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t Note
Thursday, January 12th, 2006Death Note라는 만화를 아는가?
요즘 세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공포, 추리 장르의 일본 만화로, Oba Tsugumi 쓰고 Obata Takeshi가 그렸다. 다음은 Death Note의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는 컬럼이다. (원글 : 예스 이십사, 김봉석, 만약 내가 데스노트를 줍는다면…)
어느 날, 길을 걷다가 ‘데스 노트’를 주웠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데스 노트에 얼굴을 알고 있는 누군가의 이름을 적으면, 정말로 죽어버린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 데스 노트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 당신이 미워하는 자들을 모두 죽여버릴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 때문에 데스 노트를 불태워버릴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신은 어떤가. 누구라도 죽일 수 있는 데스 노트로, 이 썩은 세상을 지배하는 신이 되는 것이다.
사신 류크가 인간계에 내던진 데스 노트를 주운 것은, 17살의 야가미 라이토다. 야가미 라이토는 데스 노트의 힘을 알게 된 후 원대한 계획을 세운다. 세상에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범죄자들을 하나둘씩 죽여 나가면, 언젠가 세상 사람들은 알게 된다. 누군가가 범죄자를 죽이고 있고, 정의의 심판을 내리는 자가 있다는 것을. “그럼 누구도 나쁜 짓을 할 수 없게 되고, 세계는 확실하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거야. 내가 인정한 성실하고 착한 사람만의 세계를 만드는 거지. 그리고 난 새로운 세계의 신이 된다.” 라이토는 그 엄청난 계획을 정말로 실행에 옮기고, 눈치를 챈 경찰에서 수사를 시작한다. …
이 만화의 핵심은 Death Note에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의 이름을 적으면, 그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다. 주인공 라이토가 살인 대상의 이름과 얼굴을 알려고 여러 묘안을 내놓는 것을 보는게 이 만화의 핵심 재미 중에 하나이다. 재미있는 점은 Death Note를 소유한 사람은 사신과 거래를 통해서 사신의 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사신은 사람들의 이름과 예상 수명을 볼 수 있는데, 사신의 눈을 갖게 되면 만화의 말 풍선처럼 사람 머리위에서 그 사람의 이름과 실제 수명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Death Note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남은 수명의 반을 사신한테 주면 사신의 눈을 갖게 된다. Death Note 소유자가 사신의 눈까지 소유하게 되면 단지 사람의 얼굴만 쳐다 봄으로써 Death Note의 살인 조건을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자! 만일 경영자나 관리자가 개발자가 회사를 떠났을 때 발생하는 손실을 볼 수 있다면 IT업계의 채용 관행은 어떻게 변할까? 좀 더 자세히 말하면, Death Note의 사신의 눈처럼 개발자 머리 위에 그 개발자가 회사를 떠났을 때 발생하는 비용적 손실이 표시되고 오로지 관리자와 경영자만이 해당 개발자의 퇴사로 인한 손실 비용을 본다면 … 여기서 다시 예전의 드래곤 볼의 스카우터라는 장치가 생각난다. 손오공이나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가 얼마나 쎈지를 볼 수 있는 기구다. 손오공과 일부 캐릭터는 자신의 공격력을 숨이고 있다가 실전에서 기를 발산하면 스카우터에 표시되는 공력력이 점점 증가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러다 공격력이 스카우터의 표시 능력 밖에 도달하면 “펑” 소리와 함께 스카우터가 터졌던 것을 기억한다.
다시 오늘의 주제로 돌아와서, 어느 순간부터 인사부라는 말이 사라지고 HR(Human Resource) 관리 부서라는 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HR의 긍정적인 의미는 인력도 기업의 중요 자원으로써 관리하겠다는 뜻이고, 다소 부정적으로 보면 인력도 교환 가능한 자원으로 본다는 뜻이다. 즉 어제의 Java 프로그래머 개똥이는 내일의 또다른 Java 프로그래머 소똥이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과연 오늘 수명을 다한 두꺼비집의 휴즈가 새로운 휴즈로 바뀌는 것처럼, 새로운 개발자는 어제의 개발자처럼 일을 할 수 있을까?
여기서 개발자 퇴사와 신규 개발자 채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용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앞서 등장한 개똥이와 소똥이의 일화를 좀 더 살펴 보자. 어제까지 열심히 일하던 Java 프로그래머 개똥이는 상사와의 Trouble로 인해 오늘 아침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물론 개똥이의 무책임한 태도도 문제였지만 오랜 시간동안 개똥이에게 과중된 업무로 이런 날이 올 것이 예견되고 있었다. 개똥이의 갑작스런 퇴사 통보로 프로젝트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개똥이의 상사이자 프로젝트 관리자인 P 팀장은 HR 부서에 급하게 신규 Java 프로그래머 투입을 요청했다.
개똥이가 몸 담고 있던 회사는 중견 SI업체로 항상 신규 인력의 끊임없는 지원으로 개똥이 수준의 실력을 지닌 소똥이라는 신규 Java 프로그래머을 구할 수 있었다. 이 때 각종 사이트에 신규 인력 공고와 여러번의 면접을 봄으로써 신규 인력 채용에 신규 비용이 발생하였다. 천우신조로 소똥이를 얻게 된 P 팀장은 당장 현업에 소똥이를 투입했다. 물론 개똥이만큼의 개발 효율을 보이길 원하면서 …
그러나 소똥이는 개똥이의 자리를 쉽게 메꿀 수 없었다. 물론 개똥이가 갑자기 회사를 떠나기는 했어도 CMM 3레벨에 맞추어서 각종 개발 문서를 만들었고, Subversion과 버그질라 등의 툴로써 형상 관리와 품질 관리가 되고 있었기 때문에 참고 자료는 충분히 있었다. 문제는 소똥이는 그 많은 자료를 처음부터 훝어 봐야 했다는 점이다. 소똥이가 똑똑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신규 개발자이기 때문에 회사의 문화와 각종 프로세스도 낯설었으며, 새로운 업무를 처리할 때마다 기존의 팀원들에게 물어봄으로써 팀원들의 개발 시간을 방해하였다.
어찌 되었건 개똥이의 갑작스런 퇴사 이후 소똥이의 부단한 노력과 팀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2개월만에 소똥이는 개똥이의 개발 효율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2개월간의 Delay가 발생하였고, P 팀장은 명시적으로 지시하지는 않았지만 D-day를 지킬 것을 강요함으로써 소똥이의 개발 품질을 떨어트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똥이가 개발 납기를 지켰던 것은 아니다.
이상은 S/W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항상 접하는 일상사(?)이다. 그럼 여기서 발생한 정량적 정성적 손실 비용을 계산해 보자.
개똥이 퇴사로 인한 손실 비용 =
신규 인력 모집 공고 비용 +
면접 비용 +
소똥이 학습 비용 +
소똥이 지원으로 인한 팀원들 작업 손해 +
개발자 교체로 인한 개발 납기 지연 +
품질 저하로 인한 비용
이상이 개똥이의 퇴사로 인한 정성적, 정량적 비용이며 개똥이가 가지고 있는 능력 및 네트웍적 가치는 제외하였다. 단순히 생각하면 한명의 개발자가 바뀜으로써 들어가는 비용은 모집 시 들어가는 비용과 초기 교육에 들어가는 교육 비용 정도이다. 하지만 개발자 교체에는 위에서 나열한 것처럼 엄청난 손실 비용이 발생한다.
만일 이런 비용이 개발자 머리 위에 둥둥 떠다니고, 관리자나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회사의 경영자들이 이런 비용을 볼 수 있다면 개발자 퇴사를 쉽게 생각하지는 않을것이다. 그렇다고 급변하는 사업 환경 속에서 구조조정을 게을리할 수는 없다. 다만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는 동감하지만, 단순히 개발자를 내보내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렇다면 어쩌라는 애기냐구?
이처럼 개발자 퇴사에 많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뽑을 때 신중히 해야한다. 특히 사람이 자본의 전부인 IT 기업의 경우, 임직원 채용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만일 시간이 없어서 혹은 잘생겨서 학벌이 좋아서라는 이유로 인력을 채용한다면, 언젠가는 순간의 선택에 앞에서 설명한 손실 비용을 지불해야할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람을 뽑을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그 개발자를 당신 회사의 일원으로 삼았다면, 그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리드해 주어야 한다. 즉 지속적인 학습의 분위기를 형성함으로써, 직원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신규 지식을 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자들은 구조조정이라는 명목 아래에 기존 인력을 떠나 보내야 한다. 이럴 때에는 특히 더 많은 신경을 써야한다. 만일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개발자를 떠날 볼 때는 구성원 전체가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그 이유가 명백하다 하더라도, 떠나는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주고 제 2의 인생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떠나는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떠나는 사람을 지켜 보는 남는 사람들을 위해서다. 오랜 시간 회사에 충성을 받쳐 왔던 이들이 헌신짝처럼 내 쫓기는 것을 본 직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바로 저 모습이 얼마 후 나의 모습이구나! 라는 끔찍한 상상을 품게될 것이다. 따라서 떠나는 이를 따뜻하게 보내 주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도 그들의 안정적인 새출발을 보면서, 언제가 다가올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현재 업무에 최선을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에 IT는 좋게 평가해도 사람 장사고 나쁘게 말해도 사람 장사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관리자나 경영자 집 앞에 Cost Note라는게 떨어져 있길 바란다. 그 노트를 주은 사람은 그 노트에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의 이름을 적음으로써 그 사람을 잡음 없이 내보낼 수 있다. 그러나 사신의 눈을 가진 이들은 그 개발자가 떠났을 때 손실 비용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그 노트에 개발자의 이름은 적을 수 없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