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with Hani

로망은, 실현되리라!

Archive for the 'life' Category


이게 없다면, 1만 시간의 법칙은 헛소리다!

Thursday, January 5th, 2012

아웃라이어에서 언급한 1만 시간의 법칙 때문에, 어떤 분야에 능통하려면 적어도 10년은 그 분야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즉 그만큼 달인이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임을, 아웃라이어의 1만 시간 법칙 때문에 온 국민이 깨닫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주는 순기능인데, 역기능도 있다. 누구나 1만 시간만 노력하면, 예를 들어 1만 시간 동안 바이올린을 연습하면 사라 장이 되고 1만 시간 동안 피켜 스케이팅을 연습하면 김연아가 될 수 있을까? 당연히 이 질문에 대해서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없다.
 
이 점에서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1만 시간의 법칙을 통해서 누구나 노력하면 달인이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하지만, 반대로 1만 시간을 투자한다고 해서 누구나 최고의 경지에 이르는 건 아니다,란 사실에도 공감한다. 그렇다면 1만 시간을 투자해서 누구는 달인이 되고 누구는 달인이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1만 시간의 법칙을 직장생활에 적용하면 보직을 바꾸지 않고 같은 분야에서 10년 동안 일한 직장인은 모두 달인이 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주위를 둘러보면 그다지 달인들이 많지 않다. 바로 이 부분이 1만 시간이 주는 맹점이다.
 
내가 배움을 시작해서 망한 분야가 있고 망하지 않은 분야가 있다. 대표적으로 망한 분야는 당구와 수영이다. 그리고 망하지 않은 분야는 피아노다. 망했다는 뜻은 제대로 실력이 붙지 않았거나 실력이 붙었더라도 교정할 게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당구와 수영은 왜 망했으며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피아노는 왜 망하지 않았을까? 당구, 수영은 레슨을 제대로 받지 않았고 피아노는 꾸준히 레슨을 받았기 때문이다. 레슨을 받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바로 전문가에게 내가 못하고 있는 부분을 꾸준히 피드백받고, 지적받은 부분을 내가 개선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는 뜻이다.
 
자유형을 3개월 정도 배우고 나서 레슨을 끊었다. 평소 배우고 싶은 수준까지 배웠다는 판단을 했다. 그리고 혼자서 연습해도 3개월 배운 기술로도 충분하리란 생각을 했다. 그렇게 몇 달을 혼자서 했는데 실력이 잘 늘지 않았다. 인터넷에서 수영하는 것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면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글을 읽었다. 그래서 실제로 자유형하는 모습을 찍어서 봤다. 객관적으로 내가 수영하는 모습을 본 게 처음이었는데, 충격 그 자체였다. 자유형에서 해서는 안 되는 나쁜 습관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연습하는 동안 유명 선수들의 영법을 줄 곧 봤기 때문에, 눈이 높아졌던 셈이다. 그 눈으로 내 실제 영법을 보니, 할 말이 없었다. 결국 나쁜 수영 자세를 고치려고 다시 수영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번 들인 습관은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1년 전쯤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지금은 체르니 100을 연습하고 있다. 매일 같이 연습하려고 하는데 여러 가지 일로 쉽지 않다. 하지만 그래도 체르니 100을 칠 수 있는 건 열정적인 피아노 선생님 덕분이다. 레슨을 받을 때마다 정확하게 내가 무슨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놓치지 않고 알려 주신다. 박자를 쪼개는 게 이상하면 어떤 점이 문제인지 알려주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제시해 준다. 반주음이 너무 크다는 것을 지적해 주고 왼손 반주음을 줄이고 멜로디 라인을 크게 하는 방법을 알려 주신다. 손목에 힘이 들어가면 바로 손목에 힘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려 주신다. 말하자면 수영처럼 혼자서 연습했다면 몸에 체득했을 나쁜 습관을 들일 가능성이, 피아노 연습에서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1만 시간을 투자했을 때 어떤 사람은 달인이 되고 어떤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달인이 되고자 하는 동기 부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못하고 있는지 지속적인 피드백을 받고, 그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했느냐에 달려 있다. 이 점이 빠진다면, 1만 시간의 법칙은 무의미한 삽질의 시간이다. 옛말을 빌리자면 그냥 가방만 들고 학교 간다고 해서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다. 공부하고 어떤 점이 부족하지 시험을 보고 시험 결과에 따라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우등생이 되고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다.
 
새해가 됐다. 자신의 분야에서 달인이 되고자 계획을 세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하루 일과 중 많은 시간을 그 분야에 할당했다면, 절대 혼자서 그 시간을 채울 생각을 하지 마라. 어떤 분야가 되었든 자신을 객관적으로 피드백할 시간을 갖지 못한다면, 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연습한다고 해도 달인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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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일이 없다고? 왜 그럴까. 그렇다면 해법은?

Tuesday, January 3rd, 2012

처음부터 잘 되지 않는 일은 끝까지 잘 안 된다. 왜 그럴까? 최근에 내가 경험한 사례다. 워크샵에 참석하려고 회사에 품의를 올렸더니, 경비를 담당하는 부서에서 사전 등록을 하면 경비가 대폭 줄어든다고 사전 등록을 해달라는 요청했다. 문제는 워크샵을 주최하는 쪽에서 사전등록은 무조건 현금으로만 가능하다고 하다는 데서 생겼다. 결국 내 돈을 내고 사전등록을 하고 워크샵을 등록했다. 비용처리에서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비용을 처리하려면 주최측에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야 하는데, 워크샵 당일 기준으로만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준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세금계산서가 없으면 비용 처리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사전 경비를 지불한 달에 돈을 못받았다.

워크샵을 참석하고 세금계산서를 처리하려고 하니 이번에는 예산이 없었다. 내가 잡아 놓은 예산을 이미 누군가가 다 써버렸다. 결국 예산을 확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냥 여기서 끝나면 좋았을까? ㅎ 다른 사소한 문제가 있었고, 다행히도 해가 바뀌기 전에 관련 경비 처리를 할 수 있었다. 워크샵은 몇 달 전에 다녀왔지만 돈은 새해가 되어서나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처음부터 잘 되지 않는 일은 끝까지 잘 안 된다. 왜 그럴까? 당연히 시작할 때부터 문제가 있는 일은 그 일을 성사시키려면 그 일보다 주위의 일을 정지작업하는 게 손이 많이 간다. 그래서 안 되는 일을 하다보면 일이 잘 안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그 일을 하기보다 가욋일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첫단추가 잘못 채운 일은 끝까지 안 되는 것처럼 보이고 다시는 그 따위 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안 되는 일을 끝까지 해내면 술술 풀리는 일을 할 때보다 보람이 더 많다는 면도 있다.

주역은 8개의 괘를 두번 겹쳐서 총 64괘를 만들고, 그 괘를 풀이해서 일을 도모할 때 지혜를 얻는다. 8개의 괘를 두번 겹치기 때문에 마침 점을 치는 것 같지만, 주역은 점을 치는 점술서와는 다르다. 엄연한 동양의 경전으로서 그 안에는 주옥같은 지혜들이 숨겨져 있다. 64괘 가운데 가장 나쁜 괘로 불리는 괘가 있다. 바로 천지비다. 하늘을 뜻하는 건이 위에 올라가고 땅을 뜻하는 곤이 아래에 있는 괘다. 겉으로 보면 하늘이 올라가고 땅이 아래에 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보이나, ‘변화’를 이야기하는 주역에서는 가장 나쁜 게 본다. 왜냐면 하늘이 위에 있고 땅이 아래에 있으니 더 이상 변화가 생길 수 없기 때문이다.

즉 고매한 임금은 하늘로 올라가서 백성들의 말을 듣지 않고 신하는 땅에 해당하는 백성을 살피기보다 임금의 비위를 맞추기에 바쁘다. 그러니 소통이 일어나지 않고 사회 전반적으로 기운이 딱 맞혀서 백성들이 힘들다는 뜻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천지비의 상황이 아닐까,한다.

천지비가 상황만 놓고 보면 나쁘지만, 변화를 이야기하는 주역에서 보자면 천지비는 하나의 과정인 셈이다. 현재 상황은 최악이지만 이제 바닥을 다지고 변화의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런 천지비 상황에서 그냥 시간만 지난다면 상황이 개선될까? 천만의 말씀이다. 막힌 운을 뚫을려고 백방으로 노력해야 한다. 당연히 사방이 꽉 막혔으니 일이 될 턱이 없다. 즉 하는 일마다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주역의 지혜를 따른다면 일을 도모하고 추진해야 한다.

화살을 두 번 맞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뜻하는 바는 무슨 뜻일까? 첫 번째 화살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맞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두 번째 화살은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충분히 피할 수 있다. 직장에서 상사한테 일 때문에 대박 깨졌다. 이것이 첫 번째 맞은 화살이다. 그런데 기분이 나빠서 집에 가서 아내나 애꿎은 애들에게 화풀이를 해서 가족 간의 관계를 악화시킨 게 바로 두 번째 화살을 맞은 셈이다. 첫 번째 화살은 상사가 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두 번째 화살은 자신이 화통에서 화살을 뽑아 자신에게 쏜 셈이다.

경비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고생 아닌 고생을 했다. 그런데 쉽게 갔으면 알지 못했을 회사의 경비처리 지식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배웠다. 물론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하니 나름 지식을 얻었다는 긍정의 답을 얻었다.

새해부터 안 되는 이야기를 썼다. 잘 되는 일은 기분이 좋지만 우리가 배울 게 없다. 안 되는 과정에서 되게 하는 쪽으로 노력하다면 경험도 쌓이고 실력도 붙는다. 그런데 안 되는 일이 운이 꽉 막힌 일이어서, 아니면 자신의 에너지 파장이 천지비의 상황이어서 일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포기하지말고 막힌 운을 뚫기 위해 노력하는 게 좋다. 인생이라 그렇게 해도 지나가고 저렇게 해도 지나간다. 하지만 늙어서 왜 살았을까,란 답을 찾았을 때 어떤 쪽이 의미 있는 답을 얻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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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튀기 노점상의 판매 전략

Wednesday, December 21st, 2011

2층에 있는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다가 1층에 있는 뻥튀기 노점상이 눈에 들어왔다. 음식을 먹으면서 마땅히 할 일이 없던 나는, 노점상이 장사가 얼마나 잘 되는지 궁금했다. 손님이 얼마나 자주 오는지 잠깐 관찰하기로 했다. 잠시 후에 행인 한 명이 뻥튀기 노점상에 들려서 뻥튀기를 하나 사갔다. 손님이 떠나고 나서 뻥튀기 주인이 매대를 정리했다. 그냥 일상적인 매대 정리로 보였으나 정렬된 뻥튀기를 보니까, 일정한 패턴이 보였다.

뻥튀기 노점상1

위의 사진에서 어떤 패턴을 발견하겠는가? 이미 눈치 챈 사람도 있을 것이다. 흔히 뻥튀기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보름달 모양의 뻥튀기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매대 위에 놓여 있다. 그 아래에는 다양한 종류의 뻥튀기가 깔려 있었다. 아래 그림을 보면 패턴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뻥튀기 노점상2

이 사진을 통해서 노점상이 손님이 뻥튀기를 사가고 나서 보름달 모양의 뻥튀기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치되도록 매대를 정리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굳이 왜 이렇게 정리했을까? 모양을 예쁘게 하려고? 차라리 모양이 예쁘게 하려면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색색의 뻥튀기를 보름달 모양의 뻥튀기 대신 사용하는 게 낫지 않을까? 특별한 이유 없이 노점상의 미신일 수도 있다. 그냥 그런 식으로 배치를 하면 장사가 더 잘된다는 미신 말이다.

내가 매상을 최대로 올리고 싶은 노점상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로, 이런 패턴이 나오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일단 보름달 모양의 뻥튀기는 다른 뻥튀기보다 단가가 낮지만 가장 많이 팔리는 아이템일 것이다. 손님들이 여러 개의 뻥튀기를 사가지 않기 때문에 대개 한 두 개의 뻥튀기를 사간다고 했을 때 객단가를 최대한 높이는게 좋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보름달 모양의 뻥튀기를 살 때 다른 뻥튀기를 하나 정도 사도록 유도하는 게 괜찮은 전략일 것이다.

이런 가정을 한다면 보름달 모양의 뻥튀기를 한 곳에 모아 두면 손님은 보름달 모양의 뻥튀기만 집어 들고 바로 계산할 것이다. 즉 다른 종류의 뻥튀기가 손님에게 노출된 가능성이 줄어든다. 따라서 잘 팔리는 보름달 모양의 뻥튀기를 맨 매대 위에 일정 간격으로 배치하고 그 아래 단가가 높은 뻥튀기를 놓으므로써 다른 뻥튀기도 사갈 확률을 높인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런 생각으로 노점상이 매대를 정리했을까? 사실 그 정답은 나도 모른다. 다만 패턴이 나온 배경을 고민하다 보니까 저녁 식사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저녁은 참 맛있게 먹었다.

보안을 어긴 자, 신의 심판을 받으리라!

Tuesday, December 20th,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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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가격’이라는 책을 읽다 보면, 가격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중 압권은 신앙의 가격에 대한 이야기 부분이다. 그 장의 처음은 파스칼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부분을 간단하게 옮겨 보면 이렇다.

… 파스칼은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그는 심지어 신의 존재 여부를 결정하기 불가능할 때조차 그것을 믿는 것이 현명하다고 제안했다.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신앙은 그저 무시하기에는 너무 큰 혜택을 제공할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설사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신을 믿어서 잃을 것은 작거나 아예 없다. 하지만 신이 존재할 경우 신앙은 영원한 행복을 제공하는 반면, 신을 믿지 않는 자에게 지옥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

이런 파스칼의 주장을 간단하게 ‘파스칼의 내기’라고 한다. 파스칼의 내기를 심정적으로 수긍하기 쉽지 않지만 그 논리는 매우 간단하고 설득력이 있다(물론 그렇다고 완벽한 논리는 아니다). 파스칼의 내기의 핵심은, 신을 믿는 것은 인간 입장에서 완전히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과 통한다.

파스칼의 주장을 읽으면서, 난 요즘 회사들이 강조하는 보안이 생각났다. 보안 사고로 기업의 정보가 유출이 되면 금전적인 피해가 무척 심하다. 그러다 보니까 회사에서는 보안을 신경쓰고 보안을 준수하기 위해서 다양한 보안장치와 프로세스를 도입한다. 물론 보안과 생산성이 서로 상충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연히 일이 되는 쪽으로 진행하다 보면 보안 위반 사례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을 해야 하는 실무진들에게 보안은 상당히 귀찮게 여겨진다. 귀찮은 이유는 보안을 지키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USB 메모리 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게 회사 보안 규칙인 경우, 이 규칙을 지키면서 일을 하는 게 쉽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다 보니까 꼼수를 써서 USB 메모리 스틱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꼼수 때문에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 보안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올바른 업무 방식이 아니다.

USB 메모리 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담당자가 자료를 옮기는 게 매우 귀찮더라도 사내 규정대로 자료를 옮기는 게 보안 관점에서 맞다.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만의 하나라는 사고 때문에 회사 규정을 지키면서 일한다면 생산성 측면에서 손해 보는 게 많다.

댐과 같은 공공사업에 대한 투자 결정을 할 때 많은 돈이 투자된다. 따라서 아까운 세금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 공공투자를 하는 데 얼마의 비용이 들고 그로 인한 편익이 얼마나 얻는지를 돈으로 환산해서 의사결정해 보는 비용 편익 분석을 한다. 즉 100원을 썼는데 거기서 얻는 편익이 90원이라면 이런 공공투자는 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1원이라고 얻는 편익이 있어야 공공투자의 타당성을 찾을 수 있다.

회사가 보안에 투자하는 것에 비용 편익 분석을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일단 회사에서 보안에 투자하는 비용은 다양한 보안시스템과 프로세스 구축에 들어가는 돈과 이런 것들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보안을 유지하면서 일할 때 발생하는 생산성 감소가 있을 것이다. 일단 보안 시스템에 들어가는 돈을 쉽게 계산할 수 있지만, 구성원들이 보안 때문에 겪는 생산성 하락은 쉽게 정량화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든지 정량화를 해서 전체 비용을 구할 수 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보안을 통해서 얻는 편익은 얼마일까? 사실 보안을 했을 때 얻는 편익보다는 보안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손실을 계산해서 그것을 편익으로 간주하는 게 맞을 것이다. 여기서 보안의 편익을 계산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회사에서 사용하는 간단한 운영메뉴얼이 인터넷으로 공개되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사활을 걸고 개발하는 신제품의 도면이나 아이디어가 유출된다면 그 손실을 어마어마할 것이다. 극단적으로 유출되어서는 안 되는 정보가 나갔을 때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다.

바로 이 점에서 파스칼의 내기와 회사의 보안이 유사하다. 즉 불신지옥이라는 구호가 힘을 발휘하는 지점이다. 보안이 실패했을 때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극단의 가상적인 손실 때문에, 그 어떤 비용이 들더라도 보안에 많은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파스칼의 내기’을 접했을 때, 정기적으로 보안을 맡은 담당 직원이 찾아와서 보안 감사를 할 때가 생각났다. 보안 담당자는 보안 프로그램은 깔았는지 백신은 최신 버전인지 혹시 나도 모르게 회사에서 허용하지 않은 프로그램은 깔지나 않았는지 내가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되는 문서를 가지고 있지 않는지 체크리스트를 들고 하나하나 본다.

성실하게 보안 규칙을 지켜더라도 나도 모르게 실수한 게 없는지 왠지 불안하고 잘못하게 없는지 속으로 생각한다. 한 주동안 종교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휴일에 예배당이나 사원 혹은 법당을 찾았을 때 드는 불안감과 비슷하다. 절대자의 말씀을 들으면서 한 주동안 저지른 죄를 용서해준다면 다시는 종교의 규율을 얻기지 않겠다고 다짐해 보는 교인의 마음이 된다. 하지만 다시 일상의 업무에 치이고 일이 되는 쪽으로 하다보면 하나둘 어겨서는 안 되는 규율을 깨고, 다시 회개의 시간이 찾아온다. 이런 타락과 회개를 거듭하다면 보면, 어느새 회사라는 세속에서 보안은 새로운 종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heav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