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와 전체주의

2004년 초반의 일입니다. 당시 저는 컨설턴트로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죠. 그 프로젝트는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이 참여해서 그런지 팀웍이 좋았습니다. 회의가 많고 정해지지 않은 게 많았지만, 그런 부산함도 즐길 정도로 팀웍이 뛰어났죠. 늦게 일한 날이면, 근처 호프집에 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하면서, 피곤도 풀고 사는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2004년 초반은 17대 국회의원 선거기간이었습니다. 탄핵정국 때문에 한나라당이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했죠. 국회의원 선거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였듯이 프로젝트 팀내에서도 국회의원 선거로 화재만발이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반한나라당 정서가 상당히 팽배했습니다. 오래 전 기억이라 정확하지 않지만, 팀원들만 모아놓고 선거를 치르면 한나라당이 완전 패배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렇게 뜨거웠던 선거가 끝나고 한달이 지났을 무렵, 팀원 한분과 단둘이서 이야기하게 되었죠. 그 분은 저보다 나이가 많았지만, 말이 잘 통하는 사이였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국회의원 선거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분이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시더군요.

Hani씨한테만 하는 이야기인데, 사실 전 한나라당 찍었어요. 한나라당이 잘한 것은 없지만, 전 한나라당 정책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네… 마음에 드는 정당 찍는거죠.

그렇긴 한데, 팀원들이 무척 싫어해서요. 조금 그렇더라고요.

그 분 입장에서 팀원들이 모두 다른 정치견해를 피력할 때, 팀웍을 깨지 않기 위해 조금 마음 고생하셨을 것을 생각하니, 대세에 동참했던 제가 조금 미안해졌습니다.

***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팀웍이 좋다는 말을 듣는 것만큼 팀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기분 좋은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팀웍이 좋다는 말은 다른 말로 풀이 하자면, 생각과 행동에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전체주의가 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요? 전체주의 색깔이 없이, 생각과 행동이 모두 일치하는 팀웍도 어딘가에 존재하겠죠. 하지만, 같은 배에서 난 일란성 쌍둥이도 호불호가 갈리는 것을 보면… 태어난 곳과 자란 곳이 다른 사람이 모인 팀에 다름이 없을 수 있을까요?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는 콩가루 프로젝트보다 똘똘 뭉치는 팀웍으로 넘쳐나는 팀에서 일하는 게 더 좋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다만, 좋은 팀웍이라는 이름으로 원치 않는 야근을 하거나, 원하지 않는 회식자리를 강요하거나,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않는 전체주의는 피해야겠죠.

이런 의미로 팀장으로서, 팀 밖에서 팀웍이 좋다는 평가를 할 때마다, 우리 팀에 전체주의가 슬며들지는 않았는지 경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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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

This is Hani! My job is consulting, system design and project management... Sometimes coding. I hope you have a great time on my 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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