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사회

대학 다닐 때# 이야기입니다. 학교 앞에 라면을 잘 끊이는 분식집이 있었습니다. 정확하지 않지만, 파를 썰어넣고, 계란을 푼 보통라면이 1,200원 정도 했습니다. 학생식당 밥이 900원으로 기억 되는데, 무려 300원이나 비싸지만… 입에 착착 붙는 라면 국물과 갓 출시된 최신 만화 단행본을 공짜로 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공강시간에 과동기들과 자주 갔습니다.

그 분식집에서 300원을 더 내면, 라면에 가래떡을 넣어주었습니다. 300원이래야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이지만, 보통라면을 시키는 동기는 떡라면을 시키는 친구에게 이런 말을 건네곤 했습니다.

역시, 과외하는 부르조아는 달라 라면에 그 귀한 떡까지 넣어 먹고 말이지.

이런 농담을 서로에게 건냈지만, 300원을 더 내고 떡라면을 먹는 친구나 보통라면에 만족한 친구나 부모님께 용돈을 타서 쓰는 평범한 대학생이었습니다. 아무튼 (제 생각이지만) 90학번 중반을 전후로 한 대학생들이 계급의식을 두고 농담을 건넨 마지막 세대가 아닐까 합니다.*

***

사실, 저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편이 세상을 사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가끔이지만 ‘개천에서 용이 나는 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자녀를 둔 주위 사람들이 교육에 투자하는 것을 보면, 앞으로 ‘한강에서 용이 나는 것’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이 영어 유치원이고, 필수는 해외 어학연수이니. 영어가 권력이 되어버린 이 사회에서, 비범한 능력을 타고난 아이라도 혀에 버터를 바른 어린이와 경쟁이 될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

먼 옛날 이야기가 되었지만, 총선에서 우리는 ‘평등’보다는 ‘자유’를 선택했습니다. 즉, 느리지만 함께 걸어가는 것보다 경쟁을 통한 발전을 택했습니다. 총선에 대해서, 진보진영은 ‘대한민국은 죽었다’라는 평가도 내놓았지만.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도 아닌 ‘민주주의’가 지켜지려면, 누군가에게 말도 안 되는 선거결과일지라도,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으며 그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역전의 한방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러기에 진보는 긴 겨울이 될지도 모를 시간을 참고 견뎌야겠죠.

하지만 승자만이 모든 것을 쟁취하는 사회로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있자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 10년도 훨씬 넘은 대학교 분식집 일화가 떠올라, 뒷북을 울리는 포스트지만 올려봅니다.

* 이런 농담을 건넨다고, 계급의식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About the Author

Hani

This is Hani! My job is consulting, system design and project management... Sometimes coding. I hope you have a great time on my blog.

4 Responses to “승자독식사회”

  1. Max Says:

    구미가 땡(?)기는 책이군요…^^*

  2. 박찬규 Says:

    봄날을 맞을 준비를 하는곳이 많습니다. 관련 싸이트와 책을 한권 조심스럽게 소개시켜 드립니다.

    1. 홈페이지
    수유+너머 http://www.transs.pe.kr/
    2. 도서
    - 아무도 기획하지 않는 자유(고미숙 저)
    - 코뮨주의 선언(고병권,이진경 등저)

    아마 진보의 좋은 지향점이 되라라 생각 합니다. 경쟁사회에서도 숨쉴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살아가는 공간을 만들어 둔다면 결국에는 이길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고맙습니다.

  3. Hani Says:

    Max님.
    네, 책은 재미있습니다.
    그런 현실이 눈 앞에 펼쳐진다는 게
    조금 답답하지만요.

  4. Hani Says:

    사장님.
    책 소개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일독해 보겠습니다. :)

Leave a Reply

가끔 스팸차단기에 의해 코멘트(트랙백)가 막히나, 하루에 한번씩 정상처리 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