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틀리는 우리말, 올림픽의 추억
한달 후면 올림픽 시즌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북경올림픽이, 어쨌든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올림픽 시즌이 되니, 88년 서울올림픽 때 기억이 생각나네요. 지금이야 많이 없어졌지만, 당시 학생들은 정부에서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인적자원이었죠.
소중한 인적자원이었던 저도, 친구들과 손에 손잡고 교문을 지나서 지하철을 타고, 멋진 올림픽 중계를 위해 관중석을 채우러 강제자발적으로 경기를 관람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농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승마, 조정, 복싱보다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농구를 선택했죠.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했던 것 가운데, 거의 자의적이지 않았기에 그다지 즐거운 기억이 없었는데, 올림픽 농구경기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2호선을 타봤기 때문입니다. 갈아타지 않고 멍~하고 앉아 있어도 탔던 곳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이 무척 신기했죠. 와우! 비바 대한민국!
과거완료형이지만(농구를 좋아하게 되고 나서) 올림픽 때마다 열광했던 미국의 드림팀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농구관람을 간 당일… 미국이 구소련에게 박살났기 때문이라는 사실 때문에도 당시 농구관람이 기억에 남습니다.
올림픽 경기의 모토가 있습니다. 물론 다들 아시겠죠. 올림픽 때만 되면 TV에서 많이 나왔는데, 요즘엔 올림픽의 정신이 퇴색했는지, 올림픽 정신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 않는 듯합니다.
Citius, Altius, Fortius
우리말로 다음처럼 옮기실 때가 많습니다.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힘차게
올림픽의 모토는 라틴어로써, 영어로는 ‘Swifter, Higher, Stronger’입니다. 즉, ‘Swift, High, Strong’의 비교급이죠. 비교급이다 보니, 보통 비교급을 옮길 때 사용하는 ‘보다’라는 부사(?)를 사용해서 ‘보다 빠르게, 보다 높게, 보다 힘차게’로 번역을 많이 하시죠.
일부(?) 국어사전이나 심지어 표준국어대사전에서도 ‘보다’를 ‘어떤 수준에 비하여 한층 더’라는 의미의 부사로 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보다’에 대한 옳지 않은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 ‘than’이 비교급 형용사와 부사 뒤에서 ‘보다’라는 뜻으로 쓰이는데, 우리말 ‘보다’와 쓰임이 아주 비슷하다. 그래서 영어 원문을 ‘영희가 철수보다 착하다’라고 번역할 때, ‘보다’를 ‘더, 아주’ 따위의 부사어로 착각한다.
한효석의 ‘이렇게 해야 바로 쓴다’
인용문에서 설명한 것처럼 ‘보다’는 토씨입니다. 물론 ‘보다’를 ‘더, 아주’와 같이 부사처럼 흔히 사용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말버릇’이 보편화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사회성원이 지금처럼 ‘보다’를 부사처럼 사용하면, 먼 훗날에는 ‘보다’가 그냥 그렇게 부사가 되겠지만요. 이미 그런가요?
*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지적해 주세요.

July 12th, 2008 at 11:39 am
부사는 앞 단어와 띄어 써야 합니다. 한효석 씨가 의도한 것은 어쩌면 ‘보다’가 조사로 쓰일 때는 체언 ‘철수’와 붙여 써야 한다는 걸 이야기 한 게 아닐까요?
July 12th, 2008 at 11:53 am
세레님.
안녕하세요.
우선 한효석씨가 의도한 것은 ‘보다’라는 게 비교급을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토씨)라는 사실입니다.
‘보다’라는 게 ‘더, 아주’를 나타내는 뜻으로 변질된 이유를 찾아보니까,이수열씨가 지은 ‘우리말 바로 쓰기’라는 책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수열씨의 책에서 ‘보다’를 설명하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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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는 ‘이것보다 저것이 낫다’, ‘여성이 남성보다 섬세하다’, ‘나무보다 쇠가 단단하다’처럼 두 가지를 비교할 때 쓰는 조사다. 우리 문법을 모르면서 일본말을 섣부르게 배운 사람들이 ‘日本より大きな國(일본보다 큰 나라)’의 조사 ‘より’가 ‘よりよい生活(더 좋은 생활)’의 부사 ‘より’와 형태가 같은 것을 보고 ‘더 좋은 것’을 ‘보다 좋은 것’, ‘더 부지런히’를 ‘보다 부지런히’ 따위로 말한다. 이러한 현상이 확산하자. 국어사전 편찬자들도 비판 의식 없이 덩달아 ‘보다’를 ‘한층 더’를 뜻하는 부사라고…
July 13th, 2008 at 11:16 am
‘보다’라는 단어가 부사로 여겨지게끔 한 그런 이력이 있었군요. 잘못 쓰인 경우가 보편화되서, 국어사전 속에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니 안타깝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July 13th, 2008 at 3:49 pm
세레님
추가 질문 덕분에, 잘못된 원인까지
찾아보게 되었으니, 제가 더 감사합니다.
July 14th, 2008 at 10:28 am
음.. 보다를 아무 생각없이 쓰고 있었는데…
좋은 정보 배워갑니다.
July 14th, 2008 at 9:11 pm
mycogito님
도움이 되셨다니
기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