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닌 거짓말
요즘에 수영을 다시 배웁니다. 몇 년 전, 겨울에도 새벽반을 등록해 두었다거 몇 번 나가고 포기를 했는데, 이번에는 의무감보다 재미로 수영장을 찾습니다. 지금은 배운지 한 달반이 지났는데, 자유형을 지나 배영을 마스터하기 위해서 노력 중입니다.
아직 배울 게 많지만, 확실히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수영을 하면서도, 그런 배움의 즐거움을 느낍니다. 무슨 운동을 배우든지 자세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죠. 자세가 좋아야지 힘을 제대도 낼 수 있고, 힘을 적게 쓰면서도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운동을 잘 하는 편이 아니기에, 자세를 배우는 데 오랜 시간을 쏟는 편입니다. 그런데 어떤 운동을 배우든지, 코치님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몸에 힘을 빼시고, 자연스럽게 동작을 취하세요.
한달 전에도 자유형을 배우면서 호흡이 안 되어 고생했습니다. 호흡이 안 되니 숨을 쉬려고 고개를 돌릴 때마다 물을 먹는 건 당연하죠. 당연히 물을 먹으니 정신은 없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으니 힘이 빠지고, 힘을 주려고 보니 자세가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제가 수영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지만, 제 헤엄치는 모습은 물에 빠지지 않으려는 처절한 몸부림과 비슷했겠죠.
코치님께서 제게 오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회원님 잘하시는데요. 몸에 힘을 지나치게 주세요. 힘을 좀 빼고, 자연스럽게 동작을 취해보세요.
샘 말씀이라면, 자다가 읽어나서 적고 잘 정도로 잘 듣는 저는 코치님의 지도에 따라서 팔과 다리에서 힘을 뺀채 자연스럽게 물에 몸을 맡겼습니다.핫! 코치님의 말처럼 자연스럽게 숨이 쉬어지는 게 아니라, 이제는 물에 떠있기도 힘들더군요. 물을 잔뜩 마시고 나서, 다시 코치님의 지시에 따라 몸에 힘을 빼고 수영을 했지만. 역시 물만 마셨습니다.
물만 마셨으면 다행인데, 이상하게 앞으로 더 나아가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게 더욱 퇴보하는 것 같더군요.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코치님의 말을 무시하고, 일단 물에 뜨고 보자는 식으로, 킥과 팔접기에 힘을 들여서 했습니다. 그러니 다행스럽게 다시 물에 떴습니다.
그런 식으로 며칠을 연습하고 나자, 점점 처음보다 힘을 많이 주지 않아도 물에서 뜨고 자연스럽게 호흡이 되더군요. 그때야, 전 비로소 “아! 몸에서 힘을 빼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하고 느꼈습니다. 역시 코치님이 거짓말을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은 깨달음을 얻고 나서, 집에 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코치님의 설명은 잘못된 게 아닙니다. 코치님은 몸에 힘을 많이 주지 않고 수영을 하시고, 저도 이제는 힘을 많이 들여서 수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작은 깨달음을 얻고난 사람들의 이야기죠. 즉, 물에도 뜨지 못하고, 숨도 쉬지 못하는 사람에게 깨달음을 얻고 나서 할 수 있는 충고는 유효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호흡이 안 되서 고생하는 저에게 유효한 충고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을 때까지, 열심히 팔젓기와 킥을 하세요.
가 아닐까 합니다. 학습이야 학생의 몫이긴 하지만, 좋은 가르침이란 완전한 모습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미숙과 성숙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적절히 채운 방법을 알려주는 게 아닐까요?


December 12th, 2008 at 6:13 pm
미숙과 성숙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성숙해지고 나면 잊어버리곤 하죠. 그 간극을 채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일도 어려운 일이라서 마음처럼 되는게 아닌거 같더군요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December 13th, 2008 at 1:35 am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뭘 가르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December 13th, 2008 at 5:33 pm
고스님.
말씀하신 것처럼 그렇네요.
그 간극을 잊지 않는 마음도 무척 중요하네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헝그리맨님.
저도 누군가에게 배움을 드릴 때,
세심한 배려를 해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December 16th, 2008 at 1:26 am
이너게임이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December 16th, 2008 at 7:28 am
책 목차를 보니까, 흥미롭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
December 16th, 2008 at 6:18 pm
제가 고등학교 때는 화실에서 2학년이 1학년을, 3학년이 2학년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았지요. 화실 선생님은 ‘바로 그 단계를 지난 사람의 충고가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1년 선배, 혹은 불과 몇 달 먼저 시작한 사람이 서로 가르치도록 장려했습니다. 그런 맥락이 아닐까 싶네요.
December 17th, 2008 at 4:51 pm
확실히 고수가 가르치는 것보다
어려움의 미묘한 차이를 아는 사람이
가르치는 게 훨씬 효과적이죠.
좋은 방법입니다!
December 23rd, 2008 at 9:16 am
제 경험으로는 팔젓기와 킥을 열심히하는 것으로는 물에 뜨기가 더 어렵고, 몸의 힘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팔젓기나 킥은 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행위이지 물에 잘 뜨기 위한 행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에 잘 뜨기 위해서는 물 속에서 몸의 균형을 맞추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연스럽게 균형을 맞출 수 있으면 킥이나 발차기를 거의 하지 않아도 둥둥 잘 뜨거든요. 이 쯤되면 오히려 물에 가라앉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팔젓기나 발차기를 열심히 하는 방법은 금방 지쳐버리게 되는데, 힘들고 지친 상태에서 몸에 힘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조금씩 균형감각을 익히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힘들죠 ^^
프리스타일을 하실 때에는 의도적으로 가슴을 물 속으로 눌러 주세요. 이러면 폐 안의 공기가 부력에 의해 더 반발력을 갖게 되므로 다리도 자연스럽게 물위로 올라오고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됩니다.
즐거운 수영하시는데 도움 조금 되었으면 좋겠네요.
December 24th, 2008 at 10:12 am
가슴을 물 속으로 누른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수영장에 갈 때 연습해
봐야겠네요.
킥과 발젓기에서 힘을 뺄때 물에 가라앉는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은, 실제로 가라앉지 않지만
앞으로 가지 않기 때문에 제가 그렇게 느꼈던
듯합니다.
지금은 힘을 빼도 가라앉지 않는다는 것을 하면
우분투님 말씀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