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August, 2006


구전 마케팅, 태권V냐 마징가Z냐 누가 더 힘이 셀까?

Thursday, August 31st, 2006

지금은 잘 만나지 않지만, 초등학교 시절 방학 때면 해가 떠서 해질 때까지 같이 놀았던 친구가 있었다. 요새 이야기로 하면 코드가 잘 맞는 친구였다. 친구는 나처럼 밖에서보다 집에서 노는 걸 좋아했고, 무엇보다도 플라모델을 너무나 사랑했으며, 오후 다섯 시면 MBC, KBS에서 방영하는 은하철도999, 독수리 오형제, 미래소년 코난은 밥을 건너 뛰는 사정이 있어도 꼭 시청해야 했다.

모든 면에서 코드가 일치했던 친구와 단 한가지에서 다른 견해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별거 아닌 이 사소함 때문에, 그 두터웠던 우정이 금이 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할 정도로 이 쟁점에 대해서 우정을 걸고(?) 싸웠다.

우정 파괴자 역할을 했던 쟁점은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로보트는 마징가Z냐? 태권V냐?” 였다. 두 만화가 모티브, 주인공, 줄거리가 비슷해서 두 로보트가 싸우는 일이 가능할지 몰라도… 만화 속 로보트기 때문에 김청기 감독과 나가이 고(마징가Z 원작자)가 합의 보지 않는 이상 마징가Z가 이기는지 태권V가 이기는지 정량적으로 알 수 없다.(김청기 감독님 曰 태권V가 이긴다. 태권V가 마징가Z 이기는 이유)

마징가 Z, 멋진데 좀 어딘지 모르게…

역시 멋지다! 태권 V!

이 정답없는 문제가 나오면 친구와 나는 있지도 않은 핏대를 올리면서 싸웠다. 그런데 우정을 다져도 아쉬웠을 그 시간에 답도 없는 문제를 놓고 왜 싸웠을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마징가Z가 이긴다는 친구의 말에 태권V가 더 세다고 말할 때는 “내가 마치 태권V인 것처럼” 말했다. “태권V는 마징가Z한테 갈 필요도 없어. 비너스 미사일 한방이면 끝이야” 친구가 이렇게 말하면, “너가 철이한테 이긴다고? 순이한테도 못 이기면서” 라는 놀림을 들은 것처럼 내 자존심을 자극했다. 즉, 정답이 없는 문제에 싸웠던 이유는 내가 태권V였고 태권V가 나였던 동일시의 산물이었다. 내가 순이한테, 철이한테 지지 않는 것처럼 태권V는 절대! 절대! 마징가Z한테 질 수 없었다.

태권V를 사랑했던 어린이는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되었다. 더 이상 주위에는 태권V가 지던 마징가Z가 지던 국익의 문제로(?) 바라보지, 태권V의 패배를 자신의 패배로 여기는 사람은 없다… 진짜? 진짜로?

인터넷 여기저기를 돌아 다녀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구글이 얼마나 좋은 회사지 알아. M$는 완전히 돈에 미친회사. 그런 회사 제품을 왜 써?”

“자바가 얼마나 좋은데, VM만 깔면 어디서든지 내가 짠 프로그램이 실행되지. 그런데 MFC로 짜면 컴파일부터, 아니 소스 포팅부터 해야 되잖아.”

“너 iPod 써 봤어? 휠 하나면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어. 진짜 멋지지 않냐? 그런데 U10은 뭐냐? 그냥 iPod 복사한거 아냐?”

“님아~ EOS 30D는 색감 열 구려요.”
“위에 님. 소니 알파100이 더 구려요.”
“위에 님. 키보드 치지 마3. 알파100이 짱이에요.”

이야기에 나오는 단어는 Google, 프로그래밍 언어, MP3, SLR 등으로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지만, 어렸을 적 태권V와 마징가Z 가운데서 누가 더 힘이 셀까?식의 논쟁과 뉘앙스가 비슷하지 않나? 물론 로보트와 제품(혹은 서비스)의 우열 논쟁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즉, 제품(혹은 서비스)은 정량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특정 제품, 서비스를 칭찬하는 어른과 로보트를 동일시하는 어린이 사이에는 중요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제품(혹은 로보트)에 대한 사랑, 감동이다.

Google, iPod, 렉서스, 스타벅스 등 일명 히트 상품의 공통점은 성인들에게 짜릿한 감동을 선물한다. 이런 감동은 어릴 적 태권V가 악의 무리를 퇴치할 때 느꼈던 잃어 버린 동경 비슷하다. 히트 상품이 지속적으로 주는 감동은 어른들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충성 고객이 된 어른들은 Google이 하는 일이 내 일인양, 어디서 iPod UI가 이상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치 내 얼굴이 못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흥분한다. 제품과 자신을 동일시 하는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구전 마케팅도 생기는 것이다. 알바를 고용해서 댓글을 달고, 유명 블로거를 매수해서 낚시성 post를 올리고… 이런 짓은 변죽을 두들기는 일일 뿐이다.

진짜! 진짜! 좋은 제품은 고객의 Ego의 범위가 제품까지 확장될 때 나온다. 그리고 Ego의 확장은 바로 제품이 줄 수 있는 감동에 달려 있다.

David Pogue 초콜릿 폰
Eric Sink 구전 마케팅 방법

신뢰

Wednesday, August 30th, 2006

이익과 이익이 만나는 지점에 비즈니스가 생깁니다. 좋은 의미던 나쁜 의미건 간에요. 그러나 진짜 비즈니스는 혹은 좋은 의미의 비즈니스는 이익과 이익이 만나서 이루던 교집합이 사라졌을 때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이익과 이익의 교차 지점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일을 하지만, 이익과 이익을 나누는 사이 구축된 신뢰가 있다면 이익이 사라져… 당장에 모두가 손해를 입는다고 해서 비즈니스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100의 99는 반대의 경우입니다. 이익과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 비즈니스가 없습니다. 또한 비즈니스를 떠나서, 친구, 동료, 친적들 사이에 신뢰가 있다해도 그들의 이익이 충돌할 때 영원하리라 믿었던 신뢰는 산산이 부서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원한 신뢰를 쌓고, 유지하고 싶다면 신뢰의 대상을 되도록이면 이익과 멀리 두세요. 반대로 신뢰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이익을 도모하자는 요청을 받을 때,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이익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뻔한 이야기인가요? 그러나 이익 앞에서 이런 뻔함을 너무 쉽게 잊습니다. 어찌하겠습니까? 배고픔과 이상은 배반의 관계인 것을… 신뢰하지 않는 자여! 내게서 이익을 구하지 말지여다.

회사를 떠나며…

Monday, August 28th, 2006

지난 7년간 정들었던 회사를 그만 두었습니다. 관두기 전에는 많이 아쉬울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회사를 나오는 통근 버스에 몸을 실었을 때는 밋밋한 녹차맛처럼 담담함이 느껴지더군요. 회사를 떠나기 위한 준비 기간이 길어선지, 정들었던 많은 동료가 떠나선지, 아니면 그만큼 세월에 감정이 무디어진 건지 알 수 없지만… 제가 떠난다고 했을 때 회사 동료들이 보였던 아쉬움보다, 마지막 순간에 제 자신의 감정의 높이가 낮음에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집에 돌아와서 샤워를 하고 회사 게시판에 연결해 놓은 마지막 인사말에 선배 사원들이 남겨 놓은 격려와 조언을 읽어 보니 새삼 밋밋했다고 느꼈던 녹차의 깊은 맛을 뒤늦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단순한 주제, 두 개가 변주되는 인생이 지루하지 않은 것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속에 사람과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 때문에 분노하고, 사람 때문에 힘들어도, 우리가 느끼고, 사랑하고, 일할 수 있는 이유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만남과 헤어짐 속에 그렇게 담담해지기는 쉽지 않은 듯 합니다.

진짜! 진짜! 좋은 디자인이란? 2부

Friday, August 25th, 2006

1부인  진짜! 진짜! 좋은 디자인이란? 이 있음을 일러 둔다.

어제 급하게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했다. 몇년 전이면 급하게 (무척이나 멀리 있는) 회사 근처의 동사무소에 가서 직접 발급 받아야 했지만, 지금은 인터넷이 있기에 쓸데없는 발품을 팔 필요가 없다. 행복한 세상이다!

대한민국전자정보 사이트에 접속해서 주민등록등본 발급을 선택했다. http://www.egov.go.kr/ 약 4가지 정도의 프로그램이 설치되었다.(4개 정도면 참을만하다. 며칠 전에 졸업 증명서가 필요해서 모교 사이트에 접속해서 증명서 출력을 선택하니, 대략 5개 정도의 프로그램이 설치되고 심지어는 재부팅까지 요구했다.) 간단한 개인 신상 정보를 입력하고 발급 버튼을 눌렀다. 거의 80리 이상은 온 듯 싶었다.

출력할 프린터 선택 화면이 떴다. 그런데… 이럴 수가 그림에서(이 화면은 집에서 캡쳐한 것이기 때문에 어제 회사에서 작업한 것과는 다르다.) 보듯이 공유 프린터로는 등본을 출력할 수 없다고 한다. 문제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99%이상의 프린터는 공유 프린터다. 지금까지 입력한 모든 노력이 허사였다.

집에서 캡쳐한 화면이어서 어제와 다름

결국 등본을 출력하기 위해서 프린터가 직접 물려 있는 PC를 찾아야 했다. 약 10여분간의 수소문 끝에 간신히 PC와 직접 물려 있는 프린터를 찾을 수 있었다. 프린터와 연결된 PC의 특징은 업무용으로 적합하지 않을 때, 이리 저리 돌아 다니다가 마지막으로 프린터 서버 역할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역시나 찾은 PC의 상황도 비슷했다. 또한 공용 PC라는 장점을 살려서 Tray에는 수 많은 아이콘들과 바탕 화면에는 형용색색의 바로가기가 깔려 있었다. 가득이나 떨어지는 성능에 온갖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어서 무척이나(?) 빨랐다.

사이트에 접속해서 약간의(?)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공포의 프린터 선택도 넘어 갔다. 여기까지 대략 20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인고의 시간이었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주민등록등본은 내 손안에 들어온다는 상상에 마음까지 들뜬다. 그런데 다신 한번 신청자 정보를 입력하라는 창이 뜬다. 처음에 입력한 내용인데 또 입력하라고? 이게 도대체 무슨 고도의 삽질인가? 고민해 봤다. 아마도 등본의 주인공과 등본을 발급 받으려는 사람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적어도 등본대상자와 발급 신청자가 같을 때를 예상해서 “발급 대상자 정보 가져오기” 기능정도는 있어야하지 않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지 정도 한번 입력하는데 까칠하게 굴지 말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참자! 이제 꿈에 그린더 주민등록등본이 눈 앞에 있으니까…

모든 정보를 입력하고 완료 버튼을 눌렀다. 다시 한번 ActiveX를 설치하니,(한번에 설치하면 무슨 문제가 있나? 이렇게 해서 총 5번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세상에 이런! 공인인증서를 선택해 달라는 창이 뜬다. 공인인증서가 없다고 하니 발급을 해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결국 공인인증서를 다시 내려 받아서 작업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도대체 이름도 모름 수 많은 프로그램들이 기어 다니는 PC에 소중한 공인인증서를 설치하란 말이냐? 공인인증서 테러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전거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회사내 무인 발급기로 발걸음을 돌렸다.

내리쬐는 태양 아래 페달을 밟으며 약 40분 정도 일어났던 고도의 삽집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수 많은 S/W, H/W 문제점들이 결합해서 일어난 일이긴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다음으로 귀결된다.

등본신청 초기화면에 등본신청 작업에 필요한 조건을 공지하지 않았다.

  • 공유프린터를 사용할 수 없다.
  • 반드시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만약에 이 두가지 문구만 크게 써서 알려 주었다면 이미 주민등록등본은 내 손에 있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인터넷 서핑을 즐기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작업은 무척 간단하다. 즉, 간단한 타이핑 작업이다. 조금 더 신경을 쓰면 디자이너에게 부탁해서 이쁜 레이아웃 작업정도만 하면 훌륭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탄생했을 것이다.

무척이나 간단한 작업인데, 왜 이런 일을 하지 않았을까? 물론 내가 주민등록등본을 발급 받으면서 직접 겪은 불편이기에 이렇게 열변을 토하는거지만, 이런 개념없는 UI때문에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불편을 겪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내 눈안에 들보가 더 큼을 잘 알지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S/W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스스로에 대한 반성일 수 있다.

이런 UI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개발자(여기서 개발자는 프로그래머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S/W 개발에 참여한 모든 이를 칭한다.)와 사용자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의 주된 관심사는 기능의 완성이다. 이에 반해 사용자들의 관심사는 사용성의 완성이다. 주민등록등본 발급 신청 process를 살펴 보면 개발자 관점이 충실히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개발자가 목표로 한 모든 기능들이 있다. 공유 프린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고, 공인 인증서 확인 프로세스도 있으며, 발급자 정보와 대상자 정보를 입력하는 창도 있고(둘이 동일해도 또 입력하면 된다.), 설치 프로그램은 고장난 라디오처럼 드문 드문 작동되도… 개발자가 목표로 한 모든 기능들이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쉬운 주민등록등본 발급 절차와 사용성의 완성이라는 목적 함수를 놓고 보았을 때, 이 system은 낙제 수준이다. 즉, 수 많은 hazard가 놓인 코스에서 골프를 치는 것과 비슷하다. 사용자의 수준은 다양하다. 타이거 우즈와 같은 프로골퍼에서 미니 골프장에서 아빠 손을 잡고 놀러 온 아이까지 말이다. 타이거 우즈 조차도 전에 이 코스에서 공을 쳐 보지 못했다면 섬세하지 못한 드라이브 shot과 적절하지 못한 아이언의 선택으로 hazard에 빠지기 쉽다. 즉, 프로 사용자가 아니면 공유 프린터 벙커에 빠지고, 공인 인증서 나무에 걸리면, ActiveX hazard에 공을 잃고 만다. 그러나 주민등록등본 발급은 초난이도의 골프 코스가 아니다. 즉, 골프채를 한번도 잡아보지 못한 5살짜리 아이도 아무런 두려움 없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미니 골프장이 되어야 한다. 미니 골프장을 만들 수 없다면, 골프장을 완성해 놓고 경고문 하나 정도는 붙여 놔야 한다.

경고 : 이 곳은 무척 난이도가 높은 골프 코스로

  • 공유 프린터 금지 벙커
  • 공인 인증서 큰 나무
  • ActiveX hazard

가 있음을 알려 드립니다.

기능성의 완성과 사용성의 완성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단지 개발자와 사용자라는 분열된 자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신분열증적인 신경질환은 자본주의가 지닌 문제점일 수 있다. Extreme Prgoramming Explained 2/e(켄트 벡,인사이트 출판)에서 지적한 것처럼 테일러 주의가 계획과 실행을 분리하고, 설계와 품질을 떼어 놓아서 생긴 문제의 한 종류다. 이런 분열증적인 이론들이 사용자와 개발자의 세계를 갈라 놓았다. 이 세계를 통합하는 지점에서 진짜! 진짜!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고 믿는다.

다음 post에서 계속 됩니다…