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객과 외부고객, 진상…

신입사원 시절에, 부장님에게 들은 훈시였는지 아니면 신입사원 교육 때 들은 이야기인지… 무척 오래되서 출처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처음 들었을 때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패러다임 하나가 있습니다.

보통 고객이라고 말하면, 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나 재화를 돈을 주고 사는 사람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직장생활을 함께하는 상관이나 동료, 후배도 고객이 될 수 있어요. 즉,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내가 만든 서류를 직장동료가 사용할 때, 내 입장에서 이 동료는 고객이 되죠.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고객을 외부고객이라고 부르고. 내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직장동료를 부를 때는 내부고객이라고 불러요. (중략) 물론 외부고객을 만족시키는 게 우선순위가 높지만, 직장생활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려면 내부고객 만족도 중요하죠.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 신선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칼도 잘 쓰면 인간에게 유용한 도구지만, 잘못 사용하면 무시무시한 흉기가 될 수 있듯이. 내부고객이라는 개념 자체는 상당히 유용하였는데, 내부고객 만족을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써 사용하시는 관리자를 왕왕 목격할 때면, 흉기로 사용된 칼이 떠올랐습니다. 즉, 내부고객 만족이라는 이유로, 후배사원이 본인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강요하시는 것을 목도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이 내부고객이라는 개념은 단방향이 아니라, 항상 쌍방향이라는 데 묘미가 있는데 말이죠. 한쪽면만을 바라보면 참 난감한 개념이 됩니다.

아무튼, 지금은 많이 잊혀진 개념이었지만, 이 내부고객이라는 개념을 마음에 새기고 회사생활을 한 덕분에… 그래도 일 못한다는 이야기는 듣지 않은 듯합니다. 내부고객이라는 개념은 특정부서에만 관계된 것은 아니지만, 특히 스태프 조직(staff)에서 더 중요하죠. 예를 들자면, 인사부, 재경부, 총무부 등. 물론 조직 관점에서 봤을 때 기능 조직이나 스태프 조직이나 다 중요하지만. 회사 내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본다면 스태프 조직에게는 내부고객 개념이 더 중요하고, 고객과 대치하는 최전선에 있는 영업부, R&D부서, 생산부서는 외부고객 개념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이죠.

스태프 조직에서 일하다 보면, 루틴한 업무이기 때문에 상당히 관료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반드시 그렇다는 게 아닙니다. 내부고객 만족에 신경쓰는 스태프 조직이 더 많겠지만,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런 분들과 함께 일했지만. 가끔 동료도 고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집에 두고 출근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부고객 만족이라는 개념을 안드로메다로 보내 버린 정도는 아니지만, ‘동료’에 대한 작은 배려를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많죠.

내부고객이라는 시덥지 않은 개념이지만, 그 개념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우리 삶 가운데 있는 상대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쉽게 말해서, 회사생활하다 보면 만년 동안 다른 사람에게서 서비스를 받을 것 같지만, 어느 순간에는 내가 그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때가 온다는 거죠. 구조화되고, 촘촘히 연결된 형태로 발전한 대한민국에서, 만년 고객이라는 생각으로 진상스럽게 산다는 게 참 모골 송연한 일입니다. 내부고객을 생각하다 보니, 이런 구절이 떠오르네요.

악의 열매가 아직 익지 않은 동안은 악을 행한 사람도 행복을 보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악의 열매가 무르익게 되면 그 사람은 마침내 불행을 만날 것이다.

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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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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