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악의

어렸을 적, 제가 좋아하던 초콜릿이 있습니다. 초콜릿 가운데 아몬드가 들어가서, 초콜릿을 입에 넣고 깨물어 먹으면 고소한 아몬드 향과 달콤한 초콜릿 맛이 입안에 가득 퍼졌습니다. 느긋하게 초콜릿을 즐기려고 초콜릿을 입에 물고 달달한 초콜릿을 녹여 먹으면, 초콜릿이 사라지고 아쉬움이 밀려올 때, 고소한 아몬드가 입안에서 사라지는 달콤함의 아쉬움을 달래주었죠.

어린 아이의 미각을 사로잡은 아몬드 초콜릿은, 비싸지만 양이 많지 않아서, 무척 아껴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얇은 비닐 포장지를 벗기고 갈색으로 잘 그을린 초콜릿을 보거나, 입속에 퍼지는 달콤함과 고소함을 한 번 느끼고 나면, 아몬드 초콜릿을 천천히 먹기란 무척 어려웠습니다.

어린 시절, “이번 한번만 먹고, 아껴 먹어야지!”하는 다짐을 몇 번 하고 나면, 아몬드 초콜릿은 이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어린 마음에 아몬드 초콜릿이 사라진 플라스틱 용기를 만지며, “조금만 더 아껴 먹을걸”이라고 후회했죠.

어린 시절 즐겼던 아몬드 초콜릿처럼, 책이 선사하는 재미를 오랫동안 즐기려고 천천히 읽고 싶은 마음과, 궁금함과 호기심 때문에 다음 장을 빨리 넘기고 싶은 마음이 공존하는 책이 있습니다. 그런 책은 어려운 책이 될 수도 있고, 쉬운 책이 될 수도 있고, 배울 게 많은 책일 수도 있고, 한번 읽으면서 즐기고 끝낼 책도 있지만. 가끔 이라도 내 귀한 시간을 도둑질하는 책을 만난다는 건, 무척 즐겁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도, 아몬드 초콜릿처럼 첫 페이지를 넘긴 순간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접을 때까지 아껴 읽고 싶은 마음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허겁지겁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한, 책이었습니다. 게이고씨가 쓴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소설이 얼마 전에 영화로서 개봉됐습니다. ‘악의’도 ‘용의자 X의 헌신’처럼 추리소설 형식의 책입니다.

사실, 추리소설이라는 게, 상당히 도식화된 장르죠. 즉 범인이 어떻게 살인이나 범죄를 저질렀는지, 범인은 누구인지를 밝혀내는 데 추리소설은 초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게이고씨는 기존 추리소설과 다르게 ‘왜’ 살인을 했느냐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전개하죠. ‘악의’에서도 이야기 초반에, 범인이 밝혀집니다. 그리고 어떻게 살인했는지도 모두 알려주죠. 일반 추리소설 양식으로 보자면, 이야기 보따리를 모두 풀어버린 셈인데. 게이고씨의 능력은, 그래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데 있습니다.

아무튼 ‘악의’도 ‘용의자 X의 헌신’ 이상으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책을 내려 놓은 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책이 주는 느낌이 뇌리에 깊게 남아 있네요.

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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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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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sponses to “[서평] 악의”

  1. pearl짓거리전문 Says:

    읽어봐야 겠습니다
    재밌을거 같은 느낌이군요 :)
    한동안 소설은 좀 소흘했는데 잘 됐네요

    참, 저서 서평에 제 블로그도 넣어주신거 감사해요

  2. Hani Says:

    시간이 되시면, 한번 읽어 보세요.
    저는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서평 감사합니다.

  3. 테레비초코 Says:

    안녕하세요. Hani님! ^^
    테레비 운영자 테레비초코입니다.
    이번에 테레비가 시즌2로 오픈했습니다!

    아직 클로즈 베타 서비스인 테레비에서
    Hani님께 초대장을 보내 드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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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jaeyun.jung Says:

    간만에 들렸습니다.
    용의자 X의 헌신을 영화로만 봤는데 여운이 오래 남더군요.
    꼭 사서 봐야겠습니다.

  5. Hani Says:

    재미있어야 하는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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