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하기 싫을 때, 학생 증후군 그리고 기술 빚

학생 증후군(student syndrome)이라는 게 있습니다. 다들 학창 시절에 몇 번쯤 경험해 보셨을텐데, 리포트 제출 날짜가 아무리 충분히 남아 있어도. D-day가 코 앞에 닥쳐서 리포트를 쓰기 시작하죠. 3살 버릇이 어디 가겠습니까? 직장에 가서도 마감일이 주어지면, 특히 하기 싫은 일인 경우 마감 직전까리 바탕 화면 한 구석에 작성해야 하는 문서를 치워두죠(저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프로젝트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집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일을 쪼개서 팀원들에게 나눠주고, 필요한 작업 기간을 산출해 달라고 하면 자신들만의 버퍼를 고려한 일정을 예측합니다. 뭐, 이런 식의 일정잡기를 하는 팀원들이 근무태만은 아닙니다.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린다는 사실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같은 보상을 받는 처지에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보상 이외에도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일을 너무 우습게 보거나 낙관적으로 생각해서, 일정을 촉박하게 잡았다가, D-day를 어기면 더 심한 태클이 들어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이런 저런 이유로, 일을 쪼개서 팀원 각자에게 일정을 산출해달라고 부탁을 하면, 작업량에는 버퍼가 붙기 마련입니다.

이런 버퍼 자체가 나쁜 게 아니라. 이런 버퍼를 비밀로 간직한 팀원들은 자신이 과업을 마치는 데 여유가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앞서 말씀드린 학생 증후군에 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작업량을 예측할 때는, 그 일을 수행하는 팀원에게만 맡기는 게 아니라 팀 수준에서 같이 해야 합니다. 물론 개인의 역량에 따라서 작업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개인적인 요소를 배제할 수 없지만. 일정잡기에 이런 미묘한 요소가 끼어 있기에, 팀 수준에서 함께 작업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 지금까지 프로젝트 팀 관점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단독 플레이를 할 때는 어쩌죠. 저도 인간이기에 학생 신드롬에 걸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 신드롬의 폐해를 알기에 왠만하면 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죠. 하지만 그래도 하긴 싫은 일을 할 때는, 어떻게든 마감 직전까지 미뤄 놓으려는 마음이 싹트죠. 그리고 이렇게 처리한 일은 기술 빚(technical debt) 비슷하게, 나중에 계속해서 문제를 일으킵니다.

진정으로 일이 하기 싫을 때, 저는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나’로 분리해서 생각하게 마인드 컨트롤합니다. 조금 유치하지만, 일이 하기 싫다는 이유로 ‘현재의 나’가 일을 개판으로 하면, ‘미래의 나’에게 재작업의 짐을 떠넘기는 짓을 하는 것이라고 ‘현재의 나’를 설득합니다. 하하.

모든 일에 균형 감각이 필요한 것처럼, 현재를 위해 미래를 낭비하는 것도 옳지 않고, 반대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히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술 빚을 프로젝트에 잔뜩 적립하는 것도 옳지 않고, 현재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팀원들의 자원을 고갈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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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

This is Hani! My job is consulting, system design and project management... Sometimes coding. I hope you have a great time on my blog.

One Response to “일이 하기 싫을 때, 학생 증후군 그리고 기술 빚”

  1. iamtopaz' me2DAY Says:

    토파즈의 생각…

    학생 증후군(student syndrome)극복하는게 담배 끊는것 보다 더 힘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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