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키가미와 광우병
모든 국민은 초등학교 입학시에 특정 감영증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의무이며, 이것을 ‘국가 번영예방접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사용되는 백신 자체는 썩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때 사용되는 주사기 중 약 0.1%에 섞여 있는 특수한 나노캡슐입니다.
1000명 중 1명의 확률로 그 캡슐이 주입된 국민… 캡슐은 그들의 몸속을 떠돌다가 이윽고 심장 폐동맥에 정착합니다. 그리고 생명력이 정점에 달하는 18세에서 24세 사이, 미리 설정된 일시에 파열하여 그 생명을 잃게 되죠.
그러나 그 캡슐이 누구에게 주입되었는지 국민은 알 수 없습니다. 국민은 그 시기가 올 때까지 ‘내가 죽는 게 아닐까’하는 위기감을 늘 가진 채 성장합니다. 그 위기감이 바로 ‘생명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높이고 사회의 생산성을 향상시키죠.
사실 이 법률(국가번영유지법)이 시행된 후로 우리나라의 자살건수와 범죄건수가 함께 감소했고, 오히려 GDP와 출산율은 해마다 증가 추세입니다. 이것은 모두 이 법률이 가져온 효과라 할 수 있지요.
이키가미 1권 중에서
일종의 깔대기 이론일까요? 친구나 동료들과 사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런 결론이 납니다.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건 쉽지가 않아.
가장 오랜 해외체류 기간이라 해봤자, 2주 정도 출장으로 외국에 머무른 것이 전부인 제가, ‘대한민국에서 삶의 질’과 ‘다른나라에서 삶의 질’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입니다. 풍월을 읊으려면, 적어도 서당밥 3년은 먹어야 한다는 선조들의 말씀처럼, 타국의 삶과 대한민국의 삶을 온전히 비교하려면, 제 깜냥으로 부족하죠.
하지만, 88만원세대로 대표되는 20대의 암담한 현실과, K리그 수준에서 프리미엄리그 수준으로 레벨업된 승자독식사회를 놓고 생각해보면, 대한민국 삶의 치열함은 이미 초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듯합니다.
운좋게 70년대에 태어난 덕분에, 80년대생이 겪는 배틀로얄식의 취업전쟁을 피해 회사생활을 하지만. 90년대생이 겪는 무한경쟁식의 영어교육과, 놀이의 즐거움보다 학습의 고단함부터 온몬으로 경험하는 밀레니엄 베이비를 보고 있자니. 대한민국에서 삶은 고담함을 넘어 무너지지 않는 장벽을 향해 돌진하는 참담함이 느껴집니다.
현실의 답답함은, 노래방에서 질러대는 최신가요나 인터넷에 배설해 버리는 욕지거리로 해결되지 않기에. 편히 쉴 세평의 보금자리를 얻지 못한 이나,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한끼 식사를 위해 끊임없는 노동을 해야 하는 이에게, 대한민국은 희망의 대명사이기보다 절망의 화신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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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키가미라는 만화에서, 국가번영유지법이라는 법률이 있습니다. 이 법률을 토대로 국가에서는, 더 많은 국민을 살리고 나라를 번영시키려고, 1000명 가운데 1명의 젊은이에게 나노캡슐을 주입해, 18세에서 24세 사이에 이 젊은이를 심장마비로 죽게 합니다. 나노캡슐이 주입된 사람은 이 사실을 모른 채 살지만, 사망 하루 전날 사망 통보가 담긴 이키가미#를 받습니다. 즉, 곧 죽으니 마음에 준비를 하라는 국가의 큰 배려인 셈이죠.
이런 설정을 토대로 이 만화는, 이키가미를 배달하는 ‘후지모토’라는 이키가미 배달원의 눈으로, 이키가미를 받은 젊은이들의 마지막 하루를 보여줍니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가난하다고 합니다. 그러기에, 1000마력짜리 엔진을 달고 도망가는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이를 악물고 쫓아오는 개발도상국을 따돌리려면, 새로운 성장동력을 쌀나라와 자유무역에서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단, 자유무역을 통해 비교우위에 있는 제품을 팔려면, 그네들이 키운 소고기를 먹어야 합니다. 아울러 그 비싼 소고기를 헐값에 먹을 수 있다니, 꿩먹고 알먹고, 일타에 쌍피를 얻는 재수라고도 말하지만.
어떤 사람은 오버액션이다, 누군가는 또다른 에이즈라고 떠드는 광우병에 잠재적으로 노출된다는 이야기에, ’국가번영의 이름으로 개인에게 나노캡슐을 주입하는 만화’와 새로운 번영을 위해 ‘싫든 좋든 조상 잘못 만나면 죽을 수 있는, 미친소를 먹어야 하는 대한민국’이 오버랩되는 것은 우연일까요?
# 이키가미는 이쿠(죽다)와 가미(종이)의 합성어입니다.

May 2nd, 2008 at 3:26 pm
테라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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