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팁_ 2
사실 마감이 있는 것도 아닌데, 넘버링을 붙인 포스트는 왠지 원고마감 비슷한 부담감을 줍니다. 앞으로 넘버링 붙이는 포스트는 자제해야 하겠습니다.
2. 원문의 어순을 최대한 살려라
번역서를 읽다보면 주술구조가 꼬여서 이해하기 어렵거나, 번역해 놓은 것을 읽다보면 (번역한 사람도) 무슨 뜻인지 애매해서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가장 큰 이유는 문장구조, 바로 어순 차이에 있습니다.
영어는 SVO, SVC의 구조인 반면, 우리말은 SOV, SCV의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영어는 문장이 무한히 길어지기 편한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I want to go to the city.”라는 문장이 있다면 이 문장 끝에 the city를 설명하는 관계부사도 붙고, To부정사도 붙고, 부사구도 붙고… 여러가지 것이 붙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말은 “~했습니다.”로 문장을 끝맺고 나면, 더 이상 문장 뒤에 무언가를 붙여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문장 구조 차이 때문에, 왜 주술구조가 꼬여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이 탄생할까요?
You should develop a rolling-wave plan where you’ve developed only the first few weeks of detail plus the major milestones.
위 문장에서, 주어는 ‘You’ 서술은 ’should develop’ 목적어는 ‘a rolling-wave… milestones.’로 무척이나 길죠. 따라서 이 문장을 아무 생각없이 우리말로 옮기면
여러분은 (………………………… 무 척 긴 목 적 어 …………………………)를 작성해야 한다.*
이 됩니다. 문제는 (무척 긴 목적어)가 복합문이 되는 경우, 즉 또 다른 문장이 들어가면 주술구조가 꼬여 버리죠. 즉, 원문은 ‘You’라는 주어와 ‘Should develop’이라는 서술이 모여있기 때문에 그 뜻이 명확하지만, 옮긴 문장에서는 ‘여러분’과 ‘작성해야 한다’의 물리적인 거리가 백만광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상당히 애매한 문장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어순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바로 원문의 어순대로 번역을 하면 문제가 해결 됩니다. 따라서 이렇게 옮겨 보면 어떨까요?
여러분은 연동 계획을 반드시 작성해야 합니다. 이 연동 계획에서는…
물론 이렇게 옮겨 버리면, 원문에서는 문장 하나였는데, 옮긴 문장에서는 두 문장으로 변하기 때문에 틀린 번역이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 이렇게 생각합니다. 번역이라는 것은 의미를 옮기는 작업이지 ‘문장 구조’를 옮기는 작업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억지로 한 문장으로 만들기 위해서, 의미도 애매한 문장을 만들기보다 차라리 문장을 두 개로 쪼개는 만행을 저질러도, 그 뜻을 명확히 전달하는 편이 더 나은 번역이 아닐까요?
번역은 ‘의역’과 ‘직역’이라고 표현하는 단순 작업이 아니라, 또 다른 문화영역으로 ‘의미’를 지닌 아름다운 문장을 ‘창조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즉, ‘과학’은 ‘신학’의 시녀가 아니듯이, ‘번역문’도 ‘원문’의 사생아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 ‘여러분’은 여기서 굳이 번역하지 않아도 되지만, 우리말과 영문의 차이를 보이기 위해 옮겼습니다.
# 어순을 따르면서 하나의 문장으로 옮기는 것은 번역가의 노하우지만, 두 문장으로 어쩔 수 없이 쪼개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August 4th, 2008 at 1:21 am
제가 요즘 번역을 하면서 고민하는 부분이네요. 한두 챕터를 맡아서 하는 게 이번이 두번째인데, 정말 쉬운 작업이 아닌 듯 합니다.
August 4th, 2008 at 9:09 pm
모든 분야가 비슷하지만, 경험이 늘수록
초보시절의 무모함이 존경스러워지죠.
August 19th, 2008 at 10:27 am
토파즈의 생각…
번역이라는 것은 의미를 옮기는 작업이지 ‘문장 구조’를 옮기는 작업이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