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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을 만들기보다 매뉴얼이 필요없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자
Wednesday, February 1st, 2012우선 퀴즈 하나를 내고 시작해보자. 프로젝트에서 만드는 산출물 가운데 실제 개발에는 도움을 주지 않지만 들어가는 노력이 상당히 많은 건 무엇일까? 물론 정답은 없다. 사람이나 프로젝트에 따라 다르지만 내 경험에 비춰 생각해 보면 매뉴얼이 그렇다. 매뉴얼은 정말로 손이 많이 간다. 물론 프로젝트에 따라 매뉴얼을 작성하는 사람이 프로젝트 외부에 있을 수도 있지만 보통 프로젝트 팀 내에서 매뉴얼을 만든다. 사실 매뉴얼은 프로젝트가 종료될 시점에 만들기 때문에 팀에 큰 부담이 없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화면을 캡처해 화면마다 설명 이미지를 넣고 그걸 문서로 만들다 보면 상당한 자원이 들어간다.
물론 열심히 만들어 놓은 매뉴얼을 사용자가 잘 읽어 보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할 때 도움을 받으면 그걸로 만족이겠지만, 내 경험을 보더라도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막혔을 때 매뉴얼을 읽으면서 도움을 받았던 경우가 별로 없다. 매뉴얼에 적힌 정보는 상당히 뻔한 내용이어서 굳이 매뉴얼을 읽어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많았다. 정작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곤란을 겪으면 헬프 데스크나 개발자를 찾아서 문제를 해결했다.
시스템이 업그레이될 때 매뉴얼도 함께 수정하면 그나마 매뉴얼이 의미가 있지만 대부분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와 매뉴얼이 따로 노는 경우가 허다했다. 매뉴얼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매뉴얼을 두고 시스템을 사용해 보면서 얻은 결론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매뉴얼은 차라리 만들지 않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매뉴얼을 만들지 않자니 뭔가 개운하지 않다. 그렇다면 매뉴얼을 만들지 않으면서도 묘한 뒷맛을 느끼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은 아이폰이 대세라 모든 휴대폰이나 스마트폰이 아이폰을 기준으로 평가받는다. 잠시 아이폰이 대세인 세상을 잊고 연아폰이나 햅틱폰처럼 피처폰이 대세였던 때로 돌아가보자. 아이폰 가격과 맞먹는 피처폰을 2년 약정으로 사와서 포장을 뜯을 때마다 항상 보게 되는 부속품이 있다. 바로 매뉴얼이다. 피처폰의 다양한 기능을 설명해둔 매뉴얼은 상당히 두껍다. 제품박스가 작아서 가로, 세로 크기를 늘릴 수 없기에 두께가 상당하다. 이 매뉴얼을 볼 때마다 휴대폰에 기능이 참 많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만 할 뿐 실제로 매뉴얼을 읽어 보진 않았다.
아이폰을 처음 샀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꿈에도 그린 아이폰을 드디어 우리나라에서 써볼 수 있다는 기분 때문이기도 하지만 포장을 뜯었을 때 본 매뉴얼 때문이다. 아이폰도 휴대폰인지라 기능을 설명하는 매뉴얼이 있었지만 그 분량이 정말 적었다. 기존 휴대폰의 매뉴얼과 비교했을 때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분량이었다. 아이폰의 기능을 생각하면 휴대폰보다 기능이 더 뛰어날 텐데도 설명서의 분량이 상당히 적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렇다면 왜 아이폰의 매뉴얼은 일반 피처폰의 매뉴얼보다 분량이 적을까?
답은 아이폰은 매뉴얼이 필요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UI가 직관적이어서 굳이 매뉴얼을 찾아 기능을 공부하지 않아도 한 번 보면 누구나 쓸 수 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매뉴얼을 만들지 않아도 될 힌트를 아이폰에서 얻을 수 있다. 우리가 만드는 소프트웨어를 직관적이고 쓰기 쉽게 만들면 된다. 다시 말해, 소프트웨어 자체에 매뉴얼이 담겨 있으면 된다.
명백한 것은 빼고 의미 있는 것을 넣으라는 말이 있다. 매뉴얼이 필요 없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관점에서 이 말을 해석하면 이렇다. 명백한 매뉴얼이 없어도 시스템의 UI가 뛰어나서 UI만 보고도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하지 못하다 보니 우리가 만든 시스템 때문에 고생할 사용자를 위해 매뉴얼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 글은 최근에 출판된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리스타트’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아이북이 출판사를 멸종시킬까?
Wednesday, January 25th, 2012애플이 며칠 전에 또 한 번의 멋진 혁신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발표가 아이폰 발표 때보다 훨씬 짜릿했다. 아이북2의 발표 소식 한 켠에 출판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이북의 저작도구인 아이북 오서 때문에 개인출판이 더욱 활성화되고 이 때문에 출판사의 미래가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우려다. 이런 우려를 들으면서 맞는 부분도 있지만, 출판의 한 부분만을 보고 하는 걱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아이북 오서는 출판사의 주적이 될 것인가?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만약에 출판사를 멸종시킬 플랫폼이라고 한다면, 대형출판사들이 그들의 교과서를 아이북으로 내려고 할까? 아닐 것이다. 출판사도 계산기를 튕겨보고 나름 시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것이다. 사실 출판시장의 가장 큰 적은, 아이북 오소나 아이북과 같은 플랫폼이 아니다. 독서할 시간이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다. 정통적인 지식 습득이나 앤터테인먼트의 역할을 했던 책이, 다른 미디어와 경쟁하면서 그 매력이 줄어들고 있다. 즉 책이라는 미디어로 전달되는 텍스트의 매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게, 출판사들의 가장 큰 문제점이다. 생각해 보자. 인터넷 혹은 여러분의 컴퓨터에서 찾을 수 있거나 저장된 콘텐츠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것들이 모두 책이 싸워야 하는 주적이다.
출판사 입장에서 오히려 종이책이 정리되고 아예 전자책 플랫폼으로 변환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시장성이 없는 책을 종이책으로 출판했을 때, 출판사가 직면할 가장 큰 문제는 창고에 쌓인 책, 즉 악성 재고다. 전자책은 이런 악성 제고가 없다. 종이책으로 만드나 전자책으로 만드나 종이책이나 전자책으로 만들어지기 전까지 들어가는 출판 비용은 비슷하다. 편집, 책 본문 편집, 표지 디자인의 비용이 동일하게 들어간다. 하지만 종이책과 전자책의 플랫폼이 양립하는 경우, 편집 비용이 두 배로 들어간다. 종이책만을 내놓는 출판사를 비난하는 소리도 나름 설득력있지만, 종이책과 전자책을 동시에 출판한다는 건, 영세한 출판사 입장에서 쉽지 않다.
그리고 출판사에서 하는 중요한 역할은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고, 마케팅하고, 표지를 디자인하는 영역도 포함한다. 아이북 오서를 사용하면 이런 것들이 쉬워지지만, 그래도 출판사의 고유한 영역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대개 외주로 하는 경우도 많다. 바로 출판사 사장님만 있고 나머지는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경우가 참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아이북 오서는 이런 영세한 출판 시장에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줄 것이다. 길게 썼지만 출판사도 아이북 플랫폼의 혜택을 받는다는 점이다.
좋은 앱북을 만들고 싶다면, 독자가 콘텐츠를 완성하게 하라!
Monday, January 16th, 2012전자책이 차고도 넘친다. 바야흐로 전자책의 시대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은 다양성만큼 활기가 넘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앱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물론 히트 친 베스트셀러를 기반으로 만든 책들이 거의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앱북을 사람들이 왜 살까? 질문이 조금 잘못된 것 같다.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사람들이 앱북을 구매하게 하려면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최근에 이 질문에 답을 얻으려고 앱북 몇 가지를 다운로드 받아서 분석해 봤다. 앱북들을 읽으면서 한 가지 든 생각이 있다. 이 생각을 정리하자면 “좋은 앱북은 독자가 컨텐츠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이다.
굿바이 게으름이란 앱북이 있다. 이 앱북은 게으름을 탈출하도록 변화 일기를 쓸 수 있게 한다. 즉 앱북을 읽고 실천의 결과를 앱북에 기록하고 게으름을 탈출하는 나를 완성한다는 뜻이다. 말하자면 작가가 길을 제시하고 독자가 그 길을 따라 실천해서, 진정한 콘텐츠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이게 앱북들을 분석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앱북을 고민하시는 분들은 한 번 참조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