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는 유목민
다음 주면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올해 농사가 시작되는 셈이죠. 상큼한 출발을 위해, 오늘 고객들과 프로젝트 전체 일정을 공유했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잘 해보자는 덕담을 서로에게 나누고 회의를 마쳤습니다. 출발이 깔끔하니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돌아 오는 길에, 처음으로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된 팀원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른 동료에게서, 이 팀원이 진로에 대해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진로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했죠.
조금 더 직장생활을 해봤다는 깜냥으로, 캐리어 패스는 이렇게 저렇게 잡아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를 해주기보다, 제 경험을 많이 이야기했습니다. 뭐, 제 경험 속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마음에 새길 것이고, 진부하거나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게 하지 말라는 뜻에서… 주저리 주저리, 최대한 재미있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이야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러가지 얘기했지만, 3가지 정도로 요약됩니다.
- 고민할 때 실컷해라!
- 고민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면, 목숨걸고 해라!
- 고민해도, 좋아하는 것을 못 찾았다면, 주어진 것에서 기회를 찾아라!
이야기를 대충 끝내고, 팀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고민은 오랫동안 했지만, 좋아하는 것은 아직 찾지 못한 상태더군요. 제 논리에 따르면 3번 항목에서 기회를 찾아야 하는 상태더군요. 즉, 의도하지 않았지만, 프로젝트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관리성 멘트로 변질되었습니다. 하하하하! 절대 의도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쑥스러울 수가.
아무쪼록, 제 충고경험담이 팀원에게 어떤 희망을 주어길 바랬습니다. 이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제 논리에서 맹점을 발견했습니다. 3번 항목에서 핵심은 ‘주어진 것’입니다. 만약 ‘주어진 것’이 없다면, 즉 기회를 찾을 발판도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전 직장에서,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발굴하기 위해, 마음 고생한 기억이 있습니다. 과장이 되고 1년 정도 지난 시기였죠. 초보과장이 뭘 안다고 이런 일을 시켰을까라는 조직에 대한 의문을 품느라고, 사업기획을 하기보다 동료들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다녔습니다.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간다고 해서, 뾰족한 묘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내일은 뭘 입지?’가 아닌 ’내년엔 뭐 먹고 살지?’라는 고민을 그 이후로 계속했습니다. 뭐 지금 조직에서 비지니스 모델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몇 년후를 내다보면 지금부터 깊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불평분자 시절에는, 제게 주어진 문제의 원인을 제 밖에서 찾으려고 했습니다. 물론 제 밖에도 문제가 있었죠. 조직, 시장, 상사 등등. 다양한 역학관계가 분명히 존재했고, 제가 어찌 해볼 수 없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 아니 일 년이라는 암흑의 시간을 보내면서도, 늘은 게 있습니다. 몇분 안에 다양한 별명거리를 찾아내는 능력말이죠. 변명거리를 잘 찾아내는 것도 능력이라 한다면 할 수 있겠죠.
얻은 게 있다면 잃은 게 있는 건 공편한 일입니다. 하지만 변명을 잘 하는 능력을 얻기 위해 제가 놓쳐 버린 게 너무나 큽니다.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를 그렇게 흘려보냈습니다.
그리고 기회를 찾을 기회를 그렇게 저멀리 떠나보냈습니다.
우리에겐 어느 순간에도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것은 거대한 뜀틀을 넘을 수 있는 눈 앞에 놓인 구름판이 아닙니다. 즉, 구름판을 찾을 기회랍니다. 자아발전할 수 있는 기회랍니다. 자신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랍니다. 그리고 그 때 경험이 기특한 이런 글을 2년 전에 쓰게한 것 같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말타고 떠돌아 다니는 것이 지겨워, 한반도에 정착하고 밭 갈고, 씨 뿌려 농사를 지었습니다. 산업화 열풍은 농사꾼을 다시 디지털 유목민으로 변신시키려고 합니다. 일부는 이미 그렇게 됐습니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이런 질문에 답을 달기 참으로 어렵습니다. 한 곳에 정착하기 전에는, 사냥을 하고 유목을 하고 낚시를 하고 살았기 때문이죠. 다만, 이제 우리는 노트북을 들고 인터넷을 타고 새로운 비지니스, 즉 푸른 초지를 찾아 다녀야 한다는 사실만을 알 뿐입니다.
어느덧, 제 마인드는 유목민이 되었습니다. 행복할까요? 윗 글의 결론으로 물음에 답하겠습니다.
잠깐! 정치에는 관심이 없단 말인가? 그렇다면 당신은 당신이 유목민이라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유목민의 생활도 내 이야기처럼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수천년 전에 말을 타고 신선한 바람을 맞으면 넓은 초원을 달렸을 우리의 선조를 생각해 보자! 그들의 삶은 치열했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주어진 삶에 충실했을 것이다. 소박한 음식을 즐겼으며, 초원에 누워 쏟아지는 별 빛의 아름다움에 노래를 불렀고 자신이 기르는 가축과 영혼을 통한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Digital Nomad의 삶도 치열하지만 삶의 즐거움으로 충만하다. 안정적이지 않지만 노력하면 일정 수입이 생기며, 자신의 취미에 따라 삶을 즐길 수도 있다.
단, 당신이 유목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