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 속의 방관자 효과
Saturday, December 31st, 2005베이징 726번 시내버스 승객들은 이 소녀가 목졸려죽는걸 구경만 했다 (조선일보 기사 링크)
엊그제 각종 포탈 사이트의 Headline을 장식했던 중국에서 일어난 한 소녀의 죽음에 관한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붙은 댓글은 중국에 대한 감정석인 비난과 중국은 아직까지 후진국이라는 식이 대부분입니다. 추측이지만 이 기사를 Headline으로 올린 조선일보의 의도 또한 중국의 후진성을 부각시키려 하지 않았나 싶네요. 얼마전에 일어난 기생충 김치부터 납 조기, 납 꽃개, 중국산 저가 제품, 저질 식료품 이 모든 것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중국에 대한 인식의 한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중국의 모습을 애써 부인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런 부정적인 견해를 형성하게 된 대에는 우리의 책임 또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어린 소녀의 죽음에 관해서 이야기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읽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황당한 일은 중국이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중국 소녀의 죽음은 중국이라는 사회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일까요? 본격적인 논의를 진행하기 전에 몇 십년 전의 또 다른 사건부터 살펴 보도록 하죠.
사건이 벌어진 것은 1964년 3월 13일 금요일, 그러니까 실제로 13일의 금요일이었다. 뉴욕 주 퀸스 지역의 이른 새벽 공기는 춥고 축축했다. … 그날 새벽에는 흔히 키티라고 불리던 캐서린 제노비스라는 한 여성이 지배인으로 일하던 술집에서 야간 당번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 그녀가 주차장 안에 차를 주차시키고 밖으로 걸어나왔을 때가 새벽 3시였다. 그녀는 아파트 건물을 향하여 발걸음을 떼자마자 수장쩍어 보이는 덩치 큰 남자를 보았다. … 모즐리라고 신원이 밝혀진 남자가 그녀의 등에 칼을 깊숙이 찔렀던 것이다. … 그녀가 분명한 소리로 외쳤다. “어머 세상에, 이 남자가 칼로 날 찔렀어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러자 동네 사람들 집에 불이 켜졌다. … 그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집집마다 불이 켜지기 시작했지만 사람들이 계단 아래로 내려올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했다. 어떤 사람이 아래로 내려오는 대신 ” 그 여자를 내버려 두시오.”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때 범인은 그 자리에서 도망을 쳤고, 몸의 여러 군데가 칼에 찔린 제노비스는 몸을 이끌고 어느 서점 문 앞에 가 드러누웠다. 그러자 아파트의 불이 꺼지기 시작했고, 거리는 조용해 졌다. 자신의 자동차가 있는 곳으로 가던 범인은 거리가 조용해지고 창문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서 범행을 마저 끝내기로 결심했다. … 그는 칼로 다시 그녀를 난도질 하기 시작했다. … 제노비스는 다시 소리를 지르고 또 질렀다. … 아파트에서 다시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 모즐리는 다시 도망갔고 … 제노비스는 간신히 몸을 이끌고 자신의 집이 있는 아파트 건물 복도 안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하지만 몇 분 후에 또다시 모즐리가 찾아와 작업을 끝내기 시작했다. … 살인 사건은 새벽 3시 15분에서 50분까지 약 35분 동안 일어났다. 세 차례에 걸쳐 연속적으로 벌어진 이 사건은 도움을 청하는 비명에 중간 중간에 끊겼다. … 한 여성이 칼에 찔리고 쓰러지는 것을 창가에서 구경만 한 사람들은 모두 38명이었다. … < 뉴욕 타임즈> 지에서 이 방관자들의 기이한 행동을 시리즈 형태로 연속해서 보도하자 온 나라가 도덕성 문제로 들썩거렸다. … 교수의 부인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다음과 같이 썼다. “… 38명의 증인에 대해서는 그들이 마땅히 느껴야 할 도덕적 책임을 인식하지 못한 대가로 < 뉴욕 타임즈> 지 1면에 그 이름과 주소가 전원 공개되어야 한다.” source from 로렌 슬레이터의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시간과 장소만 다를 뿐이지, 두 살인 사건은 닮은 꼴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일어난 어처구니가 없는 소녀의 죽음은 단순한 중국 사회의 문제만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살인 사건과 그 살인 사건이 일어난 사회적 환경이 아니라, 살인 사건을 목격한 군중들의 반응입니다. 사건을 글로써 접하는 사람들은 그 사건의 목격자들의 양심의 부재와 그 사회의 추락한 사회적 연대 의식을 비난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들은 단순한 윤리와 사회 문제로 국한시키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제노비스 살인 사건을 접한 뉴욕 대학의 존 달리와 컬럼비아 대학의 빕 라타네는 정교한 심리 실험을 통해서 이 사건의 본질을 밝혔습니다. 그들은 이러한 사건들을 “책임감 분산(diffusion of responsibility)”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람들 속에서는 책임감이 공평하게 나누어지기 때문에, 어떤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이 분산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개인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에는, 대도시 같은 사람들이 많은 곳보다는 사막에서 동료와 함께 있을 때 도움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또한 사건의 다른 측면은 그 비상 상태가 실제 상황인지 거짓인지를 구분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제노비스의 살인 사건을 목격한 사람들 중에는 둘을 연인 사이로 오해를 하거나, 실제 벌어지는 사태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도 구분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즉 사람들은 대중 앞에서 바보가 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기 때문에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본 것 조차도 의심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개인은 많은 사람들과 목격한 현상을 스스로 판단하기 보다는 군중의 반응에 편승할려고 한다는군요.
달리와 라타네의 방관자 효과에 기초해서, 구성애氏가 여성들에게 말했던 성폭력 대처 방법이 생각나는군요. 어두운 골목길에서 성폭력 위기에 처하게 되면 비명으로 구조요청을 하기 보다는 땅에 떨어진 돌을 집어서 불이 켜져 있는 집의 창문을 깨라고 하더군요. 즉 사람들은 군중 속에 위험에 처해 있는 타인보다는 자신의 재산이 망가지는데 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기 때문이겠죠.
우리 나라 국민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더불어 특정 목적에 맞추어져 쓰여진 중국 소녀 죽음에 관한 기사는 온라인을 달아 오르게 했습니다. 그러나 중국 소녀 죽음의 본질은 아쉽게도(?) 중국 사회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군중 속에서 보이는 개인의 어리석음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군중 속에서 한없이 어리석어 지는 것일까요? 만일 그렇다면 대도시에 사는 이들은 자신에게 군중 속에서는 절대 위기의 순간이 생기지 않기만을 바래야 할까요?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달리와 라타네는 사회적인 교육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교육의 단계는 다음의 5단계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1. 사건의 목격 단계. 도움을 줄 사람은 사건을 목격해야 한다.
2. 도움의 인식 단계. 도움을 줄 사람은 그 사건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해석해야 한다.
3. 책임 인식 단계. 도움을 줄 사람은 개인적인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한다.
4. 행동 결정 단계. 도움을 줄 사람은 취해야 할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5. 행동 단계. 도움을 줄 사람은 이제 행동을 취해야 한다.
S/W 개발 이이야기로 넘어 가도록 하겠습니다. 군중 속의 방관자 효과는 S/W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즉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면서, 나타내는 현상으로 품질에 대한 책임감 분산 효과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개발 품질을 관리하는 프로세스와 전문적인 테스트 팀과 품질 관리 팀이 없는 경우에는 책임감 분산 효과는 극적으로 나타납니다. 개발이 진행되면서 PL은 고객 관리, 일정 관리와 개발 관리로 품질은 개발자가 알아서 챙길 것이라 생각합니다. 반대로 개발자들은 자신이 맡은 모듈에만 정신이 팔려서 품질은 PL이나 다른 누군가가 챙겨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고객 또한 품질은 프로젝트 팀이 알아서 처리할 문제라 생각하기 때문에 품질은 관심영역이 아닙니다. 이 때부터 품질에 관한 책임감 분산 효과가 발생합니다. S/W 품질은 빈사 상태에 몰려, 구조의 외침을 외쳐 보지만 PL, 개발자, 고객 모두 자신의 책임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결국 S/W 품질이 사망 선고 받은 순간 PL, 개발자, 고객 모두는 서로를 쳐다 보며 서로의 책임이었다고 비난하기 시작합니다.
S/W 품질은 생명이 아니기 때문에 사망 선고를 받은 순간부터 노력하면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때 소요되는 품질 비용은 프로젝트 전체 비용을 초과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추가적인 품질 비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달리와 라타네가 제시한 교육의 5단계를 통해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소 도식적이지만 5단계로 구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사건의 목격 단계. 품질 상태를 판별할 수 있는 도구를 도입한다. 도구의 간단한 예로 버그 리포트를 작성하거나, 위험관리 항목으로 품질 요소를 추가해 품질 문제를 예견할 수 있는 전이 지표를 만든다.
2. 도움의 인식 단계. 버그 리포트와 위험관리 항목의 품질 관련 전이 지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3. 책임 인식 단계. 2단계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해당 품질 문제에 대한 책임 관계를 명확히 한다. 예를 들어 개발자의 실수에 의해 발생한 문제인지, 개발 Spec. 변경에 따른 품질 문제인지를 명확히 판단해야 한다.
4. 행동 결정 단계. 해당 품질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거나, 단순 의사 결정으로 품질 문제를 종결할 수 있는지 관련 담당자들이 협의를 해서 결정한다.
5. 행동 단계. 4 단계에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결론이 난 경우, 해당 품질 문제의 개발자에게는 품질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며, PL은 필요한 리소스나 일정 상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고객은 해당 품질 문제 해결 시 필요한 의사 결정 및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프로젝트 상의 문제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이런 프로세를 도입하면, 당연히 비용문제가 수반됩니다. 하지만 달리와 라타네가 밝힌 인간 본연의 속성인 군중 속의 방관자 효과로 발생하게 될 문제점보다 다소의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더 큰 손해를 막을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이런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