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씨’야! 힘내라!

예문 하나 보고 시작하죠.

  • 나는 밥을 먹었다.
  • 밥을 먹었다 나는.
  • 먹었다 나는 밥을.
  • 밥을 나는 먹었다.

위에서 보시는 것처럼, 우리말은 어순을 고민하지 않고 뒤죽박죽 써도 의미가 전달됩니다. 이번엔 영어를 살펴보죠.

  • I eat a cake.
  • A cake eat I.
  • Eat I a cake.

말이 되는 문장도 있고, 컬트 영화의 대사처럼 읽히는 문장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언어학적으로, 우리말은 교착어의 특징이, 영어는 고립어의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교착어에서 어근에 접사가 붙어 문장 속에서 기능을 나타내죠. 즉, ‘나는’에서 ‘나’가 어근이고, ‘는’은 접사가 되는 것처럼요. 고립어에서 어순에 따라서 문장의 뜻이 결정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I eat a cake’와 ‘A cake eat I’의 뜻은 하늘과 땅차이가 됩니다.

우리말이 교착어라지만, 고립어의 특징도 있습니다. 즉, ’밥을 먹었다 나는’보다는 ‘나는 밥을 먹었다’가 훨씬 자연스럽죠. 물론 우리말은 조사(접사) 때문에 어순이 바뀌어도 뜻이 통하지만, 이런 예를 본다면 우리말에도 ‘주어+목적어+술어’라는 어순이 존재합니다.

이렇듯이 어떤 언어를 고립어, 교착어, 굴절어로 단순 분류하기 어렵습니다. 즉,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을 보고 언어를 분류할 따름입니다.

좋은 문장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단어를 잘 선택한다거나, 문장구조가 명확하거나, 글 소재가 좋거나… 단순한 몇 가지로 좋은 문장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라고 규정짓기 어렵죠.

하지만

좋은 문장을 구성하는 특징을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매우 단순합니다. 즉, 앞에서 말씀드린 언어의 특징을 잘 살린 문장을 사용하면 됩니다. 우리말로 의미 전달이 잘 되는 문장을 쓰려면 교착어의 특징을 잘 살려야 하죠. 한마디로 ‘토씨(조사)’를 잘 써야 합니다.

  1. 김과장님은 얼굴이 잘 생기셨죠.
  2. 김과장님은 얼굴도 잘 생기셨죠.

위 예문은 토씨 하나 차이지만, 듣는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기도 하고 기분나쁘게 만들기도 합니다. 즉, 듣는 이에 따라, 문맥에 따라, 1번은 능력이 없지만 얼굴이 잘 생겼다로 들릴 수 있습니다.

‘어’ 다르고 ‘아’ 다르다는 내용으로 긴 글이 되어버렸네요. 이런 글을 쓴 취지는 이렇습니다. 날마다 사용하는 우리말이지만, 우리말에 있는 장점을 살려 글을 쓰지 못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물론 제 눈에 들보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만 :) ). 즉, 회사에서나 인터넷에서 우리말을 사용했지만 구조나 형식은 영문법인 글이 많습니다.

그리하여 보다 개혁적인 관점의 일하는 방식의 개선은 단순한 단위업무의 데이터 통합이 아닌 불필요한 업무의 제거, 기능의 단순화, 중복업무에 대한 과감한 통합을 통해 행정 효율성과 서비스의 질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하는 것이다.

위 문장은 그런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 문장에서도 개선할 게 있습니다. 바로 조사 ‘~의’가 남발되어 사용되었습니다. ‘~의’는 일본어나 영어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죠. 네이버 일어사전을 보니, 일본어에서 ‘の(~의)’ 의미는 16가지 정도가 됩니다. 야후 영한사전 기준으로, 영어에서 ‘of(~의)’ 의미도 16가지 정도 되네요. 하지만 우리말에서 ‘~의’ 뜻은 많지 않았습니다. 다만, 외래어의 영향을 받아 위 문장처럼 시도 때도 없이 어디에서나 쓰이게 된 셈이죠.

극단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의’를 문장에 남발하는 것은 생각을 게으르게 했다는 반증입니다. ‘~의’는 압축파일과 비슷합니다. 글쓴이는 ‘~의’라는 조사에 무척이나 많은 것을 담아두기 때문입니다. 잉크를 아끼기 위해, 바이트를 아끼기 위해, ‘~의’를 사용해 축약할 수 있지만. ‘~의’는 글읽는 사람에게 글쓴이가 품은 의도를 파악해내려는 추가적인 연산작업을 요구합니다. 즉, 글을 왜곡해서 해석할 여지를 남기죠.

이런 이유로, ‘~의’를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물론 ‘~의’가 우리말에 존재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의’도 토씨죠. 따라서 우리말을 잘 활용하려면 ‘~의’도 잘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게을러서 문장 여기 저기에 흘려놓는 것은 경계해야겠죠.

예전 글에서 언급을 했지만, 영어가 명사에서 힘을 얻는다면, 우리말은 서술어에서 힘을 얻습니다. 서술어가 힘을 내기 위해 토씨가 명사와 명사를 튼튼하게 받쳐주어야 합니다. 즉, 우리말에서 서술어가 다리라면 토씨는 등뼈인 셈이죠. ‘~의’가 남발된 문장을 보고 있노라면, 디스크액이 세어나온 디스크환자들의 CT사진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 문장은 허리힘이 약하니 달리기도 못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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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

This is Hani! My job is consulting, system design and project management... Sometimes coding. I hope you have a great time on my blog.

6 Responses to “‘토씨’야! 힘내라!”

  1. 열이아빠 Says:

    갑자기 왜 SK 응원을 하시나 놀랐습니다.
    강한 허리를 가지는 문장이라는 것 새기고 갑니다.

  2. Hani Says:

    열이아빠님.
    그러고 보니, SK서비스 이름과 동일하네요.
    하~ 재밌는 우연입니다. ^^

  3. 진이헌규 Says:

    저도 SKT의 토씨 서비스를 말씀하시는줄 알았다는 :-)
    항상 좋은 포스팅 잘 보고 있습니다.

  4. Hani Says:

    진이헌규님.
    서비스명을 잘 지었습니다.
    토씨~ 참 정감 넘치는 말인데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로 보답드리겠습니다. ^^

  5. FlyingMate Says:

    게으름의 반증, 정말 공감합니다. 한 번씩만 퇴고해도 더 명확한 문장으로 변환할 수 있는데 그냥 냅두고 독자들이 알아서 읽어주길 바라는 심보인 것 같아요. 반성합니다.

  6. Hani Says:

    FlyingMate님.
    저도 느끼는 것이지만, 퇴고가 큰 차이를 만듭니다.
    특히 시간을 두고 퇴고를 했을 때가 가장 효과적인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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