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진짜! 좋은 디자인이란? 8부 : 내 마음을 읽어봐!

조엘이 stackoverflow라는 사이트를 만들고 있답니다. 일종의 프로그램 관련 Q&A사이트인데, 아직 준비 단계지만, 사이트 이름으로 블로그를 개설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조엘의 podcast을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IT관련된 podcast죠.

첫 번째 podcast를 듣다가, Launchy라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조엘답지? 않게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칭찬을 하더군요. 그래서, 어떤 프로그램인지 검색해 봤습니다. 국내에서도, 여러 분들이 이미 설치해서 쓰고 계시더군요.

Launchy

이 유틸리티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하면, ’바탕 화면’이나 ’빠른 실행’에 없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려면, ‘시작’버튼을 눌러서 쭉 찾아 들어가야 합니다. ‘시작’버튼 UI의 단점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 아이콘을 감춰 놓기에, 이런 프로그램을 실행하려면 한참 동안 뒤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alt’+’space’키를 누르면 Launchy가 뜨는데, 실행하고 싶은 프로그램 이름을 강아지 떡처럼 입력해도 잘 찾아서 자알~ 실행해 줍니다. 물론, 맥에서 사용하는 QuickSilver를 보고 만든 따라쟁이 유틸리티지만, 맥을 사용하지 않는 제 입장에서 상당히 착한 유틸리티입니다.

Quicksilver나 Launchy같은 프로그램이 뛰어난 이유는 뭘까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경험하는 즐거움은 차치하고, 작업의 목적에서 바라보면, 어떤 프로그램을 쓰느냐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즉, 워드를 쓰건 아래한글을 쓰건, 보고서를 만든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프로그램은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입니다. 물론, 현실에서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작업 결과의 품질과 효율성에서 차이가 나지만, 궁극적으로 진화한 도구의 경우 매우 직관적이기에, 도구를 배우는데 필요한 학습비용이 매우 낮습니다.

‘시작’버튼으로 프로그램을 찾으려면, 시작버튼을 누르고 다시 프로그램 항목으로 가서, 글자순으로 정리되어 있지 않을 때 나열된 프로그램 목록을 한참 뒤져야 합니다. 즉, 내 마음 속에는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싶은지 그 정답이 있는데도, ‘시작’버튼이 그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기에, 실행하고픈 프로그램을 찾기 위한 노동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런치는 간단합니다. 이미 내 머릿속에 떠오른 프로그램 이름을 대충 명령창에 적어주면 됩니다. 하! 이 얼마나 진화적인 발전입니까? 즉, ‘시작’버튼은 ‘실행하고픈 프로그램’과 ‘진짜 프로그램’ 사이의 거리를 백만광년 정도로 벌려 놨다면, Lauchy는 ‘대뇌작용’과 ‘CPU위에서 일하는 프로그램’ 사이의 거리를 나노미터 정도로 좁힌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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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료를 만들 때면, 부하직원과 항상 같이 작업하는 부장님이 있었습니다. 이 부장님의 문서작업 방법은 이렇습니다. 우선, 프로젝터가 있는 회의실을 예약하고, 부하직원에게 노트북을 가져오라고 지시합니다. 부하직원은 노트북을 프로젝터에 연결해서, 파워포인트를 띄우죠. 이때부터 부장님의 문서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김대리, 지난번 만들었던 템플릿 띄워봐!”

“겉표지는 조금 있다 만들고, 목차부터 적어봐. 목차는 …… “

“폰트가 별로다. 가는고딕으로 바꿔봐. 글자도 좀 키우고.”

“가운데 정렬로 하고, 박스들 오른쪽으로 조금 옮겨. 아니 너무 옮겼다. 그래 그 정도, 좋아.”

부장님 입장에서, 입력장치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아닌, 인공지능자연지능이 장착된 부하직원입니다. 문서작업의 효율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부장님과 짝지가 되어 오랫동안 수련한 부하직원은, 이 부장님의 스타일을 완전히 파악하고, ‘아’라고 말해도 ‘어’라고 자동적으로 교정하도록 완벽하게 튜닝되었기에, 이 부장님에게 상당히 효과적인 작업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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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있는 장인이 사용하는 도구는 대부분 단순합니다. 장인이 사용하는 도구가 단순하지만 효과적인 이유는, 한가지 목적을 위해 도구가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즉,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단순하고 직관적이죠. 하지만, 일반 소비자에게 제품이 어필하려면, 필연적으로? 기능이 많아집니다. 기능이 많아진다는 이야기는, 반대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복잡해지고, 이런 제품의 UI는 사용자가 좌절하게 합니다.

이런 상황에, 일종의 모순이 있습니다. 즉, 사용자를 유혹하기 위해 넣은 기능이 많아지기 때문에 사용성이 떨어지고, 역설적으로 이런 기능 때문에 ‘잡스러운 제품’이 됩니다. 아직까지 이런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 정도입니다. 애플처럼 쓸데없는 기능을 다이어트하고, 제품의 사용성을 높이거나… 주로 쓰는 기능을 핵심 인터페이스와 매칭하고, 안 쓰는 기능은 구석에다 감추는 방법입니다. 숨긴 기능은 사용자를 유혹하는 데 역할을 다했으면, 회사 입장에서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 기능을 쓰건 말건, 그건 사용자의 몫이라는 생각이죠.

쓸려면 찾아서 쓰고 아니면 말고 식의 전략보다는, ‘단순한 기능 멋진 디자인이라는 전략’이 소비자를 감동하게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화 전략도 시장에 어느정도 노출이 되어 약간 식상하기도 하고, 애플식의 단순화 전략이 심플하지만, 그걸 일반 회사가 실행하는 건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건 뭐 어쩌라는 건지? 자! 그렇다면 기능을 많이 넣으면서도,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기능을 찾아 쓰도록 할까요?

해답은, 사용자의 마음을 읽으면 됩니다. 헉! 인공지능도 요원한 일인데, 독심술 기능을 제품에 내장하라는 이야기인데, 이거 너무 무리수를 두는 포스트가 아니라는 의문도 들지만. 앞서 소개한 Launchy나 부장님의 작업방식을 떠올리면, 이런 제 주장이 그렇게 헛소리처럼 들리지 않을 듯합니다. 그리고, 사용성의 대가인 도널드 노먼 교수가 이런 맥락에서 새로운 책을 내기도 했으니까요.



About the Author

Hani

This is Hani! My job is consulting, system design and project management... Sometimes coding. I hope you have a great time on my blog.

4 Responses to “진짜! 진짜! 좋은 디자인이란? 8부 : 내 마음을 읽어봐!”

  1. eslife Says:

    사용자의 요구는 많은 데 프로그램은 직관적이고 간단한 ui 를 제공하기란 참 힘든 일입니다. 늘 고민하지만, 제 머리로는 제대로 구현하기 힘들더군요. 아직도 그저 그런 복잡해서 메뉴도 찾기 힘든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사람중에 하나입니다만, 늘 노력해야 남들과 다른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테니 충분히 고민해야 하는 좋은 과제를 알려주신거 같습니다.

  2. Hani Says:

    eslife님

    저도 기능이 많은 프로그램을 만들 때마다
    고민이 많아집니다.
    쉽지 않지만, 고민한 만큼 사용자가 편해지니
    즐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

  3. 아크몬드 Says:

    Windows Vista 시작 버튼에서 빠른 검색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답니다..써보셨는지 모르겠네요.

  4. Hani Says:

    아크몬드님.
    이야기는 들었지만 아직 써보지 못했습니다.
    사무실과 집에서 모두 xp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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