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환

로망은, 실현되리라!

Archive for the 'culture' Category


경제학 원론에서 말하는 자유무역의 문제점

Monday, December 5th, 2011

맨큐의 경제학이라는 책이 있다. 경제학 원론의 바이블로 사용되는 책인데, 아쉽게도 내가 대학 다닐 때 출판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초판이 97년에 나왔고 국내엔 99년에 번역되었으니, 그 다음 학번부터는 이 책으로 경제학 원론을 배운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이 정말 쉽게 잘 설명되었기에 이 책으로 배우지 못한 게 조금 아쉽다. 하지만 정말 시장 근본주의의 시각에 작성되었기 때문에, 이 책으로 처음 경제학을 배우는 학생들은 주의하지 않으면 시장 만능주의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최근에 월가 시위가 창궐하자, 일련의 하버드생들이 맨큐 교수의 경제학원론 수업에 대해서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 보이콧 성명을 요약하자면 “교수님 때문에 지금처럼 미국 경제가 엉망이 되었잖아요!”다. 맨큐가 어떤 사람이길래, 하버드생들이 이런 성명서를 내 걸었을까?맨큐는 그의 책처럼 시장주의자다. 그래서 부시의 경제 자문위원장도 지냈고 지금은 공화당의 롬니 후보의 선거 캠프에서 일한다고 한다. 케인이 낙마했고 깅그리치가 다음 유력 후보지만 혼외정사 문제가 다시 불거지면, 롬니가 공화당의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롬니가 대선후보가 되고 오바마까지 이겨버린다면, 어쩌면 우리는 다시 부시 시절의 미국 경제 정책을 맛볼 수 있을 듯하다.

맨큐와 그의 책에 대해서 설명했는데, 한미 FTA에 체결되고 해서, 시장주의자인 맨큐는 책에서 자유무역에 대해서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한 번 찾아봤다. 당연히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듯이, 자유무역에 대해서 아주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인상 깊어서 옮겨 본다. 이런 의견을 피력했지만, 맨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무역은 좋은 것이다,라고 결론 맺는다.

(후생이 증가한다는 측면에서…) 자유무역은 모든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는것이다. 그러나 자유무역이 실제로 모든 사람에게 이로운가? 현실적으로 패자에 대한 보상은 흔히 일어나지 않는다. 시장 개방을 통한 자유무역은 분명 나라 전체의 경제적 파이를 크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승자와 패자 간에 그러한 보상이 없다면 일부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파이는 작아질 수도 있다.

* 미네르바라고 알려진 박대승 씨는 자신이 93년과 96년에 맨큐의 경제학을 읽었다고 한다. 하지만 맨큐의 경제학 초판은 97년에 나왔다. 박대승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소리 밖에 안된다. 검찰에서 박대승 씨는 이미 미네르바라고 확인해 주었지만, 정말 미네르바가 맞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앞에서 링크를 걸은 블로그는 황대산 씨가 운영하는 것이다. 그는 박대승 씨가 과연 미네르바가 맞냐는 문제를 가지고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다. 참고로 황대산 씨는  고1 때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에서 수학을 전공했으며 최우수 졸업자에게 수여하는 DeForest 수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국내에 레일즈 프레임워크를 전파한 1세대다.

free trade won!

네이버당하는(Navered) 신문사들.

Monday, June 20th, 2011

구글드(Googled)=’구글되다’, ‘구글당하다’ 혹은 ‘구글이 만들어낸 가공할 변화’를 의미하는 용어

‘구글드’ 표지에서

 
구글드를 며칠 전에 읽었습니다. 구글의 탄생부터 오늘날의 모습까지 깊이 있게 다루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읽으면서 여러 가지를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요. 그중에서 책 제목과 같은 ‘구글드(Google)’의 용례가 가장 신선했습니다. 다양한 용례가 있겠지만, “구글에게 당하다!”라는 표현이 가장 흥미롭더군요.
 
구글드 컴퍼니, 즉 구글에게 당한 회사 가운데 요즘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여러 곳이 있겠지만 가장 극심한 타격을 받은 것은 메이저 신문일 겁니다. 사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구글은 인터넷으로 바뀐 미디어 환경 속에서 구미디어 속하는 신문을 도와주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다만, 그 노력이 가시적이지 않았고 구미디어인 신문 입장에서 광고 시장을 창출하기보다는 기존 시장을 빼앗아 가는 구글이 왠지 미울 수밖에요.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구글에게 당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미디어 지형을 바꿔 놓은 구글을 바라보고 있자만, 그들 입장에서 충분히 구글에게 당한 셈이죠.
 
미국에서 구글에게 당한 신문사의 사례를 읽자. 이 표현을 한국어로 옮겨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글드를 한국어로 옮기자면, 유사 용례로 “네이버에게 당하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회면을 뜨겁게 달구던 이슈가 있었죠. 바로 종편입니다. 말이 참 많았는데요, 결국 ‘조중동매’로 대표되는 메이저 신문사들에게 종편이 돌아갔습니다. 종편이 선정되고 나서, 스타PD들이 거액의 몸값을 받고 이적한다는 이야기 때문에, 다시 한번 인터넷 뉴스판이 뜨거웠죠. 돈 때문에 영혼을 파는 것이다, 하는 각종 평가가 해당 PD들에게 돌아가는 모습도 연출되었습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신문사들이 익숙한 환경을 떠나 새로운 비즈니스 세계인 종편으로 가려고 몸부림친 이유는, 간단하죠. 광고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얼마전에 흥미로운 뉴스가 하나 떴죠. 네이버가 광고 시장에서 1조천억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네이버의 광고매출은 KBS,SBS를 합친 것보다 많았고, 메이저 신문사들을 합친 것도 많았습니다. 흥미롭게도 대개의 광고가 중소형 광고주들이 몰렸다는 것이지만, 아무튼 이제 네이버는 광고시장의 진정한 갑으로 등장했습니다.

이런 형국 속에서 종편이라는 엘도라도를 찾아 떠나는 주요 신문사들에게는, 미국의 신문사들이 구글에게 당한 것처럼, 네이버에게 당했다는 표현이 맞을 듯합니다. 다만 미국 신문사들과 차이점이라면 종편이라는 정치적 방법을 도출할 수 있는 정치적 역략?이 우리나라 주요 신문사들에게 있다는 점이죠.

앞으로 미디어 환경 속에서 광고 시장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네요. 그러고 보니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팔게 하려는 것도 ‘종편’의 광고를 주기위함이라는 기사도 있던데, 이런 기사는 대략 난감이지만 현실이 그렇다면 안드로메다로 간 기분입니다.

삽질 하는 지방정부, 깡통만 만드는 SW프로젝트

Wednesday, April 6th, 2011

지방정부가 재정이 악화되는 데에도 불구하고, 대형 운동장을 짓는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뉴스 화면으로만 본 운동장은 참 멋있었습니다. 멋있는 만큼 운동장을 짓는 데도 돈이 많이 들어가죠. 돈이 많이 들어간 탓에, 지방정부에서 잘 운영하던 스포츠 팀도 대규모로 줄였다고 합니다. 참 아이러니죠.

운동장을 짓는다는 것은 좋다고 치더라도, 그런데 그렇게 지었을 때, 그 운동장을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고. 그런 시설을 운영하는 관리비는 어떻게 할지, 제가 사는 동네는 아니지만 남일 같지 않더군요. 거기다가 운동 잘하던 선수들도 집으로 돌려 버렸으니까, 참 거시기하죠.

SI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구축하는 시스템을 깡통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도 나름 전문용어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요. 깡통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시스템을 데이터를 채우고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이죠. 이런 깡통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일단 깡통을 만드는 데까지 어떻게 할 수 있지만요. 그 깡통을 채우는 책임은, 고객의 몫이죠.

그런데 이것을 망각하고 완료보고 때, 프로젝트 수행 PM에게 깡통을 어떻게 채울 것이냐는 도전과제를 부여하시는 고객들이 계시는데요. 그럴 때, 참 만감이 교차합니다. 을로서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제시해 주지만, 본연의 책임을 망각하는 분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도 소용없죠.

그러고 보면 대한민국은 운동장이나 깡통을 만드는 데 뛰어난 소질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들 운동장과 깡통을 만드는 데 관심을 보이지만, 정작 그 횅한 공간을 채울 콘텐츠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죠. 웹하드를 가득 채우는 불법 콘텐츠야 쌀나라나 이웃나라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경험 때문에, 콘텐츠를 채우는 걸 고민하지 않는 걸까요?

* 얼마전에, 에이브릴 라빈이 4집 앨범을 내놓았습니다. 미국 아이튠즈에서 13곡을 모두 사면 13.70불이죠. 우리돈 1만5천원. 소리바다에서 150곡 1만원으로 사면 한곡에 66원 즉 858원. 이런 이유 때문에 힘들더라도 음악하시는 분들 가운데 아이튠즈로 유통하시려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라도 콘텐츠 값을 받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이 아니고 애플인 이유

Tuesday, March 15th, 2011

제가 지금까지 구매한 전자제품 가운데 최고로 생각하는 것은 단연 아이폰입니다. 제 삶을 통틀어서 봤을 때, 아이폰만큼 강력하게 사용한 전자제품도 없을 겁니다. 아이폰은 제 생활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죠.

예전 글에도 잠깐 소개해 드렸지만, 세 번째 책인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는 대부분 아이폰과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용해서 썼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번역한 ‘뽀모도로 테크닉’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폰 이전에 HTC의 스마트폰인 터치 다이아몬드도 나름 만족하면서 썼지만, 이런 성과는 터치 다이아몬드로 이뤄낼 수 없겠죠. 저는 도구 결정론자가 아니지만, 확실히 아이폰에서 한해서 도구 결정론자처럼 행동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폰처럼 어썸한 제품이, 메이저 핸드폰 제조 업체인 노키아나 삼성에서 나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위대한 스티브 잡스와 같은 CEO가 없었기 때문일까요? 당연히 스티브 잡스가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아이폰은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식의 뻔한 대답 말고요,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스티브 잡스를 잠시 잊고 다른 쪽에서 답을 찾아 보겠습니다.

과학분야에서 내삽과 외삽이라는 게 있죠. 내삽은 주어진 구간의 끝점의 값을 알 때 잘 모르는 중간 점의 값을 추측할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외삽은 주어진 구간의 끝점의 값을 알고서 구간 밖 점의 값을 추측할 때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내삽이든 외삽이든, 그 핵심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로써 모르는 것을 예측하는 데 있습니다.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오늘의 날씨와 똑같도 생각하는 거죠. 즉 오늘 맑았다면 내일도 맑을 것이라는 겁니다. 즉 경험 법칙의 중요함을 의미합니다.

내삽과 외삽을 사용해서 미지의 데이터를 예측하고 어제의 날씨와 같은 경험 법칙을 사용하는 것은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이런 경험 법칙이나 아는 것을 확장한 사고 방식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장애가 될 때가 있습니다.

자동차가 대중화되기 전에, 마차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마차보다 더 빠른 운송수단을 만들어 보라고 했다면 어떤 것을 만들었을까요? 마차에 말을 더 많이 달거나 마차를 가볍게 만드는 방법을 생각했을 겁니다. 즉 마차의 범주를 벗어나서 내연기관을 달고 스스로 달리는 ‘자동차’같은 것을 만들어 내기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오늘의 질문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아이폰 같은 혁신적인 제품이 삼성이 아닌 애플에서 나온 이유는 뭘까요? 애플이 핸드폰을 만들어 보지 않은 조직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조직 논리로 돌아갈 때가 있습니다. 즉 마차를 만드는 조직에서 마차 전문가 위주로 뽑기 때문에, 그 회사는 마차 전문가의 조직 논리로 돌아가죠.

조직 논리는 효율성의 논리입니다. 즉 잘하는 것을 더 잘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롭거나 혁신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데 맹점이 있습니다. 마차를 잘 만드는 조직에서 자동차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는, 말 그대로 이단적인 생각입니다. 저는 그래서 기존 조직논리와 배치되는 아이디어를 실현하려는 분들께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멋진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노력보다 조직논리를 깨는 게 힘들다, 그렇게 멋진 아이디어라면 차라리 당신의 회사를 만드는 편이 낫다고 말압니다.

통섭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전문지식을 갖추고 여러분야를 두루두루 경험한 T자형 인재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미래의 혁신을 만드는 데 있어서 자신의 분야를 뛰어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다른 분야의 시각을 얻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겠죠.

저도 그렇지만, 대개 새로운 것을 해보려고 한다면, 내가 잘했던 것, 우리 조직의 히트한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아이디어를 찾습니다. 즉 과거의 성공 공식을 내삽하거나 외삽하는 방법으로, 미래의 혁신을 추구합니다. 그게 아주~~ 가끔 성공적일 때도 있지만, 아니면 한순간에 훅 가버리죠. 그것도 아니라면 혁신을 만든 기업을 쫓아가기 바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많지도, 시장은 넓어서 반드시 혁신적인 제품만 필요한 게 아니란 점이죠. 하지만 한 번뿐인 인생, 평균 이상의 노력을 들여서 평균적인 제품을 만들기보다, 세상을 감동시킬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그 답은 내삽이나 외삽으로 파악할 수 없는, 좌표상의 어디엔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