 필요한 시대에. 왜? 직원은 단순한 잣대로 평가하려 할까?
직원 평가에서도 나무만 보지말고 숲을 봐야하는 시대다!

이미지 from customersrock.files.wordpress.com
October 2nd, 2007 at 1:23 am
단순한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는 사항들이 있음에도 숫자로 평가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참 어려운 문제라니까요. 하핫.^^
October 3rd, 2007 at 1:09 am
Paromix님.
네. 말씀하신 것처럼 인사평가는 평가이기 때문에
정량화해야 한다는 모순이 있습니다.
모순적인 인사평가를 피하기 위해서, 사전예방 조치로(?)
제대로 된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엉성한 평가지표로 실적을 챙기기보다 자율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하겠죠.
October 5th, 2007 at 10:47 pm
사람을 평가하는 것인지 숫자를 평가 하는 것인지 구분이 중요하지요. 어떻든 평가를 통해 성과를 내고 일을 잘되게 하는 것은 … 제 생각에는 하수들이 하는 것이지요. 진정한 성과는 과정과 Communication 속에서 나올것이고…
결국 님께서 말씀하신 자율적인 성과 창조자가 중요한데 그런 사람들도 관리자가 되면…결국…
October 15th, 2007 at 7:33 pm
supermal님.
초심을 어떻게 지키느냐의 문제인데,
결국 자신의 가치관을 얼마큼 지켜내느냐의 문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