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 작은 차이

오늘 글을 쓰다가, 이런 문장을 썼습니다.

마인드맵을 그리는 작업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문제에 대한 더 깊은 통찰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쓰고 보니까 말은 되는데 무척 어색했습니다. 문장을 들여다 보니, 못쓸 ‘가지다’ 습관이 도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고칠까 잠시 생각하다, ‘가지다’를 빼고 문장을 고쳤습니다.

마인드맵을 그리는 작업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문제에 대한 통찰력이 더 깊어졌습니다.

이렇게 고치니 조금 나아졌네요. 요즘엔 ‘가지다’라는 표현을 참 많이 씁니다. 물론, 저도 종종 쓰는데요. 특히, ‘have’가 있는 문장을 아무 생각 없이 옮기면, ‘나는 아이 3명을 가지고 있고’, ‘나는 3시에 회의를 가지고 있을’ 때가 왕왕 있습니다.

이런 눈에 보이는 실수가 아니더라도, “그는 온화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나 “그는 이상한 생각을 가졌다.”, “그녀가 가진 생각은 참신했다.”처럼 ‘가지다’를 보편적으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사회도 자본주의고, 소유의 시대이기 때문에, 생각도 가지고, 돈도 가지고, 명예도 가지고, 아이도 가지고, 꿈도 가지는 사회가 되었지만, 조그만 노력하면 ‘가지다’를 사용하지 않는, 즉 소유의 사회에서 존재의 사회로 가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는 성품이 온화하다.”로 쓰거나, “그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녀가 품은 생각은 참신했다.”, “나는 아이가 3명 있다.”로 고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요즘 같이 돈이 부족해서 많이 소유하기도 어려워진 세상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한국말에서 소유를 조금 더 덜어낸다면, 살아 있다는 존재감만으로도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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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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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Responses to “퇴고, 작은 차이”

  1. hey Says:

    동감입니다. 읽기가 훨씬 편해졌네요.
    그런데, ‘그녀가 품은 생각’은 ‘그녀가 가진 생각’에서 말만 바꿨지 같은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음.. 아, 달리 다른 말이 안 떠오르네요. ;;

  2. jinto Says:

    저도 계속 실수하고 있습니다만, “마인드맵을 그려보고나서, 참석자들은 문제에 대한 통찰력이 더 깊어졌습니다.”는 어떨까요? 번역 마무리 단계에서 편집자한테 계속 혼나는 1인입니다.

  3. Hani Says:

    hey님.

    ‘그녀가 품은 생각’을 조금 더 줄여보면
    ‘그녀의 생각’이 나을 것도 같습니다.
    물론 ‘~의’를 풀어쓰는 게 명확하지만요.
    다른 해법을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습니다.

    jinto님.
    ‘그려보고 나서’도 좋네요. :)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

  4. tzara Says:

    프롬의 ‘소유와 존재’를 떠올리게 되네요. 말씀마따나 단지 번역, 글쓰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의 문제인 듯 합니다. 오늘 내가 쓰고 있는 글은 그리고 생활은 어떠한지 한 번 꼼꼼하게 뜯어보겠습니다.

  5. 세레 Says:

    다른 의견 하나 더해봅니다. 서술어를 동사로 맺으면 느낌이 다르리라 생각했어요.
    마인드맵을 그리는 작업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문제를 더 깊게 통찰하게 되었습니다.

  6. mindfree Says:

    무의식중에 저런 표현을 많이 썼는데, 새삼 깨닫네요.
    “문장을 들여다 보니, 못쓸 ‘가지다’ 습관” 에서 ‘못쓸’은 혹시 ‘몹쓸’의 오타인가요?

  7. f5 Says:

    좀 더 퇴고를 하자면,

    “참석자들 –> 참석자”
    한국어에서 특수한 상황 아니면 복수형 ‘들’을 붙일 필요 없죠.

    “문제에 대한” –> “문제를 바라보는”, “문제를 이해하는”
    ‘~~에 대한’은 일본어 번역투라서 (〜にたいして)많이 쓰이긴 합니다만 명확한 술어로 고칠 수 있다고 고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작업이 끝나자” –> “작업을 끝내자”
    한국어도 파랄럴리즘을 지켜주는 편이 좋습니다. 주어가 참석자이므로, 작업을 끝낸 것도 참석자. 즉, 작업을 ‘참석자들이’ 끝내는 능동형이 자연스럽죠. 수동적으로 마인드맵이 끝나서가 아니라, 마인드맵을 능동적으로 끝냈을 때에야 깊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겠죠?

    저같으면,
    “(참석자들이) 마인드맵을 그려보고 나니 문제를 바라보는 통찰력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8. f5 Says:

    정정합니다.

    고칠 수 있다고 고치는 것이
    –>고칠 수 있다면 고치는 것이

    그리고, 문장을 써보니 참석자들은 ‘들’을 붙이는 게 좋을 거 같네요. 참석자라고 하니 참석자가 마치 한 명인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요.

  9. Hani Says:

    tzara님.
    내가 습관처럼 입에 붙이는 좋지 않은
    표현이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때가 많습니다.
    저도 조금 더 제자신을 살피는 생활을 해야겠습니다.

    세레님.
    말씀해주신 표현도 있었네요.
    ‘되다’라는 것도 잘 쓰면 좋은 말인데,
    요즘엔 ‘좋은 하루 되세요!’처럼 옳지 않게
    쓰이는 경우가 많아서 사용할 때 조심해야겠습니다.
    ^^

    mindfree님
    저도 정확하지 않아서 확인해 보니
    두 단어가 모두 존재하네요.
    몹쓸:악착하고, 고약한
    못쓸:해서는 안되는
    어떤 것을 써도 큰 맥락에서 의미가 차이가
    나지 않는 듯합니다. 다만, 습관을 나쁘게 볼 것이냐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느냐 차이는 있네요.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

    f5님.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
    한수 크게 배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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