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the 'life' Category


관리자와 실무자의 입장 차이, 그리고 한 가지 해법

Tuesday, August 17th, 2010

관리자 역할을 맡을 때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프로젝트의 공식적인 PM이 될 때도 있고, 그냥 PL일 때도 있죠. 아니면 그냥 과장으로서 대리나 사원과 함께 일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포괄적으로 관리자라고 하는 역할을 맡을 때마다, 일종의 딜레마 비슷한 걸 느낍니다.

이게 결국 관점의 차이인데요. 일을 끌고 나아가는 입장에서, 안 되는 것보다 되는 것을 생각하죠. 그래서 말이나 사고 방향이 매우 긍정적이 되죠. 이에 반해서 실무를 하는 팀원이나 대리, 사원 입장에서 일이 안 되는 경우를 먼저 고민하기 때문에, 말이나 사고가 대개 수동적이거나 부정적일 수 있습니다.

일을 시작할 때, 성공 가능성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긍정적인 관리자와 상당히 수동적인 팀원은 아무래도 입장 차이가 확실합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의견 차이 때문에, 감정이 상할 때가 있죠. 이럴 때 해결책은,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 보면 이야기가 쉽게 풀리는데요. 현실이 힘들면, 효과는 좋지만 다소 교과서적인 이야기가 소용이 없을 때도 있죠.

물론 관리자가 한발 더 유리한 위치이기 때문에, 관리자가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에 따라서 이런 상황이 잘 해결되지만. 실무자들도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게 되면, 그 관리자와 관계가 나빠지거나, 앞으로 일이 전개될 때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습니다.

실무자들이 “…… 하기 때문에, 말씀하신 건 안 되요.”라고 말할 때가 많은데요. 이런 부정적인 논리 전개보다 “……가 된다면, 말씀하시는 게 될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는 편이, 관리자와 협상의 여지를 높이죠. 그리고 제 경험상 프로젝트 전체적으로 이런 논리 전개가 더 도움이 되는 듯합니다.

하우스 푸어 그리고 워킹 푸어

Saturday, August 14th, 2010

최근에 하우스 푸어, 워킹 푸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하우스 푸어는 대출을 받아서 집을 구매했지만, 이자가 오르고 집 값이 떨어지면서, 이자 비용이 커지고 집값 하락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을 말하죠. 살 집이라면 이자비용이 커진 걸, 월세가 비싸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소득에서 이자 비용의 비율이 커지면서, 사실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든 분들이, 하우스 푸어에 해당하겠죠.

하우스 푸어는 소득이 높지만 욕심을 내서 그런 상황에 처한 분들이지만, 워킹 푸어는 먹고 살 정도만큼만 벌기 때문에, 빈곤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사람을 말하죠. 괜찮은 직장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죠.

하우스 푸어나 워킹 푸어의 원인은 무척 달라 보이지만, 원인의 끝을 찾아가다 보면, 그 끝이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우스 푸어는 아파트라는 유동화된 자산에 중산층에 자신의 모든 재산을 걸다가 쪽박을 차게 된 상황이고. 워킹 푸어는 자본가나 우리사회가 축척한 막대한 잉여를, 70년대 새마을 운동의 신화에 매몰된 땅파기 투자 붐에 올입함으로써, 괜찮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데 있겠죠.

물론 집에 대한 투기와 괜찮은 일자리 부족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죠. 어쩌면 고도화되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 있는 모순이 점점 들러나는 일련의 과정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너무나 다이나믹하게도 선진국들이 몇 년에 걸쳐서 양산할 문제를 단 시간에 만들고 있습니다. 이게 문제였나 하는 진지한 고민을 하기도 전에, 최악의 상황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 워킹 푸어는 현상만을 나열한 책이기 때문에, 현상 분석이나 대안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하지 않습니다.

**꼬랑지: 인터넷 강의로 유명하신 ‘최진기’님이 쓰신 ‘경제상식 충전소’도 읽었습니다. 책은 강사님의 포스를 모두 담아내지 못해서 아쉬운 감이 있지만, 현재 경제 흐름을 간략하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인셉션를 보고 생각난 아키텍트에 대한 단상

Wednesday, August 11th, 2010

저도 2주 전쯤인가, 인셉션을 봤습니다. 아이디어는 참 참신한데,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참 간단한 영화죠. 하지만 상영 시간이 무척 길었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 1주일 정도 인셉션에 대해서 생각했을 만큼, 생각할 게 참 많은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전 아키텍트 역할을 맡은 아리아드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꿈 속의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서 현실과 다른 건출물이나 공간이 필요하고, 이런 것들을 독창적으로 창조하려면, 창의력이 넘치는 아키텍트가 필요하다는 논리였습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 보라는 코브의 요구에, 아리아드네가 세상을 반으로 접는 장면에서 정말 소름 끼칠 정도로 멋있더군요.

도시 계획이나 건축에서 시작과 끝을 결정하는 건, 아마도 아키텍트일 겁니다. 물론 대규모 프로젝트에 돈을 대는 사람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아키텍트가 본질적으로 건축과 도시 계획을 통해서 어떤 철학을 펼치느냐에 따라서, 그 창조물이 달라지겠죠.

예를 들어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 좋아하는 아키텍트는 세상과 건출물을 단절시키는 형태로 공간을 창조할 것이고, 자연과 어울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키텍트는 건축물이 자연과 잘 어울리게 만들겠죠. 아니면 권위적이거나 건축주의 명성을 널리 알리고 싶은 사람은, 상당히 위압적인 스타일로 공간을 창조할 겁니다.

어떤 형태로 공간을 만들든, 그것은 아키텍트의 경험과 철학이 녹아 있는 창조물이고, 그 공간은 아키텍트가 죽더라도 몇 십년 혹은 몇 백년 동안 아키텍트의 정신적 DNA를 후대에 전할 겁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말이 참 많은 게 있습니다. 바로 아키텍처와 아키텍트입니다. 최근에는 아키텍처에 대한 용어에 대해서 공통 분모가 많이 생겼는데요. 그래도 아키텍처 그러면 개발자가 어떤 도메인에서 어떤 기술을 사용해서 일했느냐에 따라서, 그 정의가 참 달라집니다.

인셉션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공간을 만들 때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창의력을 사용하라고 하죠. 하지만 이 이야기는 곰곰히 생각해 보면, 제 경험상 참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서 웹 개발에 잔뼈가 굵은 아키텍트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의 아키텍처를 만든다고 하면, 대개 자신이 경험한 웹 아키텍처를 생각하면서 구조를 만들 겁니다. 천재들의 창의력은 잘 모르겠으나, 범인들의 창의력은 대개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죠.

어떤 한 분야에서(웹, PC베이스, 임베디드 등) 경험이 많은 아키텍트라도 새로운 분야에서 이전 분야에서 효과적인 아키텍처를 그대로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이전 경험을 토대로 공부를 많이 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면 다른 사람보다 빨리 새로운 분야에서도 아키텍처를 만들겠죠. 그래서 아키텍트는 장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유로, 이 바닥에서 열심히 일하는 엔지니어는 모두 아키텍트의 반열에 오르고 싶어 하겠죠. 자신의 철학과 경험을 반영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를 통해서, 자신의 사고 DNA를 세상에 널리 전파하고 싶어하기 때문에요.

* 꼬랑지: 직업 성격상 다른 조직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를 볼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키텍처가 없는 조직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는, 구성원 가운데 누구도 어떻게 동작하는지 큰 그림에서 그리고 자세하게 설명해 주지 못하더군요. 그런 소프트웨어에 무언가를 추가하는 일은 참 힘든 것 같습니다.

신입사원 교육을 마치고 나서: 프로그래머의 길, 멘토에게 묻다.

Saturday, July 31st, 2010

인사이트에서 신간 ‘프로그래머 길, 멘토에게 묻다’를 보내 주셨습니다. 책 제목을 본 순간, 며칠 전에 참석한 신입사원 교육이 생각났습니다. 얼마 전에 회사에서 신입사원 공채가 있었습니다. 그때 뽑힌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교육을 했죠. 우연하게도 제가 일하는 부서를 대표해서 신입사원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았으나 발표 시간은 30분 정도로 제한되었기 때문에, 제가 속한 부서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하는 정도로 자료를 준비했죠. 신입사원을 만난다는 즐거운 마음에, 교육장을 찾았습니다. 강단에 서서 신입사원 한 명 한 명을 살피니, 다들 신입사원답게 스마트해 보이는 게, 발표하는 내내 제가 아는 것을 알려준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게 할당된 시간 동안 업무 소개를 마치고 강단을 내려 왔는데요, 내려오면서 아쉬움이 많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10년전 신입사원으로 교육을 받던 제 모습이 떠올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신입사원 시절을 돌이켜 보면 회사에서 제공해 주는 교육과정은 있었으나, 그때 업무를 배운 것보다 일을 하면서 업무의 대부분을 선배사원에게서 배웠습니다. 확실히 저와 같이 회사 생활을 했던 동기들과 제 자신을 비교했을 때, 신입사원 초창기를 어떤 선배사원과 보내느냐에 따라서 역량 차이가 나죠.

물론 자신의 역량을 모두 함께 일하는 선배 탓으로 돌릴 수 없지만, 제일 가까이서 일하는 선배의 모습에 따라서 업무 스타일이 많이 달라지는 듯합니다. 제가 신입사원 교육을 끝내고 돌아 오면서 아쉬움이 든 이유는, 신입사원 때 선배사원들에게서 더 많은 걸 배우거나 얻어낼 수 있었다면, 회사생활이 더 즐겁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신입사원 교육이 끝나고 부서 배치를 받았다는 공지를 사내 게시판에서 읽었습니다. 머지 않아서 합격의 감격이 현실의 업무로 바뀌겠죠. 아무쪼록 신입사원들이 합격의 설레임을 오랫동안 간직해서 훌륭한 개발자로 거듭나길 바라겠습니다.

‘프로그래머의 길, 멘토에게서 묻다’는초보 프로그래머가 고수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한 방법(패턴)을 설명한 것입니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많은 내용이, 제가 신입사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해 주었습니다.

교육 때 제 이야기를 들은 신입사원들이 이 글을 읽을지 모르지만, 만약 읽는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고수가 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고수의 길로 가는 방법을 체득할 수 있을 겁니다. 뭐 선배 사원들도 읽어보면 좋겠죠. 조언을 구하는 후배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