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Hani

로망은, 실현되리라!

저는 관대합니다. 책에 대해선…

 

돈이 없을 때, 즉 한정된 돈으로 다양한 것을 해야 했을 때. 책 사기에 상당히 엄격했습니다. 사실, 책을 사지 않고 도서관에 가서 읽었죠. 가끔 읽고 싶은 새책이 나오면. 교보, 영풍, 종로서적(역사 속으로 사라진)을 돌아 다니면서 스탠드 리딩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절약정신으로 읽지 못하는 책들이 있었습니다. 이상엽씨가 쓴 MFC 책으로 대표되는 바이블류, 즉 책 분량 때문에 서서는 후기를 읽지 못하는 책들이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용돈을 쪼개어 사고 못사면 용돈을 모아 샀습니다.

지금도 쓰고, 버리고, 파묻어도 남을 정도로 월급을 받지 못하기에. 계획적인 지출을 해야지만… 이상하게 책만 보면 아무생각 없이 지르고 맙니다. 거참.

이러다 보니, 재미있을 것같아 샀지만. 두 페이지도 읽지 않고 옆으로 치워버리는 책들이 나옵니다. 사두고 읽지 못한 책이 몇 권이 되는지 세는 것을 포기한지도 오래되었고요. 이런 것을 보면, 전 관대합니다. 책에 대해서.

그러기에, 예전에는 제목에 낚이고, 서평에 낚여 책을 산 경우. 저자나 출판사를 비난했지만. 지금은 ‘뭐 그럴 수도 있지’라는 관대함을 베풉니다. 참 관대하죠!

***

가격이라는 게 숫자이기에, 정량적으로 보이지만. 가격은 정량성을 가장한 정성적인 것입니다. 백만원짜리라는 가격표가 붙은 노트북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스펙이나 디자인을 보면 사고 싶지만, 가격에 부담이 되어 구매가 망설여집니다. 그런데 가격표를 다시 보니,

50퍼센트 세일, 정가 이백만원

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여러분이 노트북 앞에 있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반대로 꼭 사야하는 노트북이 있습니다. 업무에 필요하기 때문이죠. 전자상가에 나갔다가, 그 노트북을 봤습니다. 막상 사려고 가까이서 보니, 가격표에

물량 부족, 오십만원 → 백만원

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런 선택의 프레임에 놓이면, 정량적인 가격은 정성적인 것으로 돌변합니다.

***

그러기에, 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어떤 사람에게 재화의 가격은 비쌀 수도. 쌀 수도. 적당할 수도 있습니다. 같은 책 값이라도 저같이 관대한 사람을 만나면 싼 책이 되고. 엄격한 잣대를 지닌 분을 만나면 원가 구조를 토해내야 하죠.

물론 어떤 물건이 비싸다고 할 때, 그 이야기 속엔 폭리를 취한다는 뜻이 숨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폭리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까요? 정말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책값이 비싸다고 말한다면, 전체 시장의 평균을 두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개별 출판사를 두고 이야기할 수도 있으며. 개별 책으로 두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죠.

따라서 적자를 내는 출판사도 있고, 좋은 책을 내지만 간신히 운영되는 출판사도. 밀리언 셀러를 내고 빌딩을 세우는 출판사도 있습니다. 종이값도 되지 않는 가격의 책도 있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책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건.

누군가엔 책값이 비쌀 수도.

저처럼, 누군가는 책값에 관대할 수도 있습니다.

이쯤 되면, 황희정승께서 형님하고 가시겠네요. 니말도 맞고, 그러고 보니 삼식이 말도 맞네.

거참!

긴 글이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출판사가 얼마를 남겨야 하는 문제는, 중력 텐서를 풀어내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즉, 수학문제가 아니라, 이념의 문제이며, 누가 얼마를 먹냐는 정치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전 관대하다는 이유로, 책값이 싸다는 면제부를 주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제가 원하는 것은 좋은 책을 내는 출판사들이 좋은 책을 내서, 제가 앞으로도 계속 관대해지게 만들어 주시는 겁니다. 상당히 이기적인 포스트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 앞으로도 책에 대해서 관대해질 생각입니다.

대충 :) 이런 귀여운 모습으로 마무리합니다. 총총총…


2 Responses to “저는 관대합니다. 책에 대해선…”

  1. 혜란 Says:

    참 멋진 글입니다^^;
    아직은 도서관 주변을 헤매이는 저와 같은 소인배와는 차원이 다른 대인배 이시군요^^/

    책을 대하는 관대한 마인드가 월드와이드 하여 즐겁게 읽고 갑니다.

  2. Hani Says:

    혜란님.
    대인배라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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