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books' Category


[출판공지] Manage it!

Sunday, February 28th, 2010

오랜만에, 제가 번역한 책이 나옵니다. 제목은 Manage it!이고요, 프로젝트 관리에 관한 책이죠. 첫 번째 책인, ‘도와주세요! 팀장이 됐어요’를 쓰고 나서, 체계적인 프로젝트 관리 서적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Manage it!을 읽고서, 굳이 제가 책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잘 담겨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은 다른 시각의 프로젝트 관리 서적을 원하시면, 일독해 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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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 It!

야망과 그늘

Tuesday, December 15th, 2009

RPG나 판타지 소설에서 자신보다 엄청나게 큰 검(?)을 휘두르거나, 등에 매고 폼을 잡는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그런 폼생폼사 형의 캐릭터는 미우라 켄타로 씨의 만화 베르세르크에서 나오는 주인공 가츠에서 시작됐습니다.

상당히 남성의 시각에 치우친 만화이지만, 가츠가 휘두르는 거대 검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쓰러진다는 것은, 참 황당하지만 새로운 설정이었습니다. 만화가 본격 판타지물로 바뀐 뒤로 현재 몇 권까지 출판되었는가 하는 작은 관심조차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 만화가 강렬하게 뇌리에 남아 있는 것은, 박력 넘치는 가츠의 검 휘두르기가 아닌… 이 이야기의 핵심 줄거리를 만드는 그리피스라는 캐릭터 때문입니다.

그리피스는 용병단인 ‘매의 단’ 단장이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가츠는 ‘매의 단’에 합류하게 되고, 그리피스의 비전에 동화되서 수많은 전과를 이루죠. 그리고 용변단의 위상이 높아지자, 그리피스는 왕과 권력을 논하는 자리까지 오릅니다. 그리피스에게 세상을 지배하는 꿈을 이루는 게 머지 않아 보였죠. 하지만 권련이라는 게 모래성처럼 무상하듯, 그리피스는 죄인의 신분으로 바뀌어서 지옥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고통을 겪죠.

가츠와 그리피스

가츠(왼쪽)와 그리피스(오른쪽)

이때, 그리피스는 고통을 차치하고 세상을 지배하는 권력을 놓치는 허무함을 주체할 수 없어, 자신과 함께 목숨을 걸고 수많은 전투를 함께한 매의 단원들을 제물로 바치고 고드핸드(일종의 신)가 되어 버립니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주인공 가츠는 고드핸드가 되어 버린 그리피스를 쫓아서 끝이 없는 복수의 길을 떠납니다.

무척 오래 전에 읽어서 만화의 내용은 가물가물해도. 그리피스가 부드러우면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매의 단을 이끌던 모습, 그런 모습에 서서히 동화되어 가는 가츠의 심리 묘사, 권력을 손에 쥘 수 있는 상황에서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진 그리피스의 절규, 주체할 수 없는 야망 때문에 자신들의 동료를 제물로 신이 되어버리는 그리피스의 상황, 동료의 배신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고통으로 울부짓던 가츠의 모습 등은 지금도 상당히 신선하게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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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직장 동료와 자주 쓰던 표현이 있는데, 바로 ‘엄지가 굵은 사람’입니다. 엄지가 굵은 사람은, 주로 사업하시는 분들을 지칭한 말인데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기 때문에 ‘배짱이 크다’하는 식상한 표현을 삼가고 ‘엄지가 굵다’하는 재밌는 말을 자주 썼습니다.

비즈니스를 해 본 경험이 없기에, 제가 사업이란 무엇이다 하고 논할 입장은 아닙니다. 샐러리맨으로도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건, 저처럼 ‘엄지가 얇은 사람’에게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데요. 가끔 ‘엄지가 중간 정도’되시는 분들은, 비즈니스를 하기에 엄두가 나지 않고, 샐러리맨으로 남기에 야망이 넘친다고 생각하십니다.

‘엄지가 굵은 사람’들에 대해서, 저와 자주 이야기는 나누던 동료도 ‘엄지가 중간 정도’되는 분이셨는데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동료는 능력이 충분하나 이래 저래해서 ‘엄지를 굵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 분은, 전문 경영인과 비전을 공유하기보다 정말로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사업을 일군 CEO를 찾아서 이직하셨습니다.

현재 이 동료의 상황은 어떨까요? 물고기가 물을 만난듯이, 비전을 공유하는 CEO와 함께 신명나게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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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그리피스와 가츠가 생각납니다. 즉 자신의 모든 것뿐만이 아니라 타인의 삶을 빌려서라도 꿈을 이루는 그리피스와, 그런 그리피스의 비전에 동화되어 혹은  자신의 야망을 권력자를 통해서 실현하려는 가츠를 만나기 때문입니다. 그리피스가 옳은지, 가츠가 옳은지, 혹은 만화 속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이 옳은지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요.* 예전보다 조금은 커진 듯한 엄지 손가락을 쳐다보면서, :) 오래 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베르세르크가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 그래도 이 만화에서 강조하는 것은, 가츠가 보이는 휴머니즘에 있죠. ^^ 홍상수 감독 표현을 빌리자면, “그래도 우리 괴물은 되지 말자!” 이겠죠.

책쓰기란

Wednesday, December 2nd, 2009

책을 쓰는 것은 조각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다만, 일반적인 조각과 달리 글쓰기 조각은 재료를 만드는 것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다르죠. 한겨울 소복히 쌓인 눈밭에서 작은 눈덩어리를 굴려서 눈덩어리를 만듭니다. 눈덩어리가 내가 만들고 싶은 조각을 깎아 낼 수 있을 정도로 커졌을 때 눈굴리기를 멈추고, 조각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죠.

재료를 만들 때는 최대한 눈을 많이 뭉치는 게 중요했다면, 조각할 때는 내 머릿속에 있는 조각을 끄집어 내기 위해 필요 없는 눈덩어리를 과감하게 제거하는 게 핵심이죠.

제가 쓴 두번째 책은, “겸손한 개발자들이 만드는 소프트웨어가 거만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하는 작은글덩어리에서 시작했습니다. 머릿속에 있는 제 경험과 지식 위에 작은 글덩어리를 굴려서 조금씩 덩치를 키우고, 글덩어리가 잘 뭉쳐지지 않을 때 책을 읽으면서 글덩어리를 키울 재료를 구했습니다.

글 덩어리가 책 한권을 조각해 낼 정도로 커지자, 한권의 책으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없는 군더더기를 제거하는 작업을 시작했죠. 글덩어리를 모으는 데 들인 시간을 생각하면 살덩어리 같은 글조각을 떼어내기 힘들었지만. 이때 과감하게 군살을 없애지 않는다면 개성이 없거나 지루한 책이 됩니다.

책쓰기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한권의 책으로 만들 수 있는 글덩어리를 뭉치는 작업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렇게 글덩어리를 뭉치시다 보면, 어린 시절 반나절 눈밭에서 굴르면서 눈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뭉쳐 놓은, 집채만한 눈덩어리를 보면서 느끼는 그런 뿌듯함이 드실 겁니다. 그러다 보면, 멋진 책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

[서평]이해관계자중심 소프트웨어 개발

Tuesday, October 27th, 2009

인사이트에서 신간 이해관계자중심 소프트웨어 개발을 보내 주셨습니다. 택배를 뜯었을 때, 책표지를 보고 신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인사이트에서 나오는 책답지 않게(?) 표지가 모던했기 때문이죠. :)

이  책에서 말하는 이해관계자중심 소프트웨어 개발이란 무엇일까요? SW개발 프로젝트에서 흔히 접하는 이해당사자(stakeholder)와 비슷한 개념입니다. 물론 책의 원제는 Outside-in Software Development이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로 번역하는 stakeholder와는 다르지만요.

책에서는 이해관계자를 4가지 분야로 분류합니다. 우선 주관계자(principals)가 있습니다. 주관계자는 SW개발 프로젝트나 SW구매에 자금을 대는 사람으로서, 흔히 스폰서라고 말하는 사람들이죠. 주관계자와 눈높이를 맞추는 작업을 프로젝트 기간에 충실히 하지 않으면, 프로젝트 완료보고 때 프로젝트가 180도 선회하는 경우가 있죠. 즉 ‘집에도 못가거나’, ‘집에 가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때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최종 사용자(end users)가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시스템이나 SW을 사용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분류에 속하는 사람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면, “시스템 어려워서 못 써먹겠어요!”라는 불평의 스나미에 휩쓸릴 수 있습니다. 겸손한 개발자 만든 거만한 소프트웨어서도 최종 사용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서 고생했던 ERP프로젝트를 소개했는데요. 대개 이런 프로젝트들에서는 주관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서 프로젝트가 진행될 때가 잦기 때문에, 최종 사용자들에게 과도하게 데이터를 많이 입력할 것을 요구하거나, 최종 사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UI가 만들어집니다.

세번째 분류는 협력관계자(partners)입니다. SW를 대신 판매하는 1차 벤더나, SW나 시스템을 설치, 지원하는 업체를 말하죠. 프로젝트나 SW가 성공하려면, 이분들이 제품을 잘 팔도록 도와주거나, 설치와 유지보수가 쉽게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분들이 “아, 이 소프트웨어는 발로 만들었냐. 이렇게 설치가 어려워서 뭘 하라는 거야!” 식의 불평이 터진다면, 시스템이나 SW는 생명유지가 쉽지 않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내부관계자(insiders)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우리네 조직을 말하죠. 개발자, QA, 영업, 테스터, PM이 여기에 속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내부관계자끼리 제대로 협력을 하지 못해서, 영업은 개발자들이 거만해서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이지 않는다고 불평하거나, 개발자들은 영업이 무식해서 제대로 제품도 못 판다고 비아냥거린다면, 프로젝트는 산으로 갈 겁니다.

백인백색의 이해관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들 사이에 접점을 잘 찾아나가는 것이, 바로 이해관계자중심 소프트웨어 개발이라고 말하죠.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읽으실 분들을 위해, 남겨 두겠습니다.

PM으로서 프로젝트를 하나씩 끝날 때마다,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바뀌는 듯합니다. 제일 처음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프로젝트를 끝내는 데 초점을 맞췄죠.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 내에서 개발할 기능들을 제일 신경썼죠. 그리고 회사에서 PMBOK 형태의 프로젝트 체계를 강조했을 때, 프로젝트 계획을 준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프로젝트라는 게 변화무쌍한 유기체 비슷하고, 장기 계획의 정확성이 낮다는 것을 깨닫았을 때, 변화를 관리하는 게 중요하고 그래서 애자일 실천방법을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죠.

그리고 최근에 드는 생각은, 특히 SI 프로젝트라면,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힘 벡터가 평형을 이루는 지점에 시스템이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즉 주관계자 벡터가 크다면, 시스템은 최종 사용자 쓰기 어려운 거만한 소프트웨어가 되거나. 내부관계자가 벡터가 지나치게 큰 경우,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있죠. 물론 벡터의 합으로서 시스템이 만들어진다는 결정론을 받아들인다면,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PM은 상당히 무력한 존재이지만. 벡터는 정적인 것이 아니라 동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미약한 힘이지만 PM은 벡터의 평형점을 옮겨서 모든 사람들이 만족해 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