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지배하는 선택의 프레임
某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주문했습니다.
점원 : 고객님, OO햄버거 세트 주문하신 것 맞으시고요?
나 : 네
점원 : OO햄버거에 치즈가 안 들어가는데, 치즈 넣으시겠어요?
나 : (치즈라? 치즈가 들어가면 맛이 더 깊어지겠지) 그러죠.
점원 : 고객님 치즈 넣으신다고 말씀하셨고요. 치즈 넣으시면 600원이 추가됩니다. 괜찮으시겠어요?
나 : (세트가 5,600원인데, 치즈 한 장에 엄청 비싸군. 맛있을테니 넣지) 네.
주문한 햄버거 세트를 들고 멀리 가기 귀찮아, 카운터 근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햄버거 포장을 벗겨내니, 황금색 치즈가 패트 위에 맛있게 녹아 있더군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갔습니다.
황급히 햄버거를 베어 물었습니다. 쇠고기 패트와 녹아붙은 치즈는 깊은 맛을 선사해주었습니다. 씹어넘긴 햄버거가 굶주린 위를 채우자. 맛있는 포만감 때문에, ‘치즈를 선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칭찬을 스스로에게 했습니다.
맛있는 햄버거 먹기 삼매경에 빠져 있을 때. 여자 손님이 저와 똑같은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더군요. 점원은 저에게 그랬듯이, 여자 손님에게 치즈를 넣겠냐고 질문했습니다. 여자손님은 (제가 그랬듯이) 서슴없이 치즈를 넣겠다고 말하더군요. 마음 속으로 여자 손님의 선택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여자 손님의 대답을 듣고, 점원은 치즈 추가 시 600원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 뒤에도 손님 2명이 비슷한 햄버거 셋트를 주문했고, 그때마다 점원은 치즈를 넣겠냐고 질문하더군요. 나머지 손님들도 치즈를 넣겠다고 대답했습니다.
헉!
비슷한 햄버거 세트를 주문한 손님이 모두 치즈를 넣는 것을 목격하자. 햄버거 체인점의 거대한 음모가 숨어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점원이 이렇게 물었다면, 치즈를 선택한 손님이 100퍼센트에 가까웠을까요?
손님, 치즈를 추가하시면 600원을 더 내셔야 하는데요? 추가하시겠어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이 질문을 들은 손님 일부는 ‘치즈는 600원이다’라는 비용의 이미지를 머릿속에 먼저 그립니다. 즉, ‘치즈가 맛있겠지’라는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치즈 한장에 너무 비싸다’라는 이미지를 그리기 때문에 치즈를 추가하지 않겠죠. 저도 이렇게 질문을 받았다면, 치즈를 포함하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점원의 질문 방식대로 사고를 하면. ‘치즈는 맛있다’라는 그림을 먼저 그리겠죠. 그 다음으로 치즈 추가하는 데 600원이 더 든다고 들으면, ‘맛있는 치즈를 추가하는 데 600원밖에 안 들잖아. 추가하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손님들이 치즈를 추가로 주문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식의 질문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요? 당연히 판매단가를 높이려는 햄버거 체인의 상술입니다. 싼 가격으로 고객을 유인한 뒤, ‘맛있는 그림’을 떠올리게 해서 더 비싼 가격에 햄버거를 파는거죠.
햄버거 가게에 당했지만, 한수 잘 배웠다고 생각하고 맛있게 먹고 나왔습니다.
***
조직원의 영어실력을 높여야 된다고 생각한 관리자가 다음과 같은 메일을 보냈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부서원들의 회화 실력을 높이기 위해, 다음 두 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를 실시하겠습니다. 원하시는 것을 선택해서 답장 주세요.
- 회의를 영어로 진행함. 주간회의 시 부서원마다 영어로 5분씩 발표할 것
- 연초, 연말에 공인된 기관에서 회화실력을 평가받아, 실력이 향상된 만큼 인사고과에 반영하겠음
제 생각에, 대다수의 부서원들이 2번 항목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이 관리자는 어떤 의도로 이 메일을 보냈을까요? 관리자가 처음부터 의도했던 것은 2번 항목입니다. 이런 식의 메일을 보내지 않고, 관리자가 부서원들에게 2번 항목을 실시할테니 찬반 의견을 물었다면, 부서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요?
대다수가 2번 항목에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2번 항목에 대한 반감을 들어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리한 관리자는 난이도가 높은 선택항목을 비교대상으로 제시함으로써, 부서원들이 자연스럽게 2번 항목에 동의하도록 유도했습니다.
***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번 선택을 강요받습니다. 두 가지 사례처럼, 선택의 프레임이 교묘하게 감춰져, 선택을 강요받는지도 인식하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로
미시권력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우리는 항상 깨어있어야 합니다. 말은 쉬우나, 실천은 역시 어렵습니다.

image from http://webzine.jinbo.net


February 5th, 2008 at 8:01 am
설득의 심리학인가? 하는 책이 생각납니다 ^^
저는 치즈를 얹어 먹지 않습니다. 그냥 왠지 상술에 놀아나는 느낌이 들어서 의식적으로 항상 저 질문앞에서 욕구를 누르지요. ^^;;
February 5th, 2008 at 8:13 am
mycogito님.
오랜만에 햄버거 외식이라, 당했습니다.
휴~
의식적인 소비자가 되야하는데요. ^^
February 5th, 2008 at 9:33 am
영어정책 선택하기 이야기를 읽고 나니..
“나도 나중에 써먹어야지~” 생각이 드는군요 -0-ㅋ
February 5th, 2008 at 8:07 pm
탁..님
하~ 살살 사용해 주세요. ^^
February 6th, 2008 at 4:17 pm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 내용을 보고 나니 뭔가 머릿속에 영감이 떠오르는데요? 히히…;
February 6th, 2008 at 9:36 pm
Dot B. Anderson님.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February 8th, 2008 at 12:32 am
사회 생활하다보니 저런 경우가 많더라… 왠지 상술에
놀아나는 기분 같은거… 나의 경우는 일단 거부하고
나중에 생각하지… ㅋㅋㅋ
February 8th, 2008 at 8:30 am
친구는,
이미 현명한 소비자다.
February 13th, 2008 at 8:06 pm
읽으면서 무릎을 탁치게 되네요.
정말 저도 모르고 당했습니다. 와.. 역으로 어떻게 이용할까 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February 14th, 2008 at 7:54 am
zihir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