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esign of Future Things
‘보이지 않는 컴퓨터’를 읽으면서, 노먼 교수는 컴퓨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신작을 읽으면서 똑똑한 자동차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Future Things’라는 제목이지만, 이번 책에서 자동차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많이 나옵니다. 즉, 똑똑한 자동차 기술과 얽힌 좋지 않은 경험담이 주를 이루죠.
아마존에서 책에 대한 평가는 6명이 평가해서 3점 정도 받았습니다. ‘The Design of Everday Things’가 145명 평가에 4점인 것에 비하면, 관심도 낮고 평가도 낮습니다.뭐, 타인이 내리는 평가가 얼마나 중요합니까? 내가 읽고 얻는 게 있으면 그만이죠.

‘Future Things’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목적지만 말하면 핸들 위에 손가락 하나 걸치지 않아도 데려다 주는 자동차, 지친 하루를 마치고 퇴근하면 내 기분에 맞는 음악이 나오고, 목욕탕에는 내가 좋아하는 온도의 목욕물이 받아져 있는 집. 한 마디로, 말해서 ‘자동화’입니다. 물론, 자동화라는 말 자체가 너무나 식상한 말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자동화라는 말을 그다지 오해하지 않을 듯해서 선택했습니다.
노먼 교수는 이번 책에서, ‘Future Things’가 ‘자동화’를 추구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책의 서두에서는 제네시스 광고로 많이 익숙해진 ‘어답티브 크루즈 콘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ACC)’의 문제점이 나옵니다. ACC는 앞 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자동으로 자동차 속도를 조절해 주는 기능입니다. 주로, 비싼 차에 내장된 기능이죠.
노먼 교수의 지인이 고속도로에서 ACC를 켠 채 운전을 했다고 합니다.
고속도로에 차가 많아져서, 차 속도가 나지 않았지. 마침 내가 나가려고 했던 출구가 나와서 고속도로를 빠져 나왔는데, 갑자기 속도가 빨라지는 거야. 앗! ACC를 켜뒀다는 것을 깜박했지. 알다시피 출구차선(off-ramp)에서 속도를 줄여야 하잖아. 당황했지만 브레이크를 밟아서 ACC를 취소했는데, 큰일 날 뻔했어.
이 이야기를 들은 자동차 업계 사람은 대체적으로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 분이 잘못하셨네요. 고속도로를 나올 때 ACC를 꺼야죠.” 아니면, “그 문제는 GPS와 ACC를 연동해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즉, 출구차선으로 바꾸면 ACC를 끄는 거죠.”
잠깐만요!
지금까지 출시된, ‘똑똑하다(smart)’ 혹은 ‘지능적이다(intelligent)’라는 수식어가 붙는 제품은 정말로 똑똑하고 지능적일까요? 아니죠! 제품이 똑똑하고 지능적이기보다, 제품을 만든 설계자가 사용자가 겪을 문제를 미리 예상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설계자가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ACC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분처럼 사용자는 ‘바보가 됩니다’.
완벽하게 튜링테스트를 통과하지 않는 이상(통과했다고 해도), 컴퓨터(제품)와 사람의 대화는 두 개의 모놀로그(monologue,독백)입니다. 즉, 사람은 컴퓨터에게 지시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설계자가 고려하지 못한 질문에 컴퓨터는 대답을 하지 못하죠. 네비게이션(컴퓨터)도 ‘왼쪽입니다’, ‘오른쪽입니다’라고 말은 하지만 아내 생일인데, 친구들 만나러 술집으로 향하는 남편에게 “정신 차리세요. 지금 집에 안 가면 죽을지도 몰라요!”라는 지혜와 진심이 담긴 충고는 못하죠.
즉… 설계자나 개발자가 꿈꾸는 자동화라는 것은 허상일 뿐이라는 게 노먼 교수의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요? 다음 그림이 모든 대답을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읽으실 분들을 위해 더 이상은…

from ‘The Design of Future Things’


August 1st, 2008 at 3:32 pm
문득 ACC는 지능이 아니기 때문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ACC는 프로그램이지 AI가 아니기 때문에 저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고 AI를 구현해만 낸다면야… 문제가 없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전부터 하는 생각은 AI는 프로그래머가 커다란 하나의 단일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기능의 작은 판단 객체들이 군집을 이루면서 집단 지성을 만들어내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고속도로의 진출입구를 구별하는 프로그램, 속도를 조절하는 프로그램, 거리를 판단하는 프로그램 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고속도로를 빠져나갈 때는 자동에서 수동으로 전환해야지~~ 라는 지능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거죠. 물론 사람도 잘못된 판단을 내리듯이 이런 경우 AI도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오류가 있겠습니다만 ^^;
그냥 잡생각이 들어서 남겨봅니다.
August 1st, 2008 at 10:34 pm
글을 감질나게 끝맺는 법을 아시네요;
August 2nd, 2008 at 12:39 pm
mycogito님.
말씀하신 것처럼 인간 수준과 동일한 AI를 지닌
제품이 나온다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인간은 닮은 완전한 휴먼노이드 로봇.
하지만, 이런 것들은 다소 먼 미래의 이야기이며
따라서 노먼 교수가 이야기하는
‘Future Thing’이라는 것도, 그런 인공지능 전단계의
제품에 대한 ‘자동화’관점에서 문제점입니다.
사실, 위 그림에 답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요즘 자동화의 추세는 사람의 영역인
‘reflective(반성적)’까지 침범하는데, 이런 침범
때문에 사용자의 의지에 반하는 작동오류가
발생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자동화는
‘visceral(본능적)’, ‘behavioral(행동적)’영역에
집중하고, 인간에게 ‘반성해서’ 행동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는 게 노먼 교수의 요지인 듯합니다.
:)
kz님.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는데,
댓글에 결론을 어느 정도 내버렸네요. ^^
August 4th, 2008 at 8:03 am
음.. 깊은 고찰이 필요한 부분이네요.
그래도 댓글에서 핵심적인 부분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
August 4th, 2008 at 9:10 pm
댓글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좋은 내용이
많습니다. 국내에서도 곧 번역이 될 것으로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