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books' Category


군더더기 말

Wednesday, November 19th, 2008

말이란 게 의사전달이 우선이기에, 가끔 틀리고 어쩔 때 빼먹고 써도, 상대방이 잘 알아 듣습니다. 뭐, 이런 생각을 품자니 굳이 “말을 올바르게 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나운서도 한국어 아마추어가 보기에 틀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앞의 생각이 맞다는 생각이 꿈틀꿈틀 하지만.

그래도 올바른 말을 쓰는 게 좋겠죠.

그럼 의미에서 제가 생활 속에서 말하면서, 쓰지 않으려는 군더더기 말을 소개해 드립니다.

1. ~하곤 했다.

영어 used to~ 영향을 많이 받은 말버릇인데요. 뒤에 붙는 ‘했다’는 상당한 군더더기입니다. 그냥 과거형을 쓰시는 게 깔끔합니다. 물론 처음엔 어색하지만요. 그래도 어색하시다면 부사를 사용해서 과거의 습관을 표현하시는 게 좋습니다. 예를 들자면,

  • 라면을 먹곤 했다.
  • 가끔 라면을 먹었다.

2. ~하도록 하겠다.

이  말은 의지의 표현인데, 마찬가지로 ‘하도록’이 군더더기 말입니다. 이미 ‘하겠다’에서 ‘겠’이 의지를 나타내기 때문이죠. 발표할 때 이 말을 저도 가끔(?) 사용합니다. 말하고 나서, 이런 또 “똥싸군.”하는 생각을 하죠. 고치려고 하는 데 잘 안되는 말버릇 가운데 하나입니다.

  • 출판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 출판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구하다’는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는다’하는 뜻인데, 사실 이 말은 서술어로 쓰지 않고 문장 가운데 써서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불구하고’는 쓰지 않아도 내 뜻을 전달하는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아울러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영어 nonetheless, nevertheless를 번역하면서 생긴 말버릇이 아닐까 추측을 하는데요.** 아무튼 번역할 때도 쓰지 말아야 할 표현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이 오셨다.
  • 그럼에도 선생님이 오셨다.

4. 개인적인 생각

요즘 책을 읽을 때, 개인적으로 이 책이 잘 번역을 했는지, 편집을 한 것인지 보는 게 있는데. 물론 표준국어대사전엔 맞는 뜻으로 올라간 말들도 있습니다. 언어는 궁극적으로 현시대 사람이 많이 쓰는 데로 발전한다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런 표현은 고쳐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 그리고 나서 -> 그러고 나서
  • 보다 빠른 -> 더욱 빠른
  • 진짜야 내 마음 알아죠알아줘. -> 정말이야 내 마음 알아죠알아줘.
  • 우리 모두에게 -> 우리에게

* 틀린 부분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

** 인사이트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にも-かかわらず [にも拘らず]를 그대로 번역하면서 생긴 번역투라고 알려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책: 쿨 미디어? 핫 미디어?

Thursday, November 6th, 2008

소크라테스는 적당한 사례를 들어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을 즐겨 사용했다. 이것은 흔히 ‘산파술(maieutke)’이라고 부르는 소크라테스의 대화술 비결이다. 산파술은 한마디로 ‘상식에 속하는 의견을 하나 골라잡은 다음, 그 의견이 거짓이 될 수 있는 예를 찾아내 그 상식을 수정해가는 방법’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설득의 논리학

소크라테스는 대화로써 가르침을 설파하는 데 능했습니다. 말에 능한 그였기 때문인지, 소크라테스는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의 사고로 볼 때, 책이라는 것은 지식의 창고인데, 소크라테스가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니, 신기한 일이죠?

교사와 학생 간의 대화가 중요하며, 이를 통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파악하면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소크라테스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중략) 여기에 하나의 생각이 있으니, 심사숙고하고,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생각을 수정하고, 그 제한을 탐색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의견을 제시할 때, 듣는 사람은 말을 멈추게 하고 질문을 하며 밑바탕이 되는 가정을 조사할 수 있다. 책 속에는 저자가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기에, 대답할 수 없는 책에 어떻게 의문을 제기하겠는가? 바로 이 점이 소크라테스를 괴롭힌 것이다. 

생각있는 디자인(강조는 개인적으로 함)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말을 남긴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를 핫미디어와 쿨미디어로 구분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핫미디어는 영화나 라디오처럼 인간의 한가지 감각, 즉 눈이나 귀에 의존하는 미디어를 말합니다. 즉, 대중의 참여를 제한하는 성격이 있죠. 이에 반해 쿨미디어는 메시지를 수신하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성격이 있습니다.

쿨미디어와 핫미디어의 정의에 따르면, 소크라테스트에게 ‘책’은 일종의 핫미디어, 즉 저자의 일방적인 주장을 전파하는 미디어인 셈이죠. 그렇기 때문에 화끈한 소크라테스에게 책은 기피 대상이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책은 단방향 의사소통임에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제 독서 습관을 돌이켜 봤을 때, 읽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서 책은 핫미디어가 될 수도 쿨한 미디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무협소설이나 SF소설을 읽을 때면, 플로에 빠져 문장과 문장 사이에 생각의 호흡을 하지 않습니다. 며칠 굶은 사람처럼, 기름기가 흐르는 문장을 허겁지겁 먹어치우려고, 정신없이 문장을 씹어삼킵니다. 그렇기에 무협소설이나 SF소설을 읽고나면, 배는 부른데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을 못합니다.

반대로 한 문장, 문장 사이에 생각의 호흡이 무척이나 긴 책들이 있습니다. 장르에 따라서 생각의 호흡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대체로 두 번째 읽는 책이 호흡이 길어지죠. 처음 읽었을 때 그 뜻을 모르고 넘어갔지만, 책이 발산하는 매력에 이끌려, 두 번째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한 문장 한 문장을 꼭꼭 씹어 삼킵니다. 이런 책들은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나서도 한 동안 뇌리에 상쾌한 책맛이 남습니다.

저의 독서 습관을 보면, 책이란 미디어는 독서 태도에 따라서 냉탕과 온탕 사이를 왔다갔다 합니다.

단군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이 출판시장에 회자된다고 합니다. 전 책을 많이 사는 독자이기에, 이 말을 몸으로 느끼지 못한지만 반성적 사고를 통해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출판을 하려고 하고, 아울러 기술의 발달로 ‘종이책=책’이라는  공식은 깨졌습니다.

때로는 eBook을 구매할 때도 있지만, 전 컴퓨터로 책을 읽을 땐 종이책을 읽을 때만큼 즐겁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종이라는 미디어가 주는 포근함과 집중력을, 컴퓨터라는 미디어가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책은 종이라는 미디어의 특성상 핫미디어일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IT기술의 발달로 책은 이제 쿨미디어로 변화될 것입니다.

다양한 미디어로 변해서, 책이 쿨미디어로 변할 가능성이 많아진다고 해도, 책을 읽는 독서습관이 쿨하지 않다면, 책은 뜨겁다 못해 불타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

오늘날의 종이는 미디어의 주역에서 내려와 실무적인 임무에서 해방된 덕분에 다시 본래의 ‘물질’로서 매력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디자인의 디자인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만남

배려

Monday, October 27th, 2008

공공 화장실에 앉아서 생리현상을 해결하다 보면, 장소에 걸맞지 않는 참~ 현명한 경구를 맞이할 때가 있습니다. 에너지 보존 현상도 아닌데, 나간만큼 아니 그 이상의 것이 몸속으로 들어옵니다. ;) 며칠 전에 화장실에서 본 경구가 있는데… 물론 오래전에 어디서 본 것이기 하지만, 새삼 다가오는 게 있었습니다.

남을 위한 배려는 언젠가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고리타분한 이야기이기도 하는데, 참 맞는 소리기도 하죠. 특히, 직장동료가 어려운 부탁을 할 때마다, 이 이야기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 일이 많다 못해서 넘치는 경우, 다른 동료가 부탁하는 것을 들어줄 수 없지만, 동료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잘 거절하는 것도, 동료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창의적인 해결책으로써 내 도움없이 동료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기도 하지만요.

저는 왠만하면 책을 사보려고 합니다. 누군가는 1번 읽고 읽지도 않을 책, 아깝지 않냐고 하시기도 하는데. 책에 줄도 치고, 메모도 하고, 그림도 그리면서 읽기 때문에 책을 사서 봐야 합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앞으로 2달 동안 자료 조사할 게 무척 많아서 걱정입니다. 그 많은 자료를 돈주고 사기도 힘들고, 절판되어 못 구하는 책도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할 수 없이 절판된 책 위주로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요즘 도서관에 자주 갑니다.

허… 책을 빌려보다 보면 난감한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인기 있었던 책을 빌려서 펼치면, 다른 분들이 빨간색, 노란색으로 줄을 쳐놓으시고, 별표까지 그려 놓으신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거기에 깨알같이 메모를 해놓으신 분들도 있고요. 긍정적으로 보자면,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떤지, 어디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셨는지 볼 수 있어서 좋지만.

메모와 형형색색으로 쳐놓은 줄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난감하더군요. 다른 분들의 예술작품 때문에 심란해서, 화장실을 가니 앞에서 말씀드린 경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다른 누군가를 위한, 배려가 선행되려면, 자신이 베푼 배려가 다음에 돌려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선행해야 하는데 말이죠. 물론 닭과 계란 가운데 누가 먼저냐는 논쟁이 될 수도 있지만, 실용적인 자세를 보이자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맞겠죠.

[서평] 약소국 그래든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

Wednesday, October 8th, 2008

현존하는, 진정한 원소스 멀티유즈의 대명사는 바로 ‘타짜’일 것입니다. 제가 타짜에 열광하는 이유는 많지만, 으뜸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호구를 탈탈 털어먹는 천상의 설계를 보여주는 탄탄한 시나리오에 있습니다. 아무튼 타짜에서 호구가 되는 캐릭터를 보면서, ‘호구’라는 단어의 진정한 용례를 알게 되었으니까요. :)

호구를 털어먹는 설계는 허영만씨의 ‘타짜’에만 존재하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몇 개와, 여기에 가담한 세계 곳곳의 금융기관들. 그들은 암묵적으로 설계도를 만든 것도 아닌데, 담보 대출을 몇 번 구조화하면서 판돈을 키우더니, 글로벌하게 올인하는 판을 키워서. 해 먹어도 단단히 해 먹은 모양새입니다.

엄청난 판돈을 설거지하는 것은 언제나 호구이듯이, 이 말도 안 되는 금융공황 상태에서 호구는, 땀 흘려서 세금 충실히 내던 세계시민이 될 것 같습니다. 작금의 사태를 보고 있자니, 대마불사의 신화와, 타짜에 나올 법한 시나리오는 한국만의 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만화같은 어처구니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진짜같은 소설책 한 권을 읽었습니다. 바로, 약소국 그래든 펜윅의 월스트리트 공략기입니다(제목이 무척 길죠).

그랜드 펜윅은 길이가 8킬로미터, 폭이 5킬로미터로, 와인과 양모를 수출해서 얻는 재정 수입으로, 국고의 수입과 지출이 무려 500년간 완전한 평행을 이룬 놀라운 나라입니다. 평화롭던 어느날, 그랜드 펜윅은 오래 전에 미국에 투자해 놓은 껌회사에서 로얄티로 100만달러를 받게 됩니다. 로또 당첨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수입과 지출이 평행을 이룬 그랜드 펜윅에 100만달러의 수익은, 엄청난 스나미를 일으킵니다.

지속적으로 로얄티 수입을 얻을 것으로 생각한, 현명한 정치권은 대성적인 여야타결을 통해서, 돈 쓰기의 귀재인 대공녀에게 모든 로얄티를 개인적으로 써버릴 것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억세게 운 좋은 분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듯이, 대공녀가 돈을 버릴 생각으로 산 쓰레기 주식이 황금 거위로 돌변하면서, 더 많은 돈을 벌게 됩니다. 상세한 내용과 뒷이야기는, 읽으실 분들을 위해 생략하겠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명 깊었던 부분은, 로얄티를 처분하기 위해서 여야가 정략을 떠나서 진정한 해결책을 찾는 데 있습니다. 즉, 언제나 공격하는 야당은 자신들의 정권 창출에 로얄티를 사용할 수 있었고, 기득권을 보호하려는 여당은 로얄티를 정권 유지에 사용할 수 있었지만, 어떤 선택도 국민 경제에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정치적인 타협을 이뤄냅니다. 상당히 유치하고, 소설같은 이야기지만, 암흑같은 이 시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그래도 정치라는 생각이 들 게 했습니다.

아무튼 이 책,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