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약소국 그래든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

현존하는, 진정한 원소스 멀티유즈의 대명사는 바로 ‘타짜’일 것입니다. 제가 타짜에 열광하는 이유는 많지만, 으뜸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호구를 탈탈 털어먹는 천상의 설계를 보여주는 탄탄한 시나리오에 있습니다. 아무튼 타짜에서 호구가 되는 캐릭터를 보면서, ‘호구’라는 단어의 진정한 용례를 알게 되었으니까요. :)

호구를 털어먹는 설계는 허영만씨의 ‘타짜’에만 존재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몇 개와, 여기에 가담한 세계 곳곳의 금융기관들. 그들은 암묵적으로 설계도를 만든 것도 아닌데, 담보 대출을 몇 번 구조화하면서 판돈을 키우더니, 글로벌하게 올인하는 판을 키워서. 해 먹어도 단단히 해 먹은 모양새입니다.

엄청난 판돈을 설거지하는 것은 언제나 호구이듯이, 이 말도 안 되는 금융공황 상태에서 호구는, 땀 흘려서 세금 충실히 내던 세계시민이 될 것 같습니다. 작금의 사태를 보고 있자니, 대마불사의 신화와, 타짜에 나올 법한 시나리오는 한국만의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만화같은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진짜같은 소설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바로, 약소국 그래든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입니다(제목이 무척 길죠).

그랜드 펜윅은 길이가 8킬로미터, 폭이 5킬로미터로, 와인과 양모를 수출해서 얻는 재정 수입으로, 국고의 수입과 지출이 무려 500년간 완전한 평행을 이룬 놀라운 나라입니다. 평화롭던 어느날, 그랜드 펜윅은 오래 전에 미국에 투자해 놓은 껌회사에서 로얄티로 100만달러를 받게 됩니다. 로또 당첨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입과 지출이 평행을 이룬 그랜드 펜윅에 100만달러의 수익은, 엄청난 스나미를 일으킵니다.

지속적으로 로얄티 수입을 얻을 것으로 생각한, 현명한 정치권은 대성적인 여야타결을 통해서, 돈 쓰기의 귀재인 대공녀에게 모든 로얄티를 개인적으로 써버릴 것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억세게 운 좋은 분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듯이, 대공녀가 돈을 버릴 생각으로 산 쓰레기 주식이 황금 거위로 돌변하면서, 더 많은 돈을 벌게 됩니다. 상세한 내용과 뒷이야기는, 읽으실 분들을 위해 생략하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로얄티를 처분하기 위해서 여야가 정략을 떠나서 진정한 해결책을 찾는 데 있습니다. 즉, 언제나 공격하는 야당은 자신들의 정권 창출에 로얄티를 사용할 수 있었고,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여당은 로얄티를 정권 유지에 사용할 수 있었지만, 어떤 선택도 국민 경제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정치적인 타협을 이뤄냅니다. 상당히 유치하고,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암흑같은 이 시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정치라는 생각이 들 게 했습니다.

아무튼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About the Author

Hani

This is Hani! My job is consulting, system design and project management... Sometimes coding. I hope you have a great time on my blog.

4 Responses to “[서평] 약소국 그래든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

  1. mindfree Says:

    어느 책(아마도 장하준 혹은 우석훈의 책이었던 듯)에선가 이 소설을 언급한 것을 보고 ‘오, 재밌겠다’ 하고는 잊어버렸는데, 이 포스트를 보고 주문을 했습니다. 전 4권 시리즈 중에서 3권을… 보관함에 넣어뒀던 것까지 같이 주문을 해버려서 10만원이 넘어갔…

    책임지세요! ^^

  2. 세레 Says:

    설명을 보고 나니, 정말 끌리는 책이네요. 서점에서 꼭 찾아 보아야 겠어요.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3. Hani Says:

    mindfree님.
    경기도 좋지 않은데, 지갑 사정에 영향을 끼친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 좋은 서평 기대하겠습니다.

    세레님.
    별 말씀을요. 재미있어야 하는데요. ^^

  4. The note of Legendre Says: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

    실제로는 3번째 시리즈이나, 한국에는 2번째 그랜드 펜윅 시리즈로 번역되었다. 전편 뉴욕 침공기의 이야기의 연장선 상에서 시작한다. 뉴욕 침공기를 통해 미국과 그랜드 펜윅 공국은 계약…

Leave a Reply

가끔 스팸차단기에 의해 코멘트(트랙백)가 막히나, 하루에 한번씩 정상처리 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