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났던 기억
Friday, December 9th, 2005Guess Who?
의사
브레인 바이러스
백신 개발
MBA
CEO
다시 공부의 길
.
.
.
답은 글 중간에 나옵니다.
제가 중학교 때는 지금의 한류처럼 홍콩 영화가 동남 아시아를 강타했었죠. 영웅본색1,2,3편, 천장지구, 천녀유혼 등등. 지금은 모두 추억의 영화가 되었지만, 빡빡이 중학생들이 물 마실 때마다 주윤발의 “싸랑해요~밀키스~”를 연신 남발 했던 것이 기억나는군요.
홍콩 영화가 전국의 비디오 대여점을 강타할 시점에, 새로운 단어가 새간에 오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교육용 PC 붐이 일어나면서 가정마다 PC가 놓일 때, 불법 복제도 같이 성행했죠. 그러면서 불법 복사된 프로그램에 의해 전파 되기 시작한 컴퓨터 바이러스. 자식 성화에 집에 컴퓨터를 들여 놓았던 어머니들은 컴퓨터 바이러스가 사랑하는 자식한테 병이나 옮기지나 않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하였습니다.
당시의 컴퓨터는 허큘리스 그래픽 카드와 흑백 내지는 녹흑색 모니터의 XT가 대세였습니다. 3.5인치 플로피 디스크는 가격이 비싼 관계로 대부분 5.25인치 플로피 드라이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다소 비싼 축에 드는 기종은 5.25인치 플로피 드라이버를 2개 씩이나 장착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당시의 바이러스는 램에 상주해 있다가, 플로피 디스크를 감염시키는 형태였죠.
이 때부터 자칭 컴퓨터 도사(?)의 활약이 시작되었습니다. 마구잡이 프로그램 복사로 친구들의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감염 되기 시작하면서 제게 도움을 청하는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그 때로 잠깐 돌아가 보도록 하죠.
(친구 Privacy를 위해 가명 처리했습니다.)
어머니 : Hani야~ 전화 왔다.
나 : 누구?
어머니 : 친구 삼식이라는데.
나 : 여보세요.
삼식이 : Hani야! 나 삼식인데 내 컴퓨터가 이상해.
나 : 어떻게 이상한데?
삼식이 : 컴퓨터 부팅하고 나서, 테트리스하다 보면 컴퓨터 느려져.
나 : 음. 그래. 내 생각엔 바이러스 걸린거 같은데.
삼식이 : 바이러스? 그럼 내 컴퓨터 고장난거냐?
나 : 고장 난거까지는 아니구, 백신으로 치료할 수 있어.
삼식이 : 백신?
나 : 내가 백신 복사해 줄테니까. 플로피 디스크 새 걸로 하나 가지고 와
잠시 후 삼식이가 집에 왔습니다.
나 : 플로피 디스크에 백신을 복사했거든. 바이러스에 감염 안 되게 복사 방지 태그를 붙여.
삼식이 : 이거 가지고 어떻게 해야 되는데?
나 : 부팅하고 나서 그 디스크 넣고, 명령어로 v3 a: 치고 나서, 모든 디스크를 돌아가면서 검사하고 치료 하면 되.
삼식이 : 야~ 고맙다.
얼마 후 삼식이네 집에 놀러 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삼식이 아버님이 계시더군요.
나 : 안녕하세요?
삼식이 아버님 : Hani. 니가 삼식이 컴퓨터 고쳐 줬다면서?
나 : 아. 사실은 백신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게 고쳐 준거에요.
삼식이 아버님 : 백신?
나 : 우리나라 의사가 만든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이에요.
삼식이 아버님 : 요즘엔 의사가 사람만 고치는게 아닌가 보네. 허참.
나 : ^^
재미있으셨나요? 다시 오늘의 문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답은 맞추셨나요? 대부분 두번째 힌트에서 맞추셨겠죠? 답은 안철수님입니다. 지금 청소년이 인기 연예인을 동경하는 것처럼 당시에는 안철수, 이찬진과 같은 IT 스타가 컴퓨터를 사랑하는 청소년들의 꿈이었습니다. 자칭 컴퓨터 도사라 자부했던 어릴 적 저도 안철수님과 이찬진님을 꿈꿨습니다.
꿈☆은 어떻게 든 이루어지는 걸까요? 대학 때 친구와 IT 전시회 관람을 위해 코엑스에 갔었습니다. 여기 저기 구경 다니다, 세상에 안철수님이 앉아 계시는걸 발견했습니다. 출판 기념 사인회를 하시는 거 같더군요. 동방신기를 본 사춘기 소녀처럼, 갑자기 안철수님을 보니 제 가슴이 콩당콩당 뛰더군요.(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순진했던거 같기도 하구요.)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사인을 받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이지 않자, 사인회를 진행하시는 분께서
진행자 : OOOOO 책 저자 안철수님의 사인회를 하고 있습니다. 사인 받아 가세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자석에 이끌려 가는 쇠붙이처럼 안철수님께 갔습니다.
나 : 저~ 안녕하세요?
안철수님 : 내. 안녕하세요?
나 : …. (흥분한 상태여서 무슨 말을 할지 잘 모르겠더군요.)
안철수님 : 사인 받으셔야죠?
나 : 아~ 사인 받아야죠.
지금이야 사인회를 하면 작가 사진 나눠 주고, 거기에 사인을 해주지만 당시에는 그런 문화가 정착되기 전이었습니다. 사인 받을 걸 찾아봤지만 마땅한게 없더군요. 그런데 평소에도 안철수님의 사인을 가지고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학생증에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나더군요. 당시 학생증은 은행 현금 지급 카드 겸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은행 카드 뒤면에 보면 사인란이 있죠? 거기에 사인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 (학생증을 건네면서) 저~ 여기에 해 주실래요?
안철수님 : (다소 당황하신 표정) 여기에요?
나 : 내
안철수님 : (조심스레) 이거 은행 카드 아니에요? 여기에 사인을 해도 되요?
나 : (당당하게) 상관없을거 같은데요. 사인을 항상 가지고 다니고 싶어서요.
안철수님 : (머뭇거리시면서) 알았어요.
나 : (학생증을 다시 받으며) 고맙습니다.
지금도 당시를 회상하면, 다소 당황스러운 주문(?)에 친철히 사인을 해 주신 안철수님께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말이 되면 그 해의 10대 뉴스를 뽑죠. 개인적인 10대 뉴스의 상위권에 속하는 것은 안철수 CEO가 자리에서 물러난 것입니다. 다들 한번 올라가기만 하면 조직에 대한 자기 자신의 기여는 생각지도 않고, 자리 보전에 목숨을 다하는 것이 인지상정이죠. 하지만 그는 자신이 정한 원칙에 따라서 자신이 물러날 때, 물러나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습니다.(그가 조직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는 납득이 안되지만.) 의사, CEO, 박사, V3 개발자 그에게 여러 가지 호칭이 붙지만, 그보다 저는 일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그의 철학에 더 높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흔 중반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지만,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난 그, 더욱 Upgrade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길 바라면서 오늘 Post를 마칩니다.
※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전 최고경영자:퇴임 인터뷰(한겨레)

(source from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